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고양이의 보은인가, 심술인가!
초등학교 때 코숏 턱시도 고양이 '네로'를 우연찮게 키운 적이 있었다.
그 당시는 애묘, 집사, 냥이 같은 애칭은커녕 고양이가 요물 같은 존재로 인식되던 때라서 사람들이 고양이의 행동을 오해할 때가 많았는데,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의 실수를 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네로가 현관 앞에 쥐 나 새의 사체(때로는 피가 뚝뚝 흐르고, 때로는 반토막난 시체)를 물어다 놓곤 했는데, 그걸 본 가족들이 놀라서 '주인한테 심술부리는 고양이'라고 마구 혼냈던 기억이 난다.
사실은 그것이 자신이 아끼는 장난감? 또는 먹잇감을 주인에게 양보한 고양이의 애정표현이었는데 말이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네로에게 미안하고, 현재 키우고 있는 고양이 '코니'에게 "넌 그런 끔찍한 애정표현은 안 해도 돼!"라고 우스개 소리로 말하곤 했는데, 말이 씨가 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바로 오늘 아침에!
오래간만에 멍냥이들과 휴일의 단잠을 즐기고 있는데, 마당으로 외출 나간 코니가 내 곁으로 오는 게 느껴졌다.
더 자고 싶은 마음에 평상시처럼 이불을 들어 올리며 '같이 자자!'는 사인을 보냈는데, 코니가 내 옆으로 뭔가를 '툭' 떨어뜨렸다.
뭔가 심상치 않는 기운에 눈을 떠보니 그것은 죽은 아기 쥐!
온몸에 소름이 돋아 나도 모르게 "꺅!"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고, 같이 자던 댕댕이들도 졸지에 모두 기상!
라몽이가 코니를 지키고 있는 동안 얼른 치우고 대청소하는 것으로 급 마무리되었지만,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마당에는 코니의 선물 목록- 쥐, 새, 바퀴벌레, 꼽등이가 가득하니 앞으로도 이런 일이 종종 벌어질 텐데, 마당을 갈아엎을 수도 없고...
이것이 집사의 숙명이고 팔자라면
받아들여야 하는가?
흑흑 ㅠㅠ 사양하고 싶다!
제발~ 코니야! Plea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