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엘라 (2021)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동화를 연상시키는 이름, 바로 ‘디즈니’에서 대놓고 사악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녀는 바로 <크루엘라>, 영어로 된 표기 ‘Cruella’를 보면, ‘사악하다’는 뜻을 지닌 ‘creul’이라는 단어가 바로 연상되는 이름이다. 개봉 전부터 이 영화가 관심을 모았던 이유는 디즈니의 실사 영화가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연령등급 중 가장 높은 등급인 PG-13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해당 연령 등급은 만 13세 미만의 아동은 보호자의 지도 하에 관람할 수 있는 등급인데, 그동안 개봉했던 디즈니의 실사 영화들은 <뮬란>을 제외하고 전부 전체 관람가였다. 따라서 과격하고 거침없는 캐릭터에 대한 표현이 어떨지에 대한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실사화’라는 명칭이 붙었다는 건, 디즈니의 역사에 이미 존재하는 캐릭터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크루엘라는 어디에 나왔던 캐릭터일까? 1961년 개봉한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라는 애니메이션에 나왔던 악당이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반 세기 전에 만들어진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퐁고라는 점박이 달마시안을 주인공으로, ‘헬홀’이라는 으스스한 집에 사는 크루엘라로부터 달마시안들이 도망쳐 나오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크루엘라는 퐁고의 주인 ‘아니타’의 동창으로, 강아지 가죽으로 코트를 만들어 입으려 달마시안들을 납치한다. 이 캐릭터를 실사화하는 과정에 각색이 더해져 아니타는 크루엘라의 어릴 적 친구로, 달마시안 퐁고는 남작부인의 충견 중 한 마리가 되었다.
크루엘라라는 캐릭터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특징을 꼽자면 마르고 기다란 몸체와 흑발과 백발이 정수리를 기준으로 나누어진 머리색, 빨간 입술 정도였다. 하지만 실사 영화에서 크루엘라를 완전히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그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더해 악녀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었고, ‘패션’이라는 재능을 입혀 디자이너 브랜드의 대표인 남작 부인과의 관계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은 결코 짧지 않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크루엘라가 탄생하는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순식간에 엔딩 크레딧을 보게 될 것이다.
특히, 크루엘라 역은 <라라랜드>로 국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엠마 스톤이 맡았는데, 실사화를 결정했을 때부터 엠마 스톤이 아닌 크루엘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할 정도로 이미지가 ‘찰떡’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또한, 연기력으로 믿고 보는 배우 엠마 톰슨이 남작 부인으로 분하여 엠마 스톤과의 대결을 펼친다. 사건이 전개되는 동안, 두 캐릭터는 각각 패션과 스토리텔링을 이용해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BGM 맛집’이라는 별명이 생겼을 정도로 <크루엘라>에는 유명한 팝송들이 절묘한 타이밍에 쉬지 않고 나온다.
사람들은 스크린에서 ‘매력적인 악당’을 보고 싶어 한다. 반전 요소와 더불어 디즈니 클래식 동화의 느낌까지 살린 <크루엘라>는 치명적으로 매력적인 악당 둘이 이끌어가는 이야기이며, 영화를 보는 내내 통쾌함 속에 다음 장면을 기다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