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습관이 없었던, 아니 일 년에 책을 한 권 읽을까 말까 했던 나는 이제 그래도 한 달에 두 권 이상, 일 년에는 30권 정도는 책을 읽고 있다.
이렇게 책을 읽게 된 배경에는 독서모임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독서모임이 있었어도 책을 끝까지 읽었던 적이 별로 없었다.
책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읽게 된 계기는 이윤정 작가의 『평단지기 독서법』을 읽고 나서부터였다. 책에는 무수히 많은 좋은 내용이 있었지만, 지금 나에게는 '새벽 독서' 하나만 남았다.
책은 정말 가성비 높은 매체다. 한 사람의 지식과 경험을 집대성한 것도 모자라, 작가가 어떻게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몇 번이고 퇴고를 거친다. 그렇기 때문에 문장 자체의 완성도도 높고, 엄청나게 많은 좋은 내용을 담고 있다.
평단지기 독서법으로 아침마다 읽게 되면 대략 10일 정도 동안 매일 2-3개의 인사이트나 행동 방안이 나온다. 한 권이면 20-30개의 "목표 행동"이 나오는 셈이다. 20개만 잡아도 일 년에 30권이면 600개의 목표 행동인데, 그걸 다 지킬 수 있을까?
나의 방법은 이렇다.
우선 인사이트나 행동 방안은 꼭 정리해둔다. 나중에 언제라도 찾아볼 수 있도록, 강의에서도 쓸 수 있으니까.
읽으면서 계획했던 "목표 행동" 중 하나 이상은 그날 해보려 한다. 예를 들어 어제까지 읽었던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에서 세로토닌 분비를 통한 하루 리셋을 위해 30분 이상 햇볕을 쬐어야 한다는 내용을 보고 "30분 이상 산책"이라는 목표 행동을 세웠다.
이 목표 행동을 세울 수 있는 기준도 '나의 평소 행동 스타일'을 고려했다. 고민이 한참 많을 때 셀프 코칭을 하며 점심때 공원 산책을 했었던 기억이 났다.
요즘엔 너무 더워서 걷는 것 자체는 할 수 있지만, 다녀오고 나서 땀냄새가 날까 봐 안 하고 있던 산책이었다.
그저께, 처음으로 다시 산책을 시작했다. 책을 읽고 산책을 해서 그런가? 왠지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았다. 역시 땀이 많이 난다. 사무실까지 올라오는 엘리베이터에서 땀냄새가 날까 걱정이 되었다.
어제는 집에서 작은 수건 하나와 갈아입을 면 티셔츠를 가지고 출근했다. 여차하면 산책 후에 갈아입을 수 있도록. 수건과 함께 한결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에 나섰다. 여전히 덥지만, 할 만했다. 딱 30분. 이 여름 날씨에 30분 이상은 무리다.
평단지기 독서법으로 독서모임 책을 읽기 시작했던 초기, 접했던 책이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이 많은 지식들을 어떻게 행동으로 옮기지?'라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어떻게 저렇게 쭉쭉 읽어나가는 걸까?
나는 한 꼭지, 아니 한 페이지만 읽어도 이렇게 줄이 빼곡히 그어졌다. 줄만 긋고 몇 가지 생각만 써보는데도 하루에 열 페이지, 아니 다섯 페이지도 읽기 어려웠다.
책을 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아, 책을 읽기만 해서는 변화가 없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매일 아침 정리해보기 시작했고, 그중 하나를 행동해보려 했다.
모든 책을 읽고 나서 내가 "변화해야" 하는 건 아니다. 책마다 모두 나에게 주는 인사이트가 다르니까. 생각의 방향을 바꾸는 인문학 서적도 있고, 감동이나 서정적인 생각을 갖게 하는 시집도 있다.
하지만 '정보'를 주고 '행동'의 변화를 추천하는 책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자기계발서 혹은 에세이 등. 이런 책을 읽기만 하는 것은 그냥 '읽었다'가 될 뿐이다. 내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실행해봐야 한다.
읽었던 것 중 하루에 하나만 우선 해본다. 그리고 해본 것 중 지속적으로 실행이 가능한 것을 효과성과 용이성을 생각해서 남긴다. 책 한 권에서 딱 하나면 된다.
나에게는 그것이 "하루 30분 햇볕 쬐기"였다.
30분 햇볕 쬐기의 효용성을 알게 되니, 이걸 아침에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게 된다. 아침 출근을 다시 자전거로 해야 하나? 팀에 양해를 구하고 30분 동안 산책을 좀 하고 올까?
하나의 행동이면 된다.
그러면 우리는 일 년에 30개의 행동으로 더 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