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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유숙 Aug 26. 2018

혹시 배우 원빈은 은둔형 외톨이일까?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돼도 괜찮게 사는 방법

            

   관객 617만 명을 동원한 2010년 최고 흥행작 <아저씨>!

전직 특수요원 원빈이 세상에게 버림받은 옆집 소녀 소미를 구하기 위해서 악랄한 범죄조직을 통쾌하게 박살 낸 영화다. 당시 그의 종횡무진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냐면, 남성 관객들은 존재감이 별안간 오징어처럼 납작해졌고, 여성 관객들은 카리스마 넘치는 원빈의 눈빛, 말투, 동작 하나하나에 매료된 나머지 왕 팬이 되고 그랬다.(나도 그중의 한 명이다.) 특히, 이 대목!

출처 - 영화 <아저씨>

그가 소미를 향해서 두 팔을 활짝 벌리며 “한 번만, 한 번만 안아보자!” 했던 이 장면에서 부러움의 탄식을 하지 않은 여자가 있었을까? 만약 당신이 그 강철 여인이라면 신의 은총을 받았다. 원빈앓이에서 구제받았으니.....


그로부터 8년의 세월이 흘렀고 현재 원빈은 칩거 중이다. 그의 차기작을 애타게 기다리던 팬들의 기대가 체념 상태로 바뀐 걸 아는지 모르는지 대본 검토 중이라는 소식만 들려온다. 적어도 영화와 드라마 판에서는 그렇다. 포털사이트에서 원빈을 검색하면 연예계 은둔자, 은둔 커플, 은둔생활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궁금증이 증폭을 거듭해 항간엔 이런 추측성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건강이상설, 게임왕설 (집에서 지인과 게임을 즐기는 고수라는 설),  신비주의 지향설 등.


자! 그렇다면 원빈은 진짜로 은둔형 외톨이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소신 있게 은둔 주의를 고수하고 있을 뿐!

그가 은둔형 외톨이(일본어로는 히키코모리)로 등극하려면 6개월 이상 집 안에만 칩거한 채 가족 이외의 사람과는 인간관계를 맺지 않고 사회적 접촉을 하지 않아야 한다. 당연히 연애와 결혼은 힘들다. 미모의 여배우 이나영과 결혼해 아들 낳고 단란하게 살고 있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배우 원빈은 <아저씨> 작품에서 아쉽게 멈춰 있지만 남편과 아버지 원빈은 맹활약 중이니 그는 여전히 멋있다!  


스스로 고립의 삶을 선택한 청년 이야기

나는 배우 원빈을 보면 자동반사적으로 떠오르는 20대 청년이 있다.

어딘지 모르게 원빈을 닮아 '원빈 청년'으로 기억되는 내담자! 그는 1년째 집에 틀어박혀 게임과 스마트폰만 하는 자칭 타칭 은둔형 외톨이였다. 그런 남동생을 보다 못한 누나가 가정방문상담을 신청했는데, 대체 어떤 사연이 있길래 세상과 단절된 삶을 선택했는지 궁금했다. 누나에게 쭉 속사정을 듣고 나니 마음이 아팠다. 부모의 이혼에서 시작된 마음의 상처가 가혹한 폭행, 왕따, 자퇴, 실연, 계속된 취업 실패로 깊어져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곪아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서 소심하고 나약한 성격상의 문제도 있었다. 직면하기보다는 현실 도피의 선택을 한 그를 '비겁하다! 한심하다! 이제 그만 나와!'라고 꾸짖는 게 아니라 도와주고 싶었다. 든든한 자격증 대신 몹쓸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주렁주렁 달고 외롭게 게임 세계를 방황 중인 청년에게 탈출의 문을 열어주고 싶었다.    


고심의 며칠을 보내고 원빈 청년을 만나러 가는 길!

대면 성사를 위해서는 마음의 빗장부터 열어야 하기에 나는 여러 가지 상담 도구 이외에도 그가 좋아한다는 버거킹 햄버거를 같이 준비했다. 왜냐고? 경험상 마음의 거리를 좁히고 진심을 전달하는데 좋은 매개체는 음식이었으니까! 수십 문항의 검사지가 아니고...

      

예상대로 1회기 방문상담 때는 원빈 청년을 만나지 못했다. 굳게 닫힌 방문 사이로 새어 나오는 게임 소리만 들었을 뿐!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여느 청년들처럼 어색한 인사로 맞이해주었다면 당황했으리라! 부디 치즈 와퍼세트가 쓰레기통에 처박히지 않기만을 바라며 그날은 어머니와 누나를 상담했다. 가족에게 대처방법을 안내하고 가정환경을 바꾸는 것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매주 1번씩 원빈 청년의 마음을 열만 한 뭔가와 쪽지를 전달하고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는 방문상담을 1개월째 했나 보다. 슬슬 반응이 기다려지는 5회기 방문 때! 처음으로 원빈 청년의 답장을 쪽지로 받았다.

 ‘게임 외에 좋아하는 걸 물으셨는데, 프라모델 조립 이요.’

드디어 마음의 문이 열리는 건가?라는 느낌이 드는 순간 탄성이 나왔다. '우아!'

이후로 갈 때마다 집안 곳곳의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원빈 청년이 완성한 프리덤 건담과 여러 조립 작품이 거실장을 장식했고 더 이상 파손된 물건이 없었으며 어머니와 누나의 하소연이 줄어들었다. 변화의 사인이 많아지자 만남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혹시 다음 방문 땐 그와 인사를?

      

 기대가 현실이 되던 날!  배우 원빈과 마주한 것보다 더 큰 감동을 느꼈고 그 날 이후론 매주 한 번씩 원빈 청년의 얼굴을 봤다. 그리고 3개월간의 상담을 거쳐 마침내 그가 덥수룩한 장발을 자르러 첫 외출하던 날, 어머니가 울먹이며 한 말이 생각난다.

“취직 못해도 좋으니 매일 나가기만 해도 좋겠어요. 오늘처럼.”


은둔형 외톨이만큼 늘고 있는 자발적 아웃사이더!


'자발적 아웃사이더'란 말을 아는가? 스스로 남들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뜻하는데, 주로 대학교와 직장에서 쓰이는 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내가 만난 청소년들 중에서도 '자발적 아싸족'이 의외로 많다. 심지어 내 아들도 고1 때 반 친구들과 마음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잠시 '자발적 아싸족'을 선언한 적이 있었다. 스스로 외톨이를 자처한다는 점에서 얼핏 '은둔형 외톨이랑 뭐가 다르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은둔형 외톨이 진단 리스트>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6개월 이상 집안에 칩거 중이고 집 밖으로 나간 일이 거의 없다.

2. 스스로 왕따를 자청, 타인과 친구는 물론 가족과도 대화를 거부하거나 하기 싫어한다.

3. 생활의 대부분을 방 안에서 TV를 보거나 인터넷, 스마트폰을 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4. 낮에 자고 밤에 주로 활동한다.

5. 함께 어울리고 같이 있는 것보다 혼자 놀고 생활하는 게 더 좋고 편하다.

6. 현실보다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 세상이 더 편하다.

7. 우울증 또는 감정 기복의 문제가 있다.

8. 매사 자신감이 없고 걱정이 많다.

9. 감정 표현에 어려움이 있고 감정 공유, 정보공유가 불편하거나 싫다.

10. 사회생활을 못하거나 하지 않는 등 사회적응이 힘들다.


위의 항목 중 5번과 9번은 은둔형 외톨이와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같고, 1번, 3번, 4번, 10번은 확실히 다르고, 6번, 7번, 8번은 경우에 따라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럼 자발적 아웃사이더의 삶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잡코리아>가 직장인 14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웃사이더'설문조사(2018년)와 <알바몬>이 대학생 889명을 대상으로 한 '자발적 아웃사이더' 조사(2017년)에서 답을 찾아보자!


잡코리아 조사 결과 : 관심사와 가치관이 달라서(45.0%), 조직과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느껴서(43.0%), 개인주의와 혼자가 편해서(37.3%), 평소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어서(21.3%), 이직 및 퇴사를 준비하고 있어서(21.1%), 인간관계에 드는 비용이 부담스러워서(18.9%), 타인보다 나에게 집중하기 위해서(16.0%), 사소한 업무 갈등을 계기로(15.8%), , 어쩌다 보니 알 수 없는 이유로(13.1%)

 

알바몬 조사 결과 : 남들 눈치 볼 필요 없이 혼자 다니는 게 편해서(67.6%), 인간관계에 지쳐서(22.3%), 불필요한 학과 행사가 싫어서(22.1%), , 아르바이트하느라 시간이 없어서(16.7%), 취업준비 때문에(13.5%)


청소년들의 선택 이유는 수치화된 통계자료는 없지만 내가 상담과 강의 현장에서 만난 중, 고등학생들의 답변은 이랬다.


관심사와 가치관이 달라서, 학교와 친구관계에 피로감을 느껴서, 개인주의와 혼자가 편해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어서, 인간관계에 드는 시간이 아까워서, 타인보다 나에게 집중하기 위해서, 친구랑 싸워서, 나도 모르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라는 말이 무색한 시대!
이대로 괜찮은 걸까?

옛날이나 지금이나 '인간은 혼자서 살 수가 없으며 사회 속에서 서로 어울리며 살아가야 한다.'는 말은 바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본인한테 이롭지 않다면 그렇게 안 살아도 되는 세상이다. 개별화를 지향하는 개인주의  윤리와 문화가 선호되는 사회분위기에선 더욱더 그렇다. 즉, 당신이 현재 어떤 관계의 삶을 선택했든 비난의 대상도, 잘못도 아니다. 그저 삶을 살아가는 당신만의 방식일 뿐!  


그런데, 여기서 잠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둘러보자!

은둔형 외톨이, 자발적 아웃사이더 모두에게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뭘까? 바로 '스마트폰'이다. 집에서 나오지 않아도,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시간을 보내도, 인간관계를 멀리 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홀로 사는데 큰 불편함이 없다. 낯선 무리 속에 끼어있을 때도 스마트폰만 보고 있으면 해결된다. 굳이 어색한 사람, 모르는 사람과 대면하지 않아도 SNS 기능만 활용하면 소통과 정보의 공유가 가능하다 못해 넘친다. 이런 현상의 조각들을 맞춰보면 하나의 그림이 떠오르지 않는가? 고립의 섬에서 스마트폰을 꼭 붙들고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이? 그 사람에게 나는 묻고 싶다.


"괜찮으세요? 재미없거나 외롭지 않아요? 다른 불이익은 없나요?"


처음부터 "나 혼자 살래!"를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살다 보니 어떤 이유에서  자발적 아싸족의 삶이 편해지고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면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것이다. 또한,  본인이 원해서 내린 결정보다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원치 않게 혼자가 되었다’는 결정이 통계상 많다는 점에서 나는 3가지 경우로 나누어 해법을 제시하고 싶다.


첫 번째. 자발적 아웃사이더의 경우.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가 이런 말을 했다.

"인간관계를 빼면 그 어떤 즐거움의 희망도 없다!"라고.


인간관계에서 조직의 번창, 사회의 번영, 나라의 발전이 이루어지니 공동체 인간 또는 인사이더가 되세요!라는 거창하고 어려운 부탁은 하고 싶지 않다. 나도 할 자신이 없는 주문이니까.

조직과 국가 말고 당신을 위해서!


지금보다는 조금만 더! 직접 만나고 어울리고 대화하는 인간관계의 비중을 높여보면 어떨까?

 

생텍쥐페리가 말한 진정한 즐거움의 희망은 느낄 수도, 못 느낄 수도 있지만, 현재를 살기에 급급해 놓친 실속만은 확실하게 챙길 수 있다. 특히, 당신이 스마트폰에 의존해  잃어버린 삶의 재미, 외로움, 실속을 찾는 중이라면 더욱 도움될테니 실천해보길 부탁드린다.


두 번째. 비자발적 아웃사이더의 경우.

우울, 배척, 따돌림에 대한 위로를 친구나 가족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등의 본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가정, 학교, 회사의 도움과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이들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공감의 마음, 관심 어린 접근, 세심한 보살핌, 관련 교육(효과적인 의사소통 방법이나 대인관계 기술 향상 등.) 마련, 상담 주선 같은 것들.


세 번째, 은둔형 외톨이의 경우

가족 안에서 해결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국가가 사회적 지원시스템을 마련하고 가족이 협조하며 개인은 변화의 노력을 해야 하는 공동의 문제다. 이런 인식의 변화가 있을  때 한국에서만 10만 명 이상이라는 은둔형 외톨이 수가  감소할 것이다. 원빈 청년이 상담 지원과 정부 취업지원제도의 도움을 받아 인생 마라톤을 재개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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