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하루일지도...

상품명 Post-it

by 이설

이렇게 생긴 애들을 '고양이'라고 한다. 고양이는 보통명사(普通名詞)이다. 보통명사를 풀어보면 이렇다. /넓다, 두루 보(普) 통하다 통(通) 이름 명(名) 말 사(詞)=두루 통하는 이름 또는 두루 통하는 말/ 그러니까 길에 사는 고양이도 고양이, 네 집에 사는 고양이도 고양이, 내 집에 사는 고양이도 고양이 되시겠다.

나는 나와 사는 고양이를 '루시'라고 부른다. 그래서 루시는 자기가 루시인 줄 안다. 자기가 고양이인 줄 모른다. 나와 너에게만 의미(意味) 있는 이름 루시는 고유명사(固有名詞)이다.

세상에는 보통명사 보다 고유명사가 더 많지만 우리는 보통 사람들과 보통명사로 소통하고 고유한 사람들과는 가끔 고유명사로 소통한다. 그래야 혼란이 적기 때문이다. 하여 돈을 벌려고 만든 물건에 붙인 고유명사가 사람들에게 보통명사로 쓰인다는 것은 그 물건이 어마어마하게 팔렸다는 뜻이고, 그 물건을 만든 회사는 어마어마하게 돈을 벌었다는 뜻이다. 그런 물건들 가운데 '포스트잇'이 있다.

3M은 미국 기업이다. 1902년 미네소타광산제조회사(Minnesota Mining and Manufacturing Company)로 시작해서 3M이라고 했다는데 mining(채광)은 하지 않는다. 채광 사업은 시작부터 실패했기 때문이다. 왜? 회사를 차린 사람들이 캐내려고 한 광물은 연마재 재료 강옥(corundum)이었으나 나온 것은 질 낮은 사암이었다고. 그래서 그들이 사업을 접었다면 촌스러운 빨간색 3M 로고는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3M은 채광 사업을 접고 샌드페이퍼를 만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포라고 불리는 연마제이다. 그러다 1925년에는 연마제와는 거리가 먼 '마스킹 테이프'를 발명해 세상에 내놓더니 또 '스카치테이프'라는 이름으로 투명 접착 용품을 만들고 팔아서 떼돈을 번다. 정리하면 이렇다.
채광 실패→연마제 개발→생뚱맞은 마스킹 테이프→투명 테이프 개발→고유명사 '스카치테이프'는 보통명사가 됨→번 돈을 강력 접착제 개발에 투자

이런 회사에서 스펜서 실버(1941년~) 박사는 '어떻게 하면 더 잘 붙게 할 수 있을까?'를 연구했다. 그러다, 잘 붙기는 하는데 떨어지기도 잘 떨어지고 다시 붙이면 또 붙는 애매한 발명을 하게 된다. 이런 걸 어디에 써, 싶었지만 그래도 쓸모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사내 기술 세미나에서 알렸다. 사람들 반응은? 야~신기하다,가 끝이었다. 단 한 사람 '아서 프라이'만 빼고.


아서 프라이(1931년~)는 실버 박사랑 같은 연구소에서 일하던 사람이었다. 이 사람은 교회에서 성가대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성가대에서 바라는 노래를 그때그때 빨리 찾고 싶어서 찬송가집에 종잇조각을 끼워두고는 했다. 그런데 이 종잇조각들은 찬송가집을 펼칠 때마다 떨어졌고, 이 불편함을 해결하려고 살짝 풀을 발라 끼웠더니 나중에 뗄 때 책이 찢어져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했다. 그러다 실버 박사가 몇 년 전 내놓은 이도 저도 아닌 발명품을 떠올리게 된다.


이도 저도 아니었던 발명품을 활용하여 세상에 없는 종이를 개발하기로 마음먹은 아서 프라이는 연구를 시작한다. 잘 붙으면서 뗄 때도 책이 찢어지지 않고 뗀 자국이 남지 않으며 다시 붙이면 또 붙는 종이는 '알맞은 접착력과 접착 지속력'이 핵심이었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1977년 드디어 세상에 나온 종이는 책 갈래 표시뿐 아니라 메모지로도 쓸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낯설었던 이 종이는 처음부터 사람들에게 그다지 매력 있게 다가가지는 못했다. 당연히 팔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서 프라이는 자기가 개발한 이 종이의 쓰임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주요 기업 비서들에게 이 종이를 써보라고 보낸다. 각 기업 비서들은 서류들을 처리하며 짧게 붙였다 뗄 때도, 그날그날 할 일을 간단하게 적어 붙였다 뗄 때도 이 종이를 쓰니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알려진다. 상품명 'Post-it'


포스트잇은 고유명사였다. 3M에서 만들어 내놓은 상품 이름.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접착 메모지=포스트잇'으로 알고 있다. 어느 회사에서 만들었건 그냥 포스트잇이다. 이렇게 되는 과정에는 쓸모없음에서 쓸모 있음을 보고 그 쓸모 있음을 현실로 만든 아서 프라이라는 사람이 있다. 아서 프라이가 특별한가? 그럴 수도. 하지만 어쩌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스쳤을 기회를 습관적 생각으로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