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닌 밤

더픽션뷰로 | Vol. 순수 박물관 | BLUE BUREAU INK

by 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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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잃어서 누워 있는 거야?"


이스탄불의 8인실 도미토리 침대. 홀로 누워있는 제게 숙소 주인이 다가와 건넨 말이었습니다.


계획성이라곤 전무했던 J와의 길고 찬란했던 여행. 오천 원도 안 하던 부다페스트의 레모네이드, 생선을 익히느라 한 시간 반이나 씨름했던 크로아티아의 저녁, 캐리어 바퀴가 날아가 버린 울퉁불퉁한 이스탄불의 돌바닥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서툴고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돌아가는 비행기 날짜를 착각해 J가 하루 먼저 한국으로 떠나버리면서, 저는 낯선 이스탄불에 오롯이 혼자 남겨져야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가장 개인적인, 그래서 가장 보편적인. 책상 속 사무국 <더 픽션 뷰로>입니다.


오늘 배달해 드릴 서류철은 [Vol.1 순수 박물관]의 세 번째 기록, 가장 사적인 감상을 푸른 만년필로 적어 내려간 에세이 블루 뷰로 잉크(BLUE BUREAU INK)입니다.


J가 떠난 다음 날, 오르한 파묵의 두꺼운 소설 <순수 박물관>을 들고 찾아간 실제 박물관은 하필 휴일이었습니다. 굳게 닫힌 문 앞, 창문 너머 카운터만 허망하게 들여다보며 저는 '혼자 남은 시간'의 짙은 무의미함을 느꼈습니다.


왜 왔는지, 무엇이 즐거운지 알 수 없는 진공 같은 시간.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찬란하고 제아무리 즐겁더라도, 지나간 시간은 현재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요.


소설 속 주인공 케말은 그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그는 퓌순과의 현재를 꽉 붙잡는 대신, 주머니에 그녀의 낡은 물건들을 잔뜩 쑤셔 넣느라 걸음이 더뎠습니다. 그렇게 현재를 멀리 도망치게 둔 채, 뒤늦게 '순수 박물관'이라는 과거의 집을 지어 올렸죠. 떠나버린 열차의 시간표를 멍하니 붙잡고 선 어리석은 사람처럼 말입니다.


지하철을 탈지 버스를 탈지 망설이며 나서던 인천공항의 문 앞. 어디선가 저를 놀래키는 소리와 함께 나타난 건 한 손엔 아메리카노를 든 J였습니다. 다른 한 손엔 이미 제 손이 잡혀 있었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붙잡아야 할 것은 박제된 과거의 박물관이 아니라, 마주 잡을 수 있는 현재의 온기가 아닐까요. 가장 사적인 잉크로 꾹꾹 눌러 쓴 이스탄불의 텅 빈 밤, 그리고 다시 채워진 온기에 대한 글을 아래 링크를 통해 무료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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