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이 끝났다

복직 전날 밤

by 무화과

1년 3개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오늘 자정이면 끝난다. "소감이 어때?" 남편이 물었고, 나는 답했다. "카페베네야…"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약 10년 전 입사한 이래 이렇게 긴 기간 일을 쉬어본 적이 없다. 나는야 구석기 시대 인간. 평생직장이란 말이 사라졌다는데 나는 첫 직장을 쭉 다니는 중이다. 이직 없이. 해외여행 가면 퇴사하고 여행 온 사람이 그렇게 많던데. 아르바이트나 인턴 경험 외에 직장인으로 산 기간 내내 이 회사에서 이 회사의 문법에 따라 일했다. 인생의 약 3분의 1을… 세상에나. 이렇게 말하면 정신이 번쩍 든다.


인생의 30%를 보낸 회사로 내일이면 돌아간다. 근데 왜 난생 처음 가는 곳 같지? 요며칠은 수습으로 돌아가 상사에게 밑도 끝도 없이 털리는 꿈도 꿔댔다. 심지어 운동화 충전을 제때 안 해놔서 운동화가 방전됐다고(???) 혼나는 꿈도 꿨다.


이 지경이 되고 나서야 육아휴직 후 복직했던 선배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복직 전부터 회사 술자리에 얼굴을 비추던 그들.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거지?' 생각했던 철딱서니 없던 나. 아가씨야, 그럴 만하니 그랬겠지… 그녀들에게 나는 충분히 친절했나? 아니었을 것 같아 속이 쓰리다.


"몸이 다 기억하더라. 기분 나쁠 정도로!" 모 선배는 복직하면 예전만큼 일하는 건 문제도 아닐 거라며 나를 다독였다. 더도 덜도 말고 저렇게. 다음 복직자들에게 나도 저렇게 말해줘야지. 기억해둔다.


복직 전야. 서재에 틀어박혀 1년 3개월을 정리하는 글을 여기저기에 적어본다. 15개월 동안 아이를 최선을 다해 키웠고, 나도 조금쯤은 자랐다. 나는 좀 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졌다. 세상이 좀 더 나은 곳이면 좋겠다고 바란다. 그거면 됐다. 오늘은 아기랑 동물원 나들이 가는 꿈을 꿔야지. 아기는 요새 코알라 그림만 보면 웃는다. "Cuzz you are my girl~ You are the one that I envisioned in my 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