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우리 고단함으로 Hammering Man

조나단 보로프스키(Jonathan Borofsky)

by 이설

멀리 빛이 새어 나오는 창들 가운데 저 사람 집은 어디일까? 바람의 등을 타고 터벅터벅 자기 집으로 가는 사람을, 쏘옥 빛으로 들어가 따뜻한 밤에 안겨 잠드는 저 사람을 상상합니다. 뒤척이지 않고 스르르, 엄마 품에 안긴 아기같이 스르르,,,,,,,,,눈을 뜨면 다시가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게 말입니다.

삶은 고단합니다. 고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도 하지 않고 '가만 생존'이 가능했던 엄마 뱃속에서 자궁문을 밀고 나온 그 위대한 순간부터 우리는 사는 일(生)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탯줄이 끊기면 가만 생존도 끝이라 우렁찬 울음으로 들숨과 날숨을 시작하고 들숨과 날숨은 늙음(老)으로 가기 때문입니다. 터벅터벅 꾸준히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고단함에 충실해야 합니다. 고단함에 충실할수록 삶은 넓어지고 수많은 경험들로 채워질 겁니다.

고단함에 충실하려면 우리는 밥벌이를 해야 합니다. 그 밥벌이를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든 사람이 있습니다. 미국 조각가 '조나단 보로프스키(1942~)'입니다.

조나단 보로프스키(Jonathan Borofsky, 1942~)는 미국 출생의 조각가로 세계 도시의 공공장소나 빌딩 앞에 초현실적인 대형 작품을 설치하는 작가입니다. 그는 1979년 뉴욕의 폴라 쿠퍼 갤러리(Paola Cooper Gallery, New York)에서 <워커 Worker>라는 제목으로 해머링 맨(Hammering Man) 형태의 작품을 처음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이후 곧바로 <해머링 맨>으로 이름을 바꾸고 조각가로서의 명성을 얻으며 세계 11 개의 도시에 <해머링 맨>을 설치했습니다. 독일, 스위스, 미국 등에 이어 7번째로 설치된 흥국생명빌딩의 해머링 맨은 22m의 크기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35초에 한 번씩 망치질을 하며, 광화문의 직장인을 대변하듯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동.하절기 시간대 조정/토,일,공휴일 쉼) 망치질을 통해 노동과 삶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화미술관 누리집

이 세상 밥벌이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대 밥벌이와 내 밥벌이는 다른 모양새로 엮여 있지요. 그 다른 모양새를 조나단 보로프스키는 망치 든 손에 모두 담았습니다. 저런 작품을 만들어 팔면서 조나단 보로프스키도 밥벌이합니다.


광화문에서 해머링 맨을 만났을 때 저는 오르내리는 팔을 한참 보았습니다. 그때는 '뭘까……? 이 느낌은 뭘까?' 했지만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압니다. 그래서 들어온 숨이 나가지 않거나 나간 숨이 들어오지 않는 때(死)까지 꾸준해야 하는 고단함에 충실하기로 다짐합니다. 아직은 아픔(病)이 두렵지만 미리 두렵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광화문에 나갈 일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들여다보세요. 해머링 맨이 그대에게는 또 다른 얘기를 들려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