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ewell, My Queen"은 직역하면 "잘 있어요, 나의 왕비님"이 된다. 하지만 이 제목은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시녀 시도니가 왕비에게 고하는 작별인 동시에, 왕비 자신이 권력과 사랑, 그리고 자신의 시대에 고하는 작별이기도 하다. 누가 누구에게 작별을 고하는지 모호한 이 제목이야말로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상탈 토마스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페어 웰 마이 퀸"은 시녀 "시도니"가 나오는데 이것은 실제 인물이 아니고 가상인물이다. "시도니"는 책을 읽어주는 시녀로 등장하는데 서술자 역할을 한다.
1789년 7월 14일, 베르사유 궁전.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녀 시도니는 왕비를 알현하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는 영광이다.
시도니는 왕비를 존경하고 사랑한다. 하지만 왕비의 마음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가브리엘 폴리냑 백작 부인이다.
7월 15일, 파리에서 시민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시도니는 시민들이 작성한 살생부가 있고, 그 1순위가 왕과 왕비라는 것을 알게 된다. 폴리냑 부인 역시 그 명단에 있다.
7월 16일, 왕비는 폴리냑 부인에게 가족을 데리고 떠나라고 말한다. 왕비는 내심 그녀가 잠시라도 망설이기를 바랐지만, 폴리냑 부인은 한 치의 주저함 없이 떠나겠다고 답한다. 그제야 왕비는 자신만 혼자 사랑했음을 깨닫는다.
7월 17일, 왕비는 시도니를 부른다. 그리고 폴리냑 부인과 옷을 바꿔 입어 그녀가 안전하게 프랑스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미끼 역할을 해달라고 명령한다. 시도니는 왕비를 사랑하기에 그 명령을 따른다.
그들은 검문을 무사히 통과한다. "여왕을 사랑했다"는 시도니의 내레이션과 함께 숲길을 지나가는 마차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는 프랑스혁명을 다루지만, 혁명 자체보다는 그 소용돌이 속 인간들의 감정에 집중한다. 특히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존재, 시도니 같은 하급 시녀의 시선을 통해 역사를 바라본다.
시도니의 사랑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그녀가 사랑하는 대상은 왕비고, 왕비의 마음은 폴리냑 부인에게 있다. 시도니는 사랑의 삼각 구도에서 가장 낮은 계급에 속한다. 그녀의 사랑은 표현될 수도, 인정받을 수도 없다. 그저 묵묵히 섬기는 것만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랑의 표현이다.
영화에서 시도니가 왕비를 만나기 전 향수를 몸에 뿌리고 입에 머금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그녀는 왕비 앞에서 냄새나지 않기 위해, 즉 자신의 존재를 지우기 위해 향수를 사용한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조차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계급의 비극이다.
영화 속 마리 앙투아네트는 우리가 알던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왕비와는 다르다. 그녀는 외롭다. 왕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고, 그녀가 사랑하는 폴리냑 부인은 위기의 순간 망설임 없이 떠난다.
왕비가 폴리냑 부인에게 떠나라고 말하면서 내심 그녀가 머뭇거리기를 바라는 장면은 가슴 아프다. 왕비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 사랑. 권력이 있어도 진정한 사랑은 얻을 수 없다는 역설이다.
폴리냑 부인이 아무 망설임 없이 떠나겠다고 답하는 순간, 왕비의 표정에서 모든 것이 무너진다. 그녀는 자신만 혼자 사랑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순간 왕비는 권력자가 아니라 그저 사랑에 상처받은 한 사람일 뿐이다.
영화의 가장 잔혹한 순간은 왕비가 시도니에게 폴리냑 부인의 옷을 입으라고 명령하는 장면이다. 왕비는 시도니를 폴리냑 부인의 미끼로 사용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시녀를,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한 도구로 쓰는 것이다.
더 비극적인 건 시도니가 이를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그녀는 왕비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 설령 그것이 왕비의 다른 사랑을 지키는 일이라도. 이것이 계급 사회에서 하층민의 사랑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형태다.
시도니가 폴리냑 부인의 드레스를 입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그녀는 잠시나마 귀족이 된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가 아니라 가짜다. 그녀는 대체품이다. 왕비에게 시도니는 폴리냑을 대신할 수 있는 존재였고, 시도니에게 이 순간은 왕비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비록 그것이 착각이라 해도!...
이 영화는 프랑스혁명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지만, 정작 혁명 자체는 멀리서 들려오는 소음에 불과하다. 바스티유 습격, 살생부, 귀족들의 탈출. 이 모든 것이 궁전 안에서는 소문과 불안으로만 존재한다.
감독 브누아 자코는 의도적으로 혁명의 현장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궁전 안 사람들의 혼란과 공포에 집중한다. 이것은 역사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이다. 거대한 변화의 순간에도 사람들은 각자의 일상과 감정 속에서 산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실제 베르사유 궁전에서 촬영했다는 점이다. 감독 브누아 자코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특별 허가를 받아 궁전 내부에서 촬영할 수 있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침실, 거울의 방, 좁은 하인 통로까지 실제 공간을 그대로 사용했다.
이는 단순한 배경 이상의 의미가 있다. 궁전의 화려한 공간과 하인들의 비좁은 공간을 대비시키며, 계급의 차이를 공간적으로 보여준다. 시도니가 왕비의 방으로 달려가는 긴 복도는 그녀가 넘어야 할 계급의 거리를 상징한다.
이 영화는 또한 제65회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고, 의상상을 수상했다. 의상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가스크는 18세기 의상을 철저히 고증했지만, 동시에 현대적 감각을 더했다.
특히 시도니의 소박한 의상과 왕비의 화려한 드레스, 그리고 마지막에 시도니가 입는 폴리냑 부인의 드레스는 각각 다른 의미를 지닌다. 의상이 곧 정체성이고 계급인 시대를 보여준다.
당시 26세였던 레아 세이두는 시도니 역할을 위해 수개월간 준비했다고 한다. 그녀는 18세기 하급 시녀들의 생활을 연구했고, 특히 눈빛 연기에 공을 들였다. 시도니는 말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없는 인물이기에, 모든 것을 눈빛으로 전해야 했다.
왕비를 바라보는 시도니의 눈빛, 폴리냑 부인을 보며 느끼는 질투, 마지막 마차 안에서의 복잡한 감정들. 레아 세이두는 대사 없이도 모든 것을 전달한다.
다이앤 크루거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연기하면서 역사적 기록보다는 소설 속 인물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녀가 연기한 왕비는 사치스럽고 무책임한 인물이 아니라, 사랑에 상처받고 외로움을 느끼는 한 사람이다.
크루거는 인터뷰에서 "왕비도 결국 사랑받고 싶어 하는 여자였다"라고 말했다. 권력이 있어도 진정한 사랑은 얻을 수 없었던 여자의 비극을 그녀는 섬세하게 표현했다.
브누아 자코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역사의 큰 사건보다는 그 속에서 살았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혁명을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인간적 드라마로 접근했다.
감독은 또한 "사랑의 계급"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누구를 사랑할 수 있는가, 누구의 사랑이 인정받는가, 이것 역시 계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시도니가 왕비를 만나기 전 향수를 입에 머금는 장면이 반복된다. 이는 당시 하층민들이 귀족 앞에 설 때 입 냄새를 감추기 위해 실제로 했던 행동이다. 자신의 존재 자체를 지우려는 몸짓이다.
왕비가 시도니의 모기 물린 곳에 오일을 발라주는 장면은 둘의 관계를 보여준다. 왕비는 시도니에게 친절하지만, 그것은 주인이 애완동물에게 보이는 친절과 비슷하다. 진정한 동등함은 없다.
왕비가 폴리냑 부인과 주고받은 편지를 태우는 장면은 사랑의 증거를 지우는 행위다. 동시에 자신의 과거를 지우는 행위이기도 하다. 무엇이 더 중요했을까? 폴리냑 부인을 지키는 것인가,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것인가?..
시도니가 마차 안에서 폴리냑 부인의 드레스를 입고 있을 때, 그녀는 무엇을 느꼈을까? 영화는 명확히 말하지 않지만, 아마도 복잡한 감정이었을 것이다. 왕비를 위해 무언가를 했다는 자부심, 그러나 그것이 다른 여자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씁쓸함. 그리고 이것이 왕비와의 마지막 순간이라는 슬픔 등이 아닐는지...
실제로 시도니 라보르드라는 인물이 존재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샹탈 토마스의 소설은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하되, 상당 부분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하지만 폴리냑 부인은 실존 인물이고, 마리 앙투아네트와의 친밀한 관계는 역사적 사실이다. 프랑스혁명 당시 폴리냑 부인이 스위스로 망명한 것도 사실이다.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안에 허구의 인물을 집어넣어 역사의 틈새를 상상한다. 이것이 역사 영화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기록되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
실제 베르사유 궁전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가치가 있다. 세트장이 아닌 진짜 공간이 주는 무게감이 영화 내내 느껴진다. 의상 역시 왜 상을 받았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다만 영화의 리듬은 느리다. 긴장감보다는 정적인 분위기가 지배한다. 프랑스혁명이라는 격변의 시기를 다루면서도 영화는 조용하다. 이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감정의 미묘한 떨림을 포착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극적 긴장을 원하는 관객에게는 지루할 수 있다.
레아 세이두와 다이앤 크루거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두 배우의 섬세한 연기가 영화를 지탱한다. 특히 레아 세이두의 눈빛 연기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 영화는 역사 영화이면서 동시에 사랑 영화다. 계급이 사랑마저 규정하는 시대, 그 안에서 불가능한 사랑을 품었던 한 여자의 이야기. 화려한 궁전 뒤편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감정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 아닐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고, 권력자의 기록이다. 하지만 그 역사 속에는 수많은 시도니들이 있었다. 이름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진 이들. 이 영화는 그들에게 바치는 조용한 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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