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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모도로 Apr 11. 2023

으슬으슬 으슬이

땅콩이 관찰일지 day3


연애시절부터 지금까지 남편이 자주 했던 말 중에 하나는 '으슬으슬하다'이다.




남편의 언어로 '으슬으슬하다'는 '조금 추운 거 같다', '나 지금 몸 상태가 안 좋은 거 같다'로 해석될 수 있는데 보통은 몸이 안 좋다는 표현을 둘러둘러 표현하는 것으로 현재는 이해하고 있다.


연애 초반에, '으슬으슬해'라는 이야기를 듣고

'어랏? 몸이 안 좋은가 보다. 얼른 들어가서 쉬라고 해야지'라는 생각에 걱정하며 집으로 돌려보내곤 했다.


그러나, 으슬으슬하다는 점점, 자주, 빈번하게 우리 대화 속에 나타났고 그때마다 나는 조금씩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정말 몸이 안 좋은 거 맞는 걸까?'

'왜 자꾸 으슬으슬하다고 하지?'

'건강이 많이 안 좋은 건가?'


그러면서 하루는 또 으슬으슬하다고 하길래,

"건강이 안 좋은가 봐. 땅콩아. 운동을 좀 해보면 어떨까?"라고 나도 모르게 걱정보단 이 말이 듣기 싫어 해결책을 꺼내게 되었다.


'네가 몸이 으슬한건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거 같아.

그러니 운동을 하면 좀 괜찮아지지 않겠어?'라는 생각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으슬화법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와 같이 지속되는 으슬화법으로 회사 동기에게 약간의 하소연을 하게 되었다.


"땅콩이는 자꾸 으슬하다고해"

"언니, 땅콩오빠. 인턴 할 때도 그 말 많이 했어"

"그때도 으슬하다고 했어?"

"응. 정말..! 운동을 해야 더 이상 안 그러지. 운동 부족인 거 같아!"


나의 하소연을 들은 동기는 남편 인턴동기이기도 해,

이전부터 으슬으슬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 했다.

그 이후, 우리는 땅콩이를 가끔 '으슬이'라고 불렀다.


연애 초반에는 조금 심했던 으슬화법이

결혼 후에는 점차 사그라들었는데, 며칠 전 다시한번 그의 입에서 '으슬'이가 튀어나왔다.

이번에는 진짜 몸이 안좋아서였다.


'아, 이제는 정말 내가 챙기지 않으면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에 정신이 들면서 남편이 건강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에 울상이 되어버리곤 했다.


하루는 남편이 만약 체력이 좋지 못해, 혹은 어딘가 아프게 된다면 그래서 내 옆에 오랫동안 같이 있어주지 못한다면...?상상을 했더니 마음이 아려오고 금방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래서 지금은 그가 말하는 화법에 잠깐이라도

고민을하고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남편이 이 말을 왜 했지?'

'정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등등


내가 한때는 듣기 싫었던 그의 화법이

지금은 가장 진중하게 들어줘야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는다.


아무생각없이 내뱉는 말일지언정

내 남편이니 나 하나라도 항상 귀 기울이며 잘 들어줘야겠다라고 생각한다.


여러모로 으슬이는 항상 건강하길 바라며,

앞으로는 '으슬이'가 아닌 '건강이'로 바뀔 수 있도록 옆에서 많이 힘이 되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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