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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기 Dec 05. 2021

이것은 몸이 아니다

과연 내 몸은 내 것이 맞긴 한 걸까?


다시 몸 body을 생각한다

아트선재센터에 왔습니다. 이곳의 큐레이터들은 꾸준히 현대미술의 최전선을 향해 달립니다. 전시 소개글 내용도 일반인들에겐 어렵기만 하고 전시의 의미도 하는데 들어오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트선재의 기획을 믿습니다.

 


미술은 우리 시대의 불편한 감정을 만드는 사건이나 기술, 태도에 대해 질문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과학은 자연의 본질을 찾고 기술은 과학이 발견한 본질을 응용해 삶의 편리함을 만들며 디자인은 그 편리가 소비자를 향하도록 다리가 되어줄 때 예술과 철학은 그 편리함이 과연 인간을 향하고 있는지 질문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아트선재센터의 트랜스 포지션 전시는 오랜 미술의 주제였던 몸을 다시 바라봅니다. 특히 리번 전시의 핵심이랄 수 있는 케이트 쿠퍼의 작업은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1984년생, 리버풀에서 태어난 작가는 뷰티와 패션산업이 어떻게 인간의 삶의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심을 가져요. 컴퓨터로 합성한 신체는 반투명의 플라스틱 옷을 입었는데 이 옷은 부풀렸다가 쪼그라들고 모델의 표정도 일그러지고 상처 받고 기뻐하는 다양한 감정을 보여줍니다. 소비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지요. 자본주의가 여성의 몸을 어떻게 착취하는지, 교묘한 전략을 바라보자고 관람객들에게 촉구합니다.



제 눈에는 이 근사한 영상이 마치 시대별로 이상적 신체의 미를 따라 인간의 몸을 조였다가 부풀리기를 반복하는 패션의 역사를 떠올렸습니다. 옷은 제2의 피부로서 항상 시대의 이상적인 몸을 만들어 왔으니까요.



비정기 간행물인 쿨 매거진은 뷰티와 패션을 다루는데요. 사진작가 안초롱과 그래픽 디자이너 양민영은  K-뷰티로 불리는 한국산 화장문화의 열기를 천여 장의 이미지로 수집, 나열하고 그 속에서 아름다운 여성상에 대한 언어들이 과연 옳은가 다시 질문하는 작업을 보여줘요.



천여 장의 콜라주로 선보인 여성의 미, 이상적 신체에 대한 시각적 비판은 사실 새롭지 않지만, 몸에 대한 개조의 노력이 거의 강박적인 병에 이른 우리 시대, 다시 한번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유상 작가님의 작업은 참 독특했습니다. 저는 전시를 볼 때 해설을 먼저 읽지 않습니다. 글을 읽는 순간 저의 판단이 글에 갇혀 버리기 때문입니다. 이 작업이 인상적인 이유는 나무를 깎아서 마치 인간 피부와 뼈의 구조를 보는 것처럼 조각을 했기 때문이죠. 나무 조각은 마치 코르셋을 입은 인간의 신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나무 그루터기에 갇힌 인간의 발에서도 이런 느낌을 받아요.



저는 박웅규 작가님의 돈벌레 그림이 참 인상적이었네요. 돈벌레 하면 보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지만 실제로 이를 대면했을 때는 그로테스크하며 혐오스럽기까지 합니다. 작가는 혐오의 감정이 얼마나 모호한지 보여주려고 했다고 합니다. 처음엔 잘 몰랐다가 관찰하며 빠져들고 신격화하고 마치 미술작품처럼 그리게 된다는 거죠. 작가가 그린 돈벌레의 수많은 다리를 보세요. 자꾸 보니 그 대상의 매력이 보이건만 우리는 모호함을 자꾸 두려움이란 감정으로 바꾸어 우리와 다른 성별, 신체구조, 피부색을 가진 존재들을 떠밀어내죠. 이 부분을 짚어내시려고 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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