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유숙 Dec 30. 2018

개냥이의 집념

포기를 모르는 고양이에게 배운 삶의 지혜

2017년 6월, 얼떨결에 5주 된 길냥이의 집사가 되었다.

바로 이 녀석!

입양 사연은 이렇다.

내가 상담한 초등학생이 고양이를 키워보는 게 평생의 소원이라고 해서 부모의 허락을 받고 단골병원에 알아보니 마침 임시 보호 중인 아깽이가 있었다.


어미에게 버림받고 차고에서 발견된 치즈 태비 수컷이었는데, 가엽게도 온 몸이 종합병원이었다. 귓속에 진드기가 가득하고, 심한 눈병에, 감기에, 링웜(전염성 높은 피부질환)까지...


철부지 초등학생은 귀여우니 상관없다고 하는데, 아깽이가 염려된 나는 건강해지면 보내주기로 하고 치료에 들어갔다.


다행히 차도가 있어 조금씩 활기를 되찾을 무렵,  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엄마가 병든 고양이는 재수가 없다고 입양하지 말라 했다고...


슬쩍 화가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입양할 마음가짐이 안된 가정에 소중한 생명을 보내려 했던 나를 자책하면서  급하게 입양처를 알아보았는데, 마땅한 데가 없었다. 절망스럽게도...

'코니'라고 이름 붙인 냥이는 하루가 다르게 크는데...


다급한 나머지 '나라도 키워야 하나?'라는 고민을 숱하게 했지만 고양이를 철천지 원수로 아는 루피(9살 된 래브라도리트리버, 강아지 때 멋 모르고 길냥이에게 놀자고 덤볐다가 테러를 당한 뒤 냥이만 보면 전투견으로 돌변한다), 동물이라면 질색하는 남편, 가출이 자유로운 단독주택의 환경을 생각하면 '안되지! 안돼!' 쪽으로 마음고쳐먹기를 수십 번 반복하던 중, 난감한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안전상의 문제로 서재방에 코니를 격리시켜놨는데, 개냥이의 유전자를 타고난 이 녀석이 혼자 있기만 하면 밤낮없이 외롭다고 울어대는 것이었다. 여름이라서 우는 소리가 온 동네에 다 울려 퍼지는데...


어디 그뿐인가? 방문 손잡이를 점프해서 여는 방법은 어떻게 알았는지 어느 날부터인가 버젓이 마루에 나와있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흥분한 루피와 쫓고 쫓기는 대추격전이 벌어지고... 마치 만화영화 <톰과 제리>의 한 장면처럼....  


개통령 강형욱 훈련사라도 와야 해결될 것 같은 불안한 나날이 계속되고, 유독 사람을 잘 따르고, 안기는 걸 좋아하고, 애교도 많고, 고양이의 전매특허인 하악질도 한 번 안 하는 순한 코니에게 정이 듬뿍 든 나는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


"그래! 같이 살자, 살어! 살다보면 방법이 생기겠지!”


1년 6개월이 흐른 현재 상황은 이렇다.

무럭무럭 자라 댕댕이들과 형제가 된 코니는 한 공간에서 함께 어울려 지내고..

다정하게 함께 자고...

암 투병 중인 형아 옆을 의리있게 지키기도 하고..

놀아달라고 통하지도 않는 애교를 부려보기도 하고... ^^::

마법처럼 상황이 변한 비결은 바로 코니의 끈질긴 집념!


텃세를 부리는 루피와 라몽의 영역에 수백 수천 번을 내쫓겨도 굴하지 않고 들어오고, 들이대고, 비비대는 코니의 무한 반복 행동에 질렸는지 지쳤는지 어느 순간부터 멍뭉이들이 내버려두기 시작했다. 영역 침범을!


이제는 자기가 진짜 개라도 되는 냥 주인이 오면 같이 달려 나오고, 이불속에서 나와 개들과 함께 자고, 자유롭게 외출 냥이로 지내는 코니를 볼 때마다.... 나는 부끄럽게도 작은 고양이에게서 삶의 용기와 지혜를 얻는다.


실패와 거절이 두려워서 시도를 망설일 때,

나약한 마음이 의지를 약하게 만들 때,

이리저리 궁리만 하고 실천하는 걸 주저할 때,

코니처럼만 하자고...


될 때까지 무조건 GO! GO! GO!


매거진의 이전글 암 선고 4번 받고도 건강한 내 개,기적일까?오진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