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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름 판타지아 Jan 11. 2022

사랑하기에 의미 있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전쟁

워 위드 그랜파 (2020)

갑작스럽게 같이 살게 된 외할아버지에게 내 방을 빼앗긴다면? 열두 살 어린이에게 ‘나만의 공간’이란 세상의 전부와도 같다. 문 앞에 야심 차게 붙여 놓은 ‘피터 외 출입 금지’ 팻말도, 머리맡의 마이클 조던 포스터도 전부 떼야 한다. 하지만 ‘가족끼린 원래 서로 희생하는 거야’라는 부모님의 말에 피터(오크스 페글리)는 할아버지인 에드(로버트 드니로)에게 방을 양보하고 다락으로 이사하기로 한다. 하지만 다락방에서 며칠 지내는 동안 쥐도 만나고,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도 맞아보니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 방을 되찾기로 결심한 피터는 할아버지에게 전쟁을 선포하고, 그렇게 룰도 나이도 없는 방 쟁탈전이 시작된다.


영화 <워 위드 그랜파> 스틸 컷 ⓒ㈜키다리이엔티


손자와 할아버지의 싸움이라, 어느 한 쪽이 불리한 싸움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열두 살 피터와 할아버지인 에드는 각각 치밀한 전략으로 서로에게 맞선다. 예를 들면 의자의 나사를 몽땅 풀어 놓거나, 공들여 한 방학 숙제를 엉뚱한 파일과 바꿔치기하는 등.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자꾸만 튀어나오는 서로의 공격에 반응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코미디 그 자체다. 두 사람의 장난에 엉뚱하게 걸려드는 주변 인물들 또한 웃음을 자아낸다. 서로에게 딱 맞는 적수를 만난 듯, 피터의 십대 친구들과 에드의 노인 친구들이 팀 전을 벌이며 세대를 뛰어넘는 대결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 <워 위드 그랜파> 스틸 컷 ⓒ㈜키다리이엔티


영화 <워 위드 그랜파>가 제작된 배경에는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바로, 어느 초등학생의 학교 숙제에서 출발했다는 것. 숙제를 하기 위해 동명의 원작 소설을 읽은 열한 살 소년 트레 퍼드가, 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영화로도 보고 싶다는 생각에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총괄 프로듀서로서 영화에 참여할 수 있었고, 각본을 꼼꼼히 검토하고 각종 장면을 제안하기도 하며 열한 살의 시선에서 영화를 더욱 유쾌하게 만들었다. 이 특별한 제작 과정은 완성된 영화에서 실감 나는 묘사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워 위드 그랜파>는 결국 가족 간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치열한 결투 사이사이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는 걸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는 동시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생각해 보면 가장 많이 싸우게 되는 것이 가족인데, 서로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에 부딪힐 일이 더 많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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