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헨리, 난 찰리야. 찰리 채플린

by 이설

1936년에 만들어진 영화 [모던 타임즈] 시작은 '시계'이다. 흐르는 초침 위로 /CHARLIE CHAPLIN IN MODERN TIMES/가 뜬다. 초침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다음, 떼 지어 나타난 양들이 잠깐 스치고 무리 지어 움직이는 사람들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같은 쪽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다다른 곳은? 공장(工場:일 공, 마당/곳/밭/일구지 않은 땅 장-명사:원료나 재료를 가공하여 물건을 만들어 내는 설비를 가춘 곳) 이곳에서 우리 찰리는 나사 조이는 일을 시작한다. 반복(反復:돌이키다/되풀이하다 반, 돌아가다/되돌리다 복-명사:같은 일을 되풀이함) 반복, 반복 그러니까 또, 또, 또 혹은 되풀이, 되풀이, 되풀이. 그 사이 쉼은 있을 수 없다. 흐르는 초침처럼 흐르는 벨트, 컨베이어 벨트 덕이다.

기원전 250년 이래 다양한 종류의 컨베이어가 사용되어 왔다. 아르키메데스의 스쿠르 펌프는 물을 퍼올리기 위해 사용했던 가장 초기의 컨베이어이다. 체인 버킷을 사용하여 부피가 큰 물체를 운반한 버킷 컨베이어는 15세기 광산업이 태동하던 시기에 이루어진 기술 혁신이었다.
컨베이어 벨트는 이러한 단순한 기계들을 발전시킨 것이다. 1,700년대 초기 버전은 평평한 나무 침대 위에 놓인 가죽이나 나무 벨트 곡물 자루를 운반하거나 광산업에서 광물을 나르기 위해 사용되었다. 이후 벨트의 성분은 가죽이나 무명에서 고무로 교체되었으며 기계적인 요소들이 도입되었다.

[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세상을 바꾼 발명품 1001/ 잭 챌리너]-마로니에북스


컨베이어 벨트를 공장 생산 라인으로 처음 활용한 사람은 미국 사람 '헨리 포드'(1863~1947)이다. 이 사람은 '5퍼센트가 아니라 95퍼센트를 위한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입버릇이 있었다고 한다. 헨리 포드가 말하는 이 물건은? 자동차였다.

자동차를 누구나 살 수 있게 하려면 값을 낮추어야 하고 값을 낮추기 위해서는 만드는 방식을 바꿔야 했다. 그래서 한 가지 모양에 똑같은 성능을 가진 자동차를 만들기로 하고 도입한 방식이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분업(分業:나누다 분, 일 업-일을 나누어함)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1908년에는 한 시간에 한 대 꼴로 만들어지던 자동차가 1914년에는 24초당 1대가 되었고,1908년 900달러였던 자동차는 1914년에 400달러가 되었다.

일반 대중을 위한 자동차 T형

자동차 전용 길인 '찻길'이 땅 위를 덮었고 사치품이던 자동차는 점점 필수품이 되었다. 하여, 자동차를 사기 위해 사람들은 공장을 그만둘 수 없게 되었다. 물론, 먹고살기 위해 그만둘 수 없기도 했지만.

찰리 채플린(1889~1977)은 디트로이트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이 신경쇠약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기사를 읽고 '모던 타임즈'를 구상했다고 한다. '자동차 값 400달러 1914년'에서 '1936년 모던 타임즈 상영' 사이에 환희(歡喜:기뻐하다/좋아하다 환, 기뻐하다/즐거워하다 희-명사:큰 기쁨)는 신경쇠약이 되었다. 인간사 참 묘하다. 기계처럼 일해야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구조. 그 구조 밖으로 밀려나면 생존이 어려운 모던 타임즈.

김훈 선생님은 말했다.

나는 인간의 삶을 이루는 가장 아름다운 조건이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시간.
시간처럼 아름다운 것이 없죠. 우리 앞으로 흘러오는 많은 새로운 시간들이 있잖아요. 정말 낯설고 경험되지 않은 놀라운 시간이 우리 생명으로 흘러들어 오는데, 이것은 참 신바람 나는 일이잖아요. 모든 아름다움과 자유, 정의를 건설할 수 있는 그 바탕이 바로 시간의 새로움일 거예요.

[글쓰기의 최소 원칙]-룩스문디


오늘 하루를 고스란히 바쳐 생존해야 하는 사람들이 들으면 얼마나 기가 찰까. 저런 소리를 만약 재벌 3세가 했다면 나도 흥! 콧방귀 뀌었겠지. 하지만 평생 밥벌이하며 사셨고 그렇기에 그 어려움을 잘 아는 김훈 선생님이 한 말씀이라 고개를 끄덕인다.
산업혁명 이후 기술은 꾸준히 발전했고 사람이 일하지 않아도 생산이 가능한 시대가 앞에 있다고 한다. 기계가 할 일은 기계한테 맡기고 사람은 사람이라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세상이 되면 '우리 생명으로 흘러드는 시간'을 누구나 누리게 될 수 있을까? 있다.
산업혁명이 한창 진행 중이던 1811년에서 1817년 영국에서는 기계 파괴 운동이 있었다. 지금도 익숙한 말들인 '경제 불황, 고용감소, 실업자 증가, 임금 체불, 물가 상승' 등으로 생활이 어려워진 노동자들이 문제는 기계로부터 왔다고 여겨 벌인 운동이다. 문제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들이 만든 사회 구조에 있었기에 이 운동은 실패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돈이 넘쳐난다. 아니, 지금 인류는 지나치게 부자다. 잘 나누기만 해도 된다. 사람을 기계처럼 여기고 기계를 사람처럼 다루던 시대를 지나오며 알게 된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게 하면 된다.


영화 모던 타임즈 끝은 길이다. 자동차들이 달릴 수 있도록 만든 길. 그 길 한가운데로 나선 찰리는, 자동차가 아닌 사람 찰리는 달리지 않는다. 걸어간다. 찻길은 앞으로도 뒤로도 끝이 없다. 찰리 옆에는 애인이 있다. 두 사람 뒷모습에 걱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