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병역거부자의날 토크쇼, 그런 난민 병역거부자 트랜스젠더는 없다
5월 15일 병역거부자의날 행사는 주로 자전거 행진을 했다. 코스가 조금씩 변하긴 했지만 최근 몇 년은 헌법재판소에서 국회까지 자전거를 탔다. 헌법재판소가 병역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기를, 국회가 대체복무 법안을 입법하기를 촉구하기 위한 행진 코스였다. 우리가 외친 구호는 주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고 병역거부자를 석방하라"였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2018년 6월 헌법재판소는 병역법이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대체복무제 만들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국회는 2019년 12월 27일 대체복무 법안을 통과시켰다. 문제가 많은 법안이지만 어쨌든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행사 구호도 달려져야 했다. 자전거 행진도 재고해야 했는데 특히 헌법재판소는 더 이상 상징적인 장소가 아니어서 코스가 마땅치 않았다.
작년 말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를 읽으면서 트랜스젠더 성별 정정 심사에 대해 내가 전혀 몰랐던 사실들을 페이스북에 썼다. 희망법의 한가람 변호사가 내 글의 사실관계 오류를 알려주면서 댓글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병역거부 심사와 트랜스젠더 성별 정정 심사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당사자에게 진실한 양심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요구하는 것처럼 진짜 남성/여성으로서 증거를 요구하고, 그 과정에서 이른바 정상적인 신체와 정체성이 기준이 되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비정상적인 사람이 된다.
재밌는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병역거부 심사와 트랜스젠더 성별 정정 심사를 함께 살펴보면 어떨까? 국가가, 이 사회가 각각의 심사에서 어떤 편견을 강화하는지, 어떤 인권침해를 유발하는지 찾아보면 재밌지 않을까? 예멘 난민 때 보니까 난민 심사도 병역거부 심사와 비슷한 거 같던데 아예 이 세 가지 심사를 묶어서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회와 병역거부팀에서 이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더니 다들 흥미로운 주제라고 했다. 회의를 거쳐 올해 병역거부자의 날은 병역거부 심사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난민 인권 운동 그룹과 트랜스젠더 인권 운동 그룹과 함께 행사를 치러보자고 했다.
3월 초에 몇몇 단체들에 아이디어를 소개하면서 2020년 병역거부자의 날 행사를 같이 기획해보자고 제안했다. 난민인권센터,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희망벙)에서 함께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첫 회의 때는 서로 인사를 나누고, 병역거부자의 날에 대해 소개하고, 이번 행사의 아이디어와 행사를 통해 각 단체에서 얻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이야기를 했다. 두 번째 회의 때는 각각의 심사 과정에 대해 서로 발제하며 공부했고 그러면서 틈틈이 병역거부자의 날 행사를 어떤 방식으로 하며, 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말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좁혀 나갔다.
행사 기획을 위해 모인 단체 모두 대중적인 행사를 하기를 원했다. 세미나나 토론회보다는 모두가 좀 부담을 덜고 볼 수 있는 토크쇼 형식이 좋다고 판단했다. 난민, 병역거부자, 트랜스젠더 각각의 이야기만도 어려울 수 있으니 너무 무겁지 않게 전달하고 싶었다. 그래서 토크쇼를 기본으로 하되 꽁트로 해보기로 했다. 코로나 시대이니만큼 온라인으로 방송을 해보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운동권들이 토크쇼 할 때 보면 다들 해야 하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 말이 길어지고 분위기가 루즈해지은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도 그러면 어쩌지? 오프라인 토크쇼라면 객석 반응 보면서 영 아니다 싶으면 말을 줄이거나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온라인에서는 한 번도 안 해본 일이라 걱정이 됐다. 그래서 토크와 영상을 사전 제작해서 중요한 멘트만 살려 편집을 하고, 행사 당일에는 라이브 방송으로 사전 제작된 영상을 틀어주면서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토크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우리는 우리가 꾸미고 있는 일의 규모를 알지 못했다. 다들 좋은 아이디어라고 동의하면서 자연스럽게 토크쇼와 꽁트를 함께 하면서, 미리 녹화해서 편집한 영상과 라이브 방송을 병행하기로 했다.
사실 내용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모두들 각자의 영역에서는 전문가였지만 서로 다른 심사 영역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지 못했다. 게다가 난민과 병역거부자와 트랜스젠더를 '심사'라는 키워드로 함께 다루는 기획은 우리가 최초였다. 다들 베테랑 활동가들이라서 큰 무리 없이 내용을 생산해낼 수 있었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나마 내용 생산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얼마나 어려울지 가늠할 수 있었다. 사전 영상 제작과 특히 라이브 중계는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는 상황. 모르는 게 무엇인지 모르니 걱정조차 못하는 상황이었다.
3.1 핸드폰 하나로 멋진 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광고는 거짓말이다: 사전 촬영 및 편집
사전 영상 제작은 전쟁없는세상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했다. 출연진들은 공동 기획 단체들과 함께 섭외했고, 촬영과 연출, 편집을 전쟁없는세상이 섭외했다. 토크쇼와 꽁트 출연진들은 단 한 명도 거절하지 않고 섭외에 응해주셨다.
문제는 촬영, 편집, 연출 등 보통의 활동가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기술자들의 섭외였다. 사실 섭외를 담당한 내가 무엇을 부탁해야 하는지 모른 채 아는 다큐 감독들에게 촬영을 도와달라고 무작정 요청했다. 내가 아는 게 없으니 그들이 많은 것을 챙겨야 했다. 당시 우리의 대화는 이런 식이었다.
나: 5월 5일 촬영 스케줄 되죠?
감독들: 근데 마이크는 어떻게 할 거죠?
나: .... 마이크가 있어야 하는군요.....
감독들: 조명은 있나요?
나: ... 그것도 신경 써야 하는 거군요...
감독들: ... 알겠습니다... 저희가 챙겨갈게요..
영상이 예쁘게 나오려면 무대 연출이 필요했다. 활동가 중 연극 연출 경험이 있는 이에게 연출을 부탁했고, 그 활동가가 촬영장소와 영상편집자까지 섭외했다. 연출자는 꽁트 대본을 촬영용 대본으로 고쳤고 이를 촬영감독들에게 전달했다. 그러면서 분장이라든가, 의상, 여러 소품들을 챙겼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토크든 꽁트든 활동가들이 떠들면 한 명이 아이폰 들고 그걸 영상으로 찍는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프로페셔널들이 가세하자 우리의 스케일이 달라졌다. 토크쇼는 카메라 3대를 써서 촬영했고, 꽁트는 분장도 하고 감독님께서 배우들의 동선을 조정하고 연기 디렉팅까지 하면서 카메라 두 대로 촬영했다. 한 씬을 여러 각도에서 여러 번 찍었는데, 마치 드라마 촬영 현장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덕분에 편집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이렇게 전문적으로 일을 하는 분들인데, 우리가 뭐라고 편집에 대해 배 내놔라 감 내놔라 하겠나. 감독님이 빨리 편집에 들어갈 수 있도록, 편집 구성안을 짜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유일한 걱정이었다. 업무를 나눠 맡아서 녹화 영상 녹취를 풀고, 녹취를 바탕으로 영상편집 구성을 짰다. 40분 분량의 영상이 필요해서 거의 70% 분량을 날리면서도 중요한 메시지를 살려야 했다. 그러고 자막 텍스트를 만들었다. 꽁트 자막은 영화 자막처럼 모든 대사를 다 넣었고, 토크의 자막 중요한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해서 감독님께 넘겼다.
3.2 처음부터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것이 고생을 줄이는 길이다: 라이브 방송 준비
사전 영상 제작보다 더 큰 문제는 라이브 방송이었다. 우리 계획대로 한다면 라이브 방송 중간에 사전 제작한 꽁트 영상과 토크 영상을 틀었다가 다시 라이브 방송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그걸 어떻게 하는 건지 아무도 몰랐다. 인스타로 방송하면 된다더라, 유튜브 채널 구독자 1000명 이상이면 된다더라, 이런저런 이야기만 들었는데 확실하게 아는 사람이 없었다.
어느 플랫폼을 이용해야 할지, 라이브 중에 영상 송출은 어떻게 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어서 유튜브 채널에 활발히 콘텐츠를 올리는 감독님께 전화를 해서 물어봤다. 감독님은 내 이야기를 듣고 잠시 후에 전화해서 자기네 채널로 라이브 중계를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우리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전문 영상집단이 붙고 나서 여러 가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도 난민인권센터나 희망법,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도 본업이 영상 제작하는 단체가 아니다 보니 우리는 영상의 퀄리티에 대해 큰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이미 유명한 다큐를 여러 편 찍고, 유튜브 채널에도 고퀄리티의 영상 콘텐츠를 올리는 팀에게는 어설픈 영상을 자신들의 채널에서 상영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다.
우리가 하려고 하는 건 특별한 스위치 기계와 그 기계를 다루는 기술자가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결국 감독님은 그 기술과 장비를 보유한 또 다른 감독님을 섭외해왔다. 라이브 중계 촬영을 담당할 원래의 감독님, 스위치 기계를 담당한 감독님,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이 방송 장소인 이주민방송 스튜디오에서 모여서 회의를 하면서 나는 내가 저지른 일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카메라 4대, 조명 3개, 모니터 4개, 와이어리스 마이크 5개, 그리고 중계기 스위치. 내 머릿속에 하나도 들어있지 않은 필수품들 목록을 확인하면서 한편으로는 감당 안 되는 사고를 친 게 아닌가 두려웠고, 다른 한편으로는 두 팔 걷고 도와주는 여러 훌륭한 전문가들 덕분에 내가 처음 생각한 것보다 훨씬 높은 퀄리티의 행사가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이 공존했다.
사전 촬영과 편집, 라이브 방송을 준비하는 중간중간 홍보에 힘썼다. 티저 웹포스터를 먼저 공개했고 그다음엔 프로그램과 출연진까지 담은 웹포스터를 제작에 SNS에 홍보했다. 마지막으로 유튜브 방송 링크가 나온 뒤에는 링크를 직접 홍보했다. 처음 하는 온라인 라이브 방송인지라 사람들이 얼마나 볼지, 누가 볼지 알 수 없어서 불안했다. 그 불안함을 잊기 위해 더 열심히 홍보하는 수밖에 없었다.
4:00 PM 장비 및 장소 세팅
사무실에서 프로그램표와 대본을 출력하고 모니터를 두 대 챙겨서 스튜디오로 향했다. 다른 장비는 연분홍치마와 김상규 감독님이 각자 가져오기로 했다. 스튜디오에 도착했더니 이미 장비를 세팅 중이었다. 촬영장비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딱히 할 일이 없었다. 활동가들은 카메라 세팅과 무대 세팅을 위해 마네킹이 되거나, 간식이나 건전지 따위를 사 오는 일을 열심히 했다. 감독님들은 카메라며 조명, 무대의 책장과 의자를 어떻게 배치해야 화면이 이쁘게 나오는지 논의해가면서 촬영장비의 자리를 잡았다. 또한 중계기와 각 카메라를 연결하고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지 확인을 했다.
6:00 PM 출연진 미팅 및 마지막 점검
출연진들이 다 모였다. 리허설도 없이 순서를 정하고 방송 준비에 들어갔다. 변수가 하나 있었다. 사전 제작한 토크 영상이 오디오 상태가 좋지 않은데 너무 길다는 지적이 나왔다. 온라인 방송 특성상 시청자들이 대거 떨어져 나갈 수도 있다고 했다. 우리는 현장에서 45분짜리 영상을 27분까지만 틀고 나머지 내용은 라이브로 소화하기로 결정했다.
출연진들은 자신의 대사를 연습했고, 촬영팀은 장비를 점검하며 만전을 기울였다. 나머지 활동가들은 그 밖의 일을 담당했다. 타리는 시청자들의 사연과 질문을 사회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고, 나는 채팅방에서 사람들에게 대답해주고 공지사항을 알리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다른 사람들도 실시간으로 채팅창에 적극 참여해서 분위기가 죽지 않게 하는 역할을 맡았다.
7:00 PM 라이브 방송 시작
드디어 방송 시작. 세상에 나 재판받을 때보다 더 긴장되고 떨리더라. 다행히 출연진들은 전혀 위축되어 보이지 않았다. 5월 5일 사전 촬영을 할 때는 처음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는데 벌써 두 번째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하는 거라서 그런지 멘트가 끊기거나 발음이 씹히거나 말을 버벅대는 일조차 없었다. 모두들 프로페셔널 방송인처럼 자연스럽게, 그러면서도 전달해야 하는 이야기를 빼먹지 않으면서 대사를 이어갔다.
중간중간 사전 제작 영상을 송출할 때면 잠깐이나마 긴장이 풀어지면서 모두들 서로를 향해 잘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실제로 정말 잘하고 있었다. 시간이 딜레이 되지도 않았고,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나는 신나서 댓글창을 관리했고, 자기가 쓴 사연이나 질문을 사회자가 읽어주면 사람들은 그게 뭐라고 무척 좋아했다. 댓글 다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미 전쟁없는세상과 아주 친한 이들이었는데도 마치 생판 모르는 라디오 DJ에게 사연 보내서 채택된 것처럼 좋아들 했다. 꽁트도, 토크도 반응이 무척 좋았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내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재밌게 봐주며 반응해주니 모두들 신나 했다.
8:40 PM 종료 및 정리
원래 종료 예정시간인 8시 30분보다 10분 초과해서 방송을 마쳤다. 참여인원이 방송 끝날 때까지 100명 넘게 유지되었다. 조회수는 800회가 넘었다. 이게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왔는데, 김상규 감독님 말로는 되게 잘 나온 수치라고 했다. 모두들 한껏 기분이 좋았다. 처음 다루는 주제, 처음 해보는 라이브 방송. 이래저래 걱정이 많았는데 그 걱정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장비를 정리하고, 다 같이 사진을 찍고, 몇몇은 장비를 반납하러 가고, 몇몇은 지가 길을 가고, 나머지(주로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맥주를 마시러 갔다.
아직 다 끝난 것은 아니다. 평가회의를 해야 하고, 회계도 정산해야 한다. 원래는 인권재단 사람에서 지원받은 100만 원과 단체별로 10만 원씩 내는 분담금으로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뭐가 필요한지 몰랐으니까. 하지만 우리가 하고자 했던 게 만만치 않은 일이었던 만큼 장비 대여료나 인건비가 추가로 발생했다. 정확한 계산은 아니지만 대략적으로 전체 예산을 180만 원 약간 못 미치게 쓰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 행사를 지켜본 사람들은 말도 안 된다고, 어떻게 180만 원으로 이런 행사를 할 수 있냐고 놀랄 수도 있을 거다. 많은 분들이 돈을 안 받거나 평소 받는 금액보다 훨씬 적게 받게 일을 해주신 덕분이다. 심지어 대충 한 게 아니라 자신의 전문성을 십분 발휘해서 해줬다. 이 정도 규모의 행사를 이런 퀄리티로 치르는데 모든 비용을 제대로 썼다면 1천만 원은 쉽게 썼을 거 같다. 어쩌면 전쟁없는세상이 지금껏 활동해오면서 쌓아온 네트워크와 인맥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내가 신생 단체 활동가여서, 이러저러한 도움을 받기 어려웠다면, 이렇게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무지해서 용감했고, 전쟁없는세상이 쌓아온 것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발 벗고 나서서 도와줬기 때문에 가능한 행사였다. 활동가들끼리 빚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나 또한 그들이 나를 필요로 할 때 언제든 달려가 함께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혹시 어떤 단체, 어느 활동가가 라이브 방송을 하려고 한다면 그 도전을 적극 응원해주고 싶다. 처음 하는 거라면 정말 쉽지 않은 과정이겠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볼 만한 경험이고 배우는 것도 많다. 다만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은 세 가지다.
- 오프라인 행사보다 돈이 많이 들 수 있다: 돈 들인 만큼 방송의 퀄리티가 높아진다. 만약 우리처럼 라이브를 하면서 사전 제작한 영상을 보여주려면 최소 100만 원은 있어야 할 것이다.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은 출연진을 최소로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면 필요한 카메라 숫자와 촬영자 숫자가 줄어들어 장비 대여비와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 욕심을 버려라: 나는 잘 몰라서 결과적으로 욕심부린 게 되었다. 사전제작 토크 영상, 사전 제작 꽁트 영상, 라이브 토크쇼까지, 사실상 3개의 행사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운이 좋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큰 사고 없이 행사를 치렀지만 언제나 운이 따를 순 없고, 사람들의 도움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 안 된다. 라이브 방송이 처음이라면 가장 간단하고 단순하게 해 보는 게 좋다.
- 전문가와 처음부터 상의하라: 어쩌면 무모한 방식을 끝까지 밀어붙인 건, 무모하다는 것을 알아챘을 때는 되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라이브 중계를 맡아줬던 감독님은 내게 여러 차례 이런 기획은 처음부터 상의를 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꼭 대단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라이브 방송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들과 상의하고 나서 기획을 하는 게 좋다. 안 그러면 우리처럼 돌이킬 수 없는 시점에서 무모함을 깨닫게 된다. 운이 좋거나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야말로 망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