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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유숙 Nov 16. 2018

연예인 장근석은 왜 조울증에  걸렸을까?

양극성 장애의 발병원인과 증상부터 적절한 대처 자세

조울증으로 4급 병역 판정을 받은
장근석!

현재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 군 복무 중인데, 한동안 그의 현역 입대 불가 판정을 놓고 병역 논란이 일었고, 지금도 대중들의 불편한 시선을 받고 있다. 이유는 뭘까?

6살 때 아동복 모델로 데뷔해 26년간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장근석의 면면에서 답을 찾아보자!

 

장근석은 연예계에서 '배우, 가수, MC 다 되는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평가를 받는다. 예쁘게 잘생긴 외모, 넘치는 끼와 에너지, 수준급 이상의 춤과 노래실력, 안정적인 연기력, 능수능란한 진행력, 재치 있는 입담을 겸비한 그는 다방면에서 눈부신 활동상을 보여왔다. 덕분에 '아시아프린스', '근짱', '한류스타'라는 애칭을 얻었으며 자랑할만한 음반 판매 실적, 재산, 인기도 있다.


화려한 면면과 더불어 건강문제가 이슈화된 적도 없으니 표면적으로는 군대를 못 갈 이유가 없다. 아니 오히려 자원입대해도 좋을 청년 대열 쪽이다. 그런데 어느 날 느닷없이 군면제를 받았다. '양극성 장애'라고도 불리는 '조울증' 때문에!  평소 열정적으로 '직진!'을 외치던 그의 밝은 이미지와 병명이  너무 안 어울리다 보니 이런 의혹들이 제기됐다.


'연예계 생활은 물론 일상생활도 잘만 하던데 왜?'

'늦은 나이에 군대 가기 싫으니까 핑계 대는 거 아냐?'


어떤 내담자는 나한테 이런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선생님! 조울증이 군대 못 갈 정도로 정말 심각한 병인가요? 조울증이 대체 뭔가요?"


극과 극의 기분변화로
나도,주위 사람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혼란스러운 병!
조울증!

 조울증 혹은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는 기분장애의 대표적인 질환으로, 극심하게 침울하고 슬픈 우울증에서부터 기분이 지나치게 들뜨고 유별나게 쾌활한 조증이 번갈아 가며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감정의 장애를 주요 증상으로 한다.


치료는 가능하지만 우울증과 조증을 동시에 잡아야 하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고 재발이 쉬워 완치가 매우 어려운 정신 장애에 해당된다.


또한, 오진하기도 쉬운 병인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조증 단계에서 단순한 우울증으로 진단받아 항우울제를 집중적으로 복용하면 증상이 악화됨.

2) 우울에서 활기를 되찾았다고 하는 단계가 실은 조증 단계였음.

3) 조증 단계에서의 넘치는 활기와 행동이  주위 사람이 볼 땐 자신감 있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에 장애의 발견을 지연시키는 경우도 허다함.


그래서 보편적인 심리현상이나 유사한 병과 조울증만의 임상적 특징을 잘 구분해야 하는데,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우울증 자가 평정척도>와 <조증 삽화 진단기준> 질문지를 준비했으니 테스트해보시길 바란다.


<우울증 자가진단>

아래의 문항들을 읽고 지난 한 주 동안 이런 경험을 얼마나 자주 했는지 해당되는 숫자를 기록하시오.

0-전혀 그렇지 않다 / 1- 가끔 그렇다 / 2-자주 그렇다 / 3- 항상 그렇다

1. 나는 슬프고 기분이 울적하다.     
2. 나의 앞날에 희망이 없다고 느껴진다.   
3. 나 자신이 무가치한 실패자라고 생각된다.
4.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 열등하고 뭔가 잘못되어 있다고 느껴진다.  
5.  나는 매사에 나 자신을 비판하고 자책한다.   
6. 어떤 일을 판단하고 결정하기가 어렵다.   
7. 나는 쉽게 화가 나고 짜증이 난다.   
8. 진로, 취미, 가족, 친구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9. 어떤 일에 나 자신을 억지로 내몰지 않으면 일을 하기가 힘들다.   
10. 나의 외모는 추하다고 생각한다  
11. 식욕이 없다 (또는 지나치게 많이 먹는다)  
12. 불면으로 고생하며 잠을 개운하게 자지 못한다
 (또는 지나치게 피곤해 너무 많이 잔다)  
13. 성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14. 나의 건강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   
15. 인생은 살 가치가 없으며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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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점 및 해석]
15개 문항에 기록한 각각의 숫자를 합하면 총점이 되며, 총점의 범위는 0~45점이다.

*. 0~10점 : 현재 별로 우울하지 않은 상태다.
*. 11~20점 : 가벼운 우울 상태임으로 기분을 새롭게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21~30점 : 무시하기 힘든 정도의 상당한 우울 상태. 우울 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이런 상태가 2개월 이상 지속되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 좋다.
*. 31~45점 : 심한 우울 상태. 가능한 한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출처 - 양극성 장애 / 조용래, 김빛나 / 학지사>
<조증 삽화의 진단 기준 : DSM-IV-TR>

A. 비정상적으로 고양되거나 의기양양하거나 과민한 기분 그리고 증가된 목표 지향적 활동과 에너지가 적어도 일주일간(만약 입원이 필요하다면 기간과 상관없이) 분명하게 지속된다.

B. 기분 장애의 기간 도중 다음 증상 가운데 3가지 이상이 지속되며(기분이 과민한 상태라면 4가지), 심각한 정도로 나타난다.

1) 팽창된 자존심 또는 심하게 과장된 자신감
2) 수면에 대한 욕구 감소 (예: 단 3시간의 수면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낌.)
3) 평소보다 말이 많아지거나 계속 말을 하게 됨
4) 사고의 비약 또는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는 주관적인 경험
5) 주의 산만 (예 : 중요하지 않거나 관계없는 외적 자극에 너무 쉽게 주의가 이끌림)
6) 목표 지향적 활동의 증가(직장이나 학교에서의 사회적 또는 성적인 활동) 또는 정신 운동성 초조
7) 고통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쾌락적인 활동에 지나치게 몰두(예 : 흥청망청 물건 사기, 무분별한 성행위, 어리석은 사업 투자 등)

C. 증상이 혼재성 삽화의 진단 기준을 충족시키지 않는다.

D. 기분 장애로 인한 직업적 기능이나 일상적 사회 활동, 대인관계에서의 뚜렷한 손상을 막고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기분 장애가 심각하거나 정신증적 양상이 동반된다.

*. 주의 : 명백하게 항우울 치료(예 : 투약, 전기경련 요법, 광선  치료)에 의해 유발된 조증 비슷한 삽화는 양극성 장애 I형으로 진단되지 않아야 한다.


위의 특징 말고도 양극성 장애(조울증) 만의 특별한 증상이 또 하나 있는데, 다수의 연구 결과 양극성 장애가 있는 사람은 일반인에 비해 창의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예술가, 소설가, 극작가, 시인, 정치 지도자 및 종교지도자 중에 양극성 장애를 가졌던 사람이 적잖은데, 고흐, 고갱, 폴락, 로스코, 뭉크, 차이코프스키, 헨델, 슈만, 에드거 앨런 포, 테니슨, 쉘리, 바이런, 헤밍웨이, 울프, 디킨스 등이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양극성 장애 환자나 잠재위험군에 속한 사람들의 창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Johnson et al, 2012)

그 이유는 뭘까?

바로 양극성 장애의 장점에 해당되는 - 경험에 대한 개방성, 높은 야망과 목표 추구에 대한 강한 동기, 긍정 정서, 확산적 사고, 고양된 기분과 에너지로 증가된 창의성, 창조력을 높이는 섬세하고 생생한 감정선- 때문이다.


아마 장근석도 이러한 순기능이 작용해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쉼표 없이 줄기차게 활동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발병 원인은 뭘까?
장근석은 2011년에 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하던데...

수십 년간의 연구에 따르면 생물학적 요인(유전적 요인, 신경생물학적 요인)이 가장 크지만, 심리학적 요인(우울증, 생애 초기의 외상, 자존감 하락, 고통스러운 현실에 대한 부정 , 부정적 사고, 인지적 오류), 환경적  요인(실직, 건강문제, 이별, 가정불화, 주변 사람과의 트러블, 가족의 죽음이나 질병, 이혼, 시험 낙방, 해고, 실패와 좌절, 과다한 업무 스트레스, 경제적 어려움 등), 기타 유발요인(수면부족, 알코올이나 흥분제 남용, 월경주기,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지나친 사용)과 같은 자극들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여 양극성 장애의 발병이나 유지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즉, 쉽게 정리하자면 양극성 장애를 유발할 유전자 요인을 갖고 태어났다 하더라도 심리적 어려움과 스트레스 없이 자존감 있게 성장한다면 평생 발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수류탄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 지니고 있어도 안전한 것처럼!


반대로 유전적 요인이 없다 하더라도 조울증에 걸릴만한 환경적 요인에 계속 노출된다면 어느 날 제멋대로 기분이 좋아졌다 나빠지는 반복 경험을 하게 된다.


조울증의 다양한 사례와
장근석의 진정성!


지면상 다 언급할 순 없지만 내가 상담한 조울증 내담자(20대 남성)는 4년제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원만하게 다니던 중 엄마의 자살을 목격한 후 조울증이 촉발해 정신과 입퇴원을 반복했으며, 어떤 여성은 아동기 때 경험한 부모의 이혼이 상실의 상처로 남아있다가 성인기에 건강염려증과 만나 조울증으로 발전하였다.


어떤 주부는 경(조증) 삽화 때 들뜬 기분을 주체 못 하고 집안의 인테리어와 가구를 모두 바꿨는데(심지어는 이사까지 할 기세였지만 그건 가족의 반대로 못하고), 얼마 후 엄청난 액수의 신용카드대금이 날아오자 과소비를 자책하며 우울증 삽화로 전환되는 패턴을 보였다.


변덕스럽고 화를 잘 내던 어떤 남학생은 밤새 스마트폰을 하다가 생체리듬이 깨져 불면증, 무력감, 우울감이 생겼는데, 수능시험을 망치자 부모에게 심한 비난을 들은 뒤 조울증 증세가 생긴 사례도 있었다.


기분조절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고 느껴도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심신과 일상생활이 엉망진창이 될 때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첫 번째 이유는 정신과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 때문에 치료는커녕 감추기 급급한 한국적 정서 때문이고, 두 번째는 기분조절이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해 이런저런 자가 치유의 방법을 시도해보면서 최악의 상황까지 버티기 때문이고(조울증은 약물치료, 심리치료, 환자 및 가족교육, 스트레스 대처기술훈련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세 번째는 약물치료비, 검사비, 심리치료비가 만만치 않아서다.


아마 장근석도 이미지상 안 좋으니 괜찮은 척하면서 수년의 세월을 견디고 견디다가 대학병원을 찾았을 테고 발병 원인은 위에 열거한 중 하나 또는 여러 개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소문나지 않게 약물치료를 받다가 군 입대할 때가 되니 어쩔 수 없이 "실은 양극성 장애 환자입니다."라고 밝힌 끝에 군면제를 정당하게 받았다.....라고 나는 이해하고 싶다. 아니 더 솔직히는 그런 절차였기를 간절히 바란다.


만약에 아니라면, 별안간 성격장애나 정신질환을 운운하면서 군면제 혜택을 받은 양심불량 연예인들과 다를 바 없으니까!


이러니까 헬조선이지!
라는 말 대신
이러니까 살만하네!라는
말을 하고 싶다!

조울증이 군면제 사유가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양극성 장애 환자들의 자살 위험성이 일반 인구에 비하여 약 15배 높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군부대만의 특수한 환경이 양극성 장애를 악화시키는 환경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런 정신질환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이 은근히 많다. 특히, '있는 사람' 부류에 속하는 정치인, 연예인, 재력가, 금수저들이 더욱더...(제발 좀 부끄러운 행동은 그만하시길!)


진단기준이 있다고는 하나 암이나 신체적 장애처럼 명백하게 눈으로 확인되는 증상이 아니기 때문인데,  이러한 점을 교묘하게 이용해 '가진 자의 군면제'가 줄줄이 이어지면 성실하게 군 복무를 마친 청년들의 입에선 '헬조선' 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허탈하고 열 받고 씁쓸한 마음에...


병역의 의무를 짊어진 연예인뿐만 아니라 평범한 청년들에게도 2년이라는 시간은 천금처럼 귀하고 소중하다. 군대에서 썩히기 아까운 시간이다. 하지만 아까워도 가기 싫어도 다녀온다. 책임감 있게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양극성 장애 환자의 많은 경우도 가족 또는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나름의 노력을 한다. 아니 사실은 필사의 노력이다. 말이 쉬워 약물치료지, 장기 복용에 따른 부작용을 견뎌내야만 한다. 갈증, 다뇨증, 기억력 감퇴, 체중 증가, 변비, 설사, 여드름, 건선, 어지러움, 졸림, 구역감, 탈모, 졸림, 손떨림, 감정의 급격한 변화, 근육 강직 등등... 게다가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반인보다 몇십 배 더 관리의 노력을 하고, 혹시라도 내 증상이 생계활동에 지장이 있을까 봐 주위의 눈치를 살피고 노심초사하면서...


닐 A. 피오레가 이런 말을 했다.

"여러분에게는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이 있으며 건강 유지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


처음 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으면 누구나 큰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나을 수 있다'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관리하고 치료한다면, 의사와 심리치료사에게 본인의 상태에 맞는 도움을 적절히 받는다면, 증세가 호전되고 삶의 균형을 찾으면서 인생을 다시 즐기게 될 것이다!


"아! 이러니까 살만 하네"라는 말도 종종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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