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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름 판타지아 Jan 13. 2022

워싱턴 하이츠에서 쏘아 올린 ‘작은 꿈’

인 더 하이츠 (2021)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이민자들이 모여 살아가는 뉴욕의 작은 동네, ‘워싱턴 하이츠’에 살아가는 이들은 무더운 여름날에도 꺼지지 않는 열정을 노래한다. 답답하고 찌는 듯한 여름, 우리가 워싱턴 하이츠로 떠나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하이츠 사람들의 ‘열정’이란 바로 삶을 사랑할 열정이다. 영화는 고향이 도미니카 공화국인 소년 ‘우스나비’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가족들과 함께 뉴욕으로 이민을 와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그에게는 가족 같은 친구들과 이웃들이 있다. 그들은 저마다 낯선 땅에서 ‘작은 꿈’을 안고 살아가는데, 이것을 스페인어로는 ‘El Sueñito(수에니토)’라고 부른다. 임대료가 올라가면서 동네의 상점들, 이웃 주민들의 터전이 하나 둘 사라져가는 현실 속에서도 붙잡아야 할 꿈이다.


영화 <인 더 하이츠> 스틸 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바네사, 동네에서 수재 소리를 듣고 명문대에 진학한 니나, 택시 회사의 마당발 베니까지. 서로 다른 치열한 삶을 살지만 이민자라는 타이틀과 ‘워싱턴 하이츠’로 결속된 이들의 유대감은 남다르다. 영화가 이들 하나하나를 비추는 방식은 각자의 인생을 따라가다가 결국은 하나의 뿌리로 합쳐진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영화의 원작이 된 뮤지컬 ‘인 더 하이츠’의 제작자이자 작곡가인 린 마누엘 미란다 역시 자신의 출신을 반영하여 만든 작품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가 19살에 초고를 쓴 것으로 알려진 이 뮤지컬은,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을 정도로 세대와 문화를 아우르며, 한국에서도 이미 공연된 적이 있다. 영화에서 그는 빙수를 파는 ‘피라구아 아저씨’로 깜짝 등장하는 등, 씬 스틸러의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영화 <인 더 하이츠> 스틸 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뮤지컬 영화에서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은 역시 화려한 볼거리이다. 워싱턴 하이츠 특유의 분위기 속에서 한여름의 열기를 이보다 더 생생하게 담아낼 수는 없다. 특히 9만 6천 달러 짜리 복권 당첨에 대한 기대를 노래하는 넘버 ’96,000’에서는, 제작자인 린 마누엘 미란다도 마치 꿈 같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화려한 군중씬과 안무, 합창이 어우러져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임대료는 오르고, 인생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럴수록 활기찬 음악들로 가득 채워진 워싱턴 하이츠에는 노래와 춤이 끊이지 않고, 이웃들은 서로 사랑하며, 인내와 믿음을 통해 오늘도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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