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수현 Nov 12. 2020

거칠고 팍팍한 세상에서
난 '개썅마이웨이'!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욕 아니야?” 인터넷을 하다 20-30대들이 인터넷 상에 풀어내는 직장 생활에 관한 여러 글에서 ‘개썅마이웨이’라는 말을 처음 듣고 튀어나온 말이다. 주로 회사 동료가 다른 사람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자신이 생각한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일컬을 때 이렇게 표현을 한다. 뚝심 있게 자신의 길을 간다는 뜻인 ‘마이웨이’와는 달리 매우 부정적인 단어이다. 진상이라고 해야 할까? 주위에서 잘못을 고칠 수 있게 지적을 해주어도 개 짖는 소리처럼 듣고 자기 갈 길을 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황을 정말 콕 집어서 실감 나게 표현하는 데는 일등이다. 


발음이 조금 상스러운 만큼 의미 전달 또한 매우 확실하고 강렬한 이 단어!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단어이지만, 내가 바라 마지않는 그런 삶의 태도가 바로 이 강렬한 한 단어에 담겨 있었다. 이 단어 안에는 주위 눈치 보지 않고, 뒤에서 수군대는 말에도 조금도 타격을 받지 않고, 나를 못마땅해하는 상대방에게 조금의 틈도 주지 않는 뻔뻔하고도 당당하게 내 갈 길을 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단지 내 갈 길을 가는 상황이라고 전제한다면, 이 얼마나 가슴이 뻥 뚫리는 태도인가! 뻔뻔한 태도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상처 입히면 안 되지만 내 삶의 가치관과 목표를 향해서 주위 시선이나 참견은 참고 정도만 하고, 목표가 정해졌다면 행동할 때는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것이 좋다. 내 인생을 다른 사람이 대신 살아주거나 책임을 져줄 수는 없으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지금까지 나는 이렇게 ‘개썅마이웨이’로 내 삶을 잘 개척해왔을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포장되지 않은 거친 도로를 붕- 개척하며 달려가는 모습이 연상된다. 


사실 내 성향은 타인의 시선과 말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다. 마치 올가미에 묶여 자의로 움직이지 못하는 동물처럼 눈치를 보며 상황에 맞는 말을 하는 타입이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무난하고 조용하게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튀지 않는 사람.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다는 표현은 프로라면 당연히 갖추어야 할 덕목인데, 나의 장점은 그것밖에 없다는 것이 창피하기도 하고 자존심 상하기도 했다. 이런 삶은 너무 뻔하고 재미없어서 뒷이야기가 궁금하지도 않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게 하는 영화 같다. 분명히 나도 나만의 개성이 있고, 누구도 가지지 못한 반짝이는 재능이 있을 텐데 오랜 시간을 카멜레온처럼 주위의 색에 맞춰 살아온 터라 나만의 색은 무엇일까 한참 고민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나는 이제 누가 뭐라 하든 ‘개썅마이웨이’로 내 길을 간다!” 외치기만 한다고 바로 내 인생이 당당하고 신선하고 재미있게 바뀌지는 않는다. 출발하기 전에 목표와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자!” 이것이 내 삶의 모토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려면 먼저는 나 자신이 변해야 한다. 생각해보면 내 안에는 여러 가지 의외의 모습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주위에서 말리고, 미련하다 이야기했지만 당당하게 ‘개썅마이웨이’로 내 삶의 방향을 선택했던 경험들이 있었고, 그 시간들을 떠올려보니 우선 내가 참 재미있었다.


앞으로 차차 하나씩 그 경험들을 소개할 예정이라 지금은 간단하게만 언급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고3 시절, 모두 수능시험을 향해 달려가느라 코피가 터질 때 나는 작사가가 되고 싶다고 반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고 다니다가 진짜 작사를 해서 작사가로 데뷔했다. 그리고 대학 시절에는 복수전공을 선택했는데 주위에서 모두 복수전공은 비효율적이고 학점을 잘 받아 취업하기엔 불리하다고 나를 말렸다. 하지만 나는 꼭 내 진로를 위해 두 개의 전공이 필요하다 생각했고, 잠을 거의 자지 못하면서 두 배로 노력했고 결국 두 개의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다. 취업에 당장은 도움이 되지 않을 인턴십을 하기 위해 미국에 갈 때도 주위에서 많이 반대했다. 하지만 그때 나는 취업보다 더 넓은 세상, 특히 내가 원하는 회사의 본사가 있는 미국에 가고 싶었고 열심히 노력해서 그 회사에서 인턴십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모두의 만류에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미국에 다녀왔고, 내가 원하던 회사는 아니었지만 미국에서 인턴십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퇴근한 후에는 한 시간씩 바닷가까지 산책을 하고, 도시를 돌아다니며 친구를 사귀며 원 없이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주말에는 일어나자마자 영화관에 가서 좋아하는 영화를 연달아 보고, 혼자 맛있는 음식을 즐겼다. 공연에 관심이 많아 무대 뒤를 꿈꾸던 10대 때를 생각하며 비욘세, 제이슨 므라즈 등 좋아하는 팝스타들의 공연을 보러 다녔다. 학교 수업 때 배우고 선망하던 태양의 서커스를 보러 가고, 주말엔 바다로 놀러 가고 많은 친구들을 만났다. 그때 얻은 마음의 자산이 정말 크다. 큰 수술을 하며 무너졌던 몸과 마음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타국에서의 혼자만의 시간과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친구들을 통해 조금씩 아물고 튼튼해졌다. 물론 이런 과정들을 통해 미국에 가기 전에 계획한 것처럼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사람이 된 것은 아니지만 사는 게 즐겁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진정한 내 모습을 찾아 나만의 길을 걸어가기 위해 멈추지 말고, 졸지도 말자


눈치 보며 대화하고, 재미없는 사람인 줄만 알았던 내게도 ‘개썅마이웨이’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개성이 있었다. 주어진 길을 그대로 가지 않고 엉뚱한 길을 선택했던 경험들이 내게도 있었다는 것을 떠올린 것이 나 스스로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는 신선한 충격이 되었고, 삶을 사는 즐거움과 앞으로를 계획할 원동력이 되었다. 이렇게 ‘개썅마이웨이’로 올곧게 내 길을 개척하는 경험을 또 만들기 위해 나는 지금도 안팎으로 다른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내 모습을 찾아서 재미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다음으로 도전해볼 분야는 바로 소통이다.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불꽃 튀기게 해 볼 것이다. 지지고 볶으면서 많은 관계를 쌓아나가려고 한다. 떨리고 두렵기도 하지만, 설렌다. 

매거진의 이전글 흔들리는 카약에서 중심잡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