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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석 Sep 24. 2023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선수 교체 논란

기준 애매한 예술체육요원 제도 없애야 한다. 


국가대표 선발, 반복되는 잡음의 원인은 병역 면제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시작되었다. 메가스포츠 이벤트의 위력이 예전 같지 않은지라 예년에 비해 그다지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야구 대표팀 선수 교체가 문제가 되면서 야구 커뮤니티가 시끌벅적해졌다. 


야구 국가대표팀 최종 엔트리 등록을 하루 앞둔 9월 22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경기력향상위원회와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기아 타이거즈 투수 이의리를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윤동희로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부상, 컨디션 저하, 개인 사정 등 여러 이유로 대표팀 엔트리가 바뀌는 일은 자주 있다. 당장 하루 전인 21일에도 부상으로 출전이 어려운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구창모(NC 다이노스 투수) 대신 김성윤(삼성 라이온즈 외야수)과 김영규(NC 다이노스 투수)를 대표팀에 뽑았다. 이 교체에 대해서는 김성윤이 아니라 김현준(삼성 라이온즈 외야수)을 뽑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주장도 있었지만 타격 성적이 김성윤이 조금 더 낫고, 김현준이 뽑힐 경우 삼성은 국가 대표팀에 군 미필 선수가 3명이 뽑혀 다른 팀과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에 대체로 납득했다. 


KBO가 밝힌 대표팀 선발 원칙은 만 24살 이하 또는 입단 3년 차 이내 선수를 구단별로 최대 3명(나이 제한 없는 와일드카드는 3명을 뽑고 구단별로 최대 1명) 이내로 뽑는 것이었다. 명시적인 원칙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팀별로 군 미필 선수가 3명이 뽑힌 팀이 없었기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암묵적으로 팀당 미필자는 2명으로 제한한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었다. 


그런데 이의리가 윤동희로 교체되면서 논란이 시작되었다. 오른손 타자 외야수가 부족한 현 대표팀 상황과 이제 2년 차인데도 3할에 가까운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윤동희 선수의 실력을 고려한다면 대체선수로 뽑힌 것이 논란이 될 여지가 없다. 문제는 윤동희 선수가 뽑히면서 롯데 자이언츠는 유일하게 미필 선수 3명이 대표팀에 참가하는 팀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면 미필인 선수들의 병역이 면제되고, 프로야구 선수들이 주축인 한국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가능성이 매우 높은 편이라서 대표팀 선발 문제는 늘 많은 잡음을 일으켰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는 당시 성적이 아주 좋지는 않았던 박해민(당시 삼성), 오지환(당시 LG) 선수의 선발이 논란이 되었다. 당장의 성적보다도 수비와 주루 등 특정 롤을 수행할 선수로 충분히 뽑힐 수 있는 선수들이었지만 당시 미필 선수들이어서 문제가 되었고 이 일로 선동열 대표팀 감독은 이후 국정감사에까지 불려 나갔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는 나지완(당시 기아) 선수가 뽑혔지만 부상 때문에 제대로 뛰지 못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윤동희, 오지환, 박해민, 나지완 모두 대표팀에 뽑혀서는 안 될 정도로 실력이 크게 부족한 선수들은 아니다. 충분히 뽑힐 만한 이유들이 있는 선수였는데 논란이 된 까닭은 이들이 당시(현재) 미필 선수였기 때문이다. 국가대표팀이라고 하면 응당 최고의 실력을 가진 선수들을 뽑아서 최고의 팀을 만들어야겠지만, 그러다 보면 특정팀만 병역을 면제받는 선수가 여럿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대표팀 선발은 늘 민감한 이슈고, 항상 잡음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팬들은 팬들대로 마음이 상하고, 일부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팬들 때문에 해당 선수들 또한 불필요한 비난을 받거나 심한 경우 정신적 정서적인 폭력에 노출되기도 한다. 



애매한 기준, 예술체육요원의 자격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면제는 엄밀하게 말하면 법적으로 병역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병역법은 병역의 종류를 규정한 제5조 3항에서 보충역을 규정하고 있는데 사회복무요원, 공중보건의사, 공익법무관 등이 이에 속하고 '예술·체육요원'도 이 보충역에 속한다. 예술체육요원 제도는 1973년에 만들어져 여러 차례 개정되었는데 "국위선양 및 문화 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 대하여 군복무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하게 하는 제도"다. 법적으로는 보충역에 해당하지만 실상은 3주간의 기초군사훈련만 받고 나면  이후 자신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을 군복무로 인정해 주는 제도이기 때문에 군면제로 인식되는 것이다. 


현재 예술요원은 국제 음악 경연대회 26개, 무용 5에서 2위 이상으로 입상하거나 국악처럼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에서는 5개 국내대회에서 1위를 한 사람들에 해당하며 이때 각종 대회의 해당 여부는 병무청장이 정한다.  체육요원은 올림픽에서 3위 이내에 입상하거나 아시안게임에서 1위를 한 사람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기준이라는 게 늘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예술요원에 선정가능한 음악 경연대회는 주로 클래식 음악들인데 BTS처럼 대중음악 뮤지션들은 아무리 국위 선양을 하고 문화 창달에 기여해도 예술요원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스포츠계에선 반대로 법이 정한 원칙에 해당하지 않는데 대중적인 인기를 기반으로 체육요원이 된 사례가 있었다. 2002년 월드컵 4강에 진출한 축구선수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위를 한 야구 선수들은 예외적으로 체육요원이 되어 사실상 '병역 면제'를 받았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면 따는 대로, 따지 못하면 못하는 대로 논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논란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이는 대표팀 선발의 문제가 아니라 병역제도의 문제고, 병역제도로 풀어야 한다. 



병역 면제를 없애야 한다


나는 예술체육요원 제도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국위 선양'과 '문화 창달'이라는 기준은 너무 모호하다. 우리나라가 아직도 한국인이 국제 대회에서 상을 수상하면 국위가 선양되는 정도의 나라인가도 의문스럽지만 그를 차치하고라도, 사실상 병역을 면제해 줄 수 있는 국위 선양이나 문화 창달의 기준에 대해 엄정하고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기준은 존재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제도는 태생적으로 평등성에 위배된다. 국제 콩쿠르 우승자는 면제해 주면서 빌보드 1위는 왜 안 되냐는 어느 BTS 팬의 말이 논리적으로 틀린 말이 아니다. 예술체육요원 제도를 대중문화까지 넓힌다면 아카데미나 칸 영화제에서 수상한 배우나 감독의 성취도 인정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또 되물을 수 있을 것이다. 예술체육요원 제도가 존재하는 한 문제는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지속될 것이다. 이는 문화예술계가 아닌 다른 생업에 종사하는 국민들과의 형평성에도 위배된다. 


그렇지만 예술체육요원 제도를 없애는 것은 신체적 능력이 왕성한, 상대적으로 인생의 짧은 시기 동안 바짝 일을 해야 하는 스포츠 선수들의 특성을 생각하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예술체육요원 제도의 혜택을 받는 선수는 극히 소수에 불과할 뿐이고 이는 스포츠 계 안에서도 불평등을 조장하는 제도다. 스포츠라는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극소수의 구성원만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할 것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를 위한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 


이는 병역제도에 대한 전면적이 검토가 필요한 일이다. 한국 군대는 많은 문제에 대해 당장의 비난을 피하고자 고무줄 늘였다 줄이듯이 마구잡이로 땜빵하는 식의 대응을 해왔다.  70여 년 전 한국전쟁 시기의 사고방식과 운용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 군대가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하는지를 우리 사회가 논의해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이고, 국민의 평화화 안전을 위해 국가가 해야 하는 역할은 무엇이고 군대는 어떠해야 하는지 논의하면서 군복무로 인해 개인의 삶을 어느 정도 희생해야 하는 이들의 부담을 어떤 방식으로 줄여갈지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 


엘리트 스포츠 스타들만을 위한 혜택이 아니라 스포츠 산업 구성원 모두, 더 나아가 모든 입영대상자들의 부담을 줄이는 방식을 찾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렵다고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피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국가와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이들의 부담과 희생을 줄이는 일은 국가의 의무다. 이 의무를 제대로 수행할 능력이 없는 국가라면, 이들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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