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성 에세이 #126. 망종

by 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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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

우리의 옛 속담 중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이 속담은 망종까지 보리를 모두 베어야 논에 벼를 심고 밭갈이도 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죠. 실제로 망종의 시기가 오면 농부들은 보리를 베고 모내기를 하느라 “발등에 오줌 싼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바빠집니다.


해마다 이 시기가 되면 농부들은 ‘망종 보기’라 해서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했습니다. 망종의 시기에 따라 한 해 농사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믿음이었는데요. 예를 들어 음력 4월에 망종이 들면 보리농사가 잘 되어 빨리 거두어들일 수 있지만, 5월에 들면 그해 보리농사가 늦어 망종 내에 보리농사를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망종이 4월에 들면 보리의 서를 먹게 되고 5월에 들면 서를 못 먹는다.”라는 속담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지역마다 망종의 얽힌 이야기도 다양합니다. 부산에서는 망종에 날씨가 궂거나 비가 오면 그해 풍년이 든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제주에서는 망종 날 풋보리 이삭을 뜯어 손으로 비벼 보리알을 모은 뒤, 맷돌에 갈아 죽을 끓여 먹으면 배탈이 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하죠.

전남에서는 ‘보리그스름’이라는 말로 풋보리를 베어다 그을음을 해서 먹으면 이듬해 보리농사가 풍년이 든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또, 망종 날 하늘에서 천둥이 치면 그해의 모든 일이 불길하다는 생각에 슬퍼했다고도 하죠. 반면, 망종 날 우박이 내리면 시절이 좋다고 말하는 지역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많은 지역에서 이날, 보리를 밤이슬에 맞혔다가 다음 날 먹는 풍습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하면 허리 아픈 데 약이 되고 그해를 병 없이 지낼 수 있다는 믿음도 있었습니다.


이런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망종이라는 씨앗을 뿌리는 시기. 이 시기가 한 해의 식량을 책임지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풍년의 소망으로 하루를 바삐 보내고 논과 밭을 바라보는 농부들의 마음. 그 마음을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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