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포구 베짱이들

인공지능이라는 한파에 맞서 베짱이들이 뭉쳤다!

by 김지환

첫번째. 마포구 베짱이들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에서 베짱이가 매미였나 여치였냐는 논의와 별개로, 매미든 여치든 베짱이든 이들은 여름내 노래만 부르며 놀다가 비참한 겨울을 맞이한다. 아동용 버전에서는 개미가 불쌍한 베짱이를 도와준다는 훈훈한 결말로 변형되었지만, 실제로는 도움을 요청하는 매미나 여치나 베짱이에게 “여름에는 노래를 불렀으니 겨울에는 춤이나 추라”며 비웃었다고 한다.


인공지능과 함께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부지런한 개미로 대변되는 노동의 가치도 과연 온전할 수 있을까? 노래를 부르고 피리를 불었던 매미나 여치나 베짱이의 행동은 단지 게으르고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던 걸까?


마포구에는 많은 예술가들이 산다. 이들의 무대는 ‘홍대 거리’로 대변되는 서교동 일대에서부터 연남동, 연희동, 망원동과 합정동 등 마포구 주변으로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다. 그들은 매일 노래하고 춤추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옷을 만들고 사진을 찍고 영상을 만든다. 그밖에 한 단어로 정의될 수 없는 복합적인 예술 활동을 다양하게 펼치며 각자의 불안을 견디고 있다.


이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모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개설한 모임은 5개월 만에 가입자 수가 340명을 돌파했고, 매일 꾸준히 신규 회원이 유입되고 있다. 정기적인 소모임들이 개설되고 (이들이 좀체 하지 않던) 생산적인 논의를 펼치고 있다. 혼자 어두운 작업실이나 도서관, 카페를 전전하며 전전긍긍한 고민으로 끙끙대던 베짱이들이, 인공지능이라는 한파 앞에 하나둘 뭉치기 시작했다. 마포구에 이렇게 예술인들이 많았나 싶을 정도며, 예술인들이 이렇게 서로가 간절했구나 새삼스러울 정도다.


이제 이들은 무언가를 하려 한다. 그 무엇이 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색한 인사와 함께 서로의 불안을 공유하는 데 그쳤던 베짱이들은 이제 현실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생소한 분야에 도전하고, 펀딩 모금 노하우를 공유하며 서로의 능력을 품앗이한다. 작품을 모아 전시를 열고 홍보할 전략을 세운다. 이들은 이제 뭐라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정기 모임 중 하나의 이름은 ‘뭐라도 해보는 모임’이다)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이들은 있다고 믿는다. 적어도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아직도 예술하고 있다고 믿는다. 예술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들은 예술이 비록 그 형태가 달라지더라도 끝내 살아남을 것이라 믿는다. 그것이 고대 벽화에서부터 시작해 농경사회와 산업화의 물결에도 버텨낸 예술의 뚝심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연재는 예술인들의 놀이터가 된 마포구에서 서식하며, 노래 부르고 춤추는 베짱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과 만나 교류하며 ‘무언가를 도모’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무엇이 ‘도모 될지’는 나도 아직 모른다. 다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만들어내는 가능성에 기대며, 이 아름답고 무모한 연대에 작은 펜을 보태 본다.


당신이 누구든, 베짱이들의 아지트에 언제든 놀러 오시라.

노래하고 춤추다 보면, 뭐라도 하겠지. 뭐라도 되겠지.


*매주 모임에 참여하는 예술인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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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패널에 직접 그린 그림을 배경 삼아 필름 카메라로 인물을 담아내는 사진작가.

사실적 묘사보다 피사체에서 받은 인상, 색채, 질감에 집중한 주관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멜리데 작가 인스타그램 @mel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