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국경절 식신로드 첫째날
지난 10월 국경절 연휴, 우리 먹보 가족은 광동성에서도 맛있는 먹거리로 유명한 샨토우(汕头)와 차오쪼우(潮州)라는 곳으로 짧은 여행을 갔었다. (중국 사람들은 이 두 곳을 합쳐서 보통 차오샨(潮汕)이라고 부른다.) 2박 3일의 캠핑을 마친 아들을 데리고 바로 출발한 여행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인데도 엄청나게 막히는 고속도로를 통과해야해서 무지 고생스러웠다. 그래도 맛있는 걸 먹으러 간다는데, 그깟 교통체증 정도 못 참으랴!
호텔 조식은 아주 간단하게 조금 먹고 이곳에서 맛있기로 제일 유명하다는 창펀(肠粉)집으로 향했다. 창펀(肠粉)은 쌀가루로 얇게 만든 전병 안에 고기와 달걀, 채소 등을 같이 넣어 쪄내는 요리로 광동지역 사람들이 아침식사로 즐겨먹는 음식이다. 도착하니 줄이 얼마나 길던지 남편이 줄을 서고, 아들녀석과 같이 주변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음료수도 사 마셨다. 위 첫번째 음료는 녹두로 만든 것, 두번째는 아몬드, 세번째는 땅콩을 갈아 만든 건데 많이 달지도 않아 내 입맛에는 딱이다.
자그마치 2시간 줄을 서서 포장해 온 창펀(肠粉)이다. 가게 안에는 앉을 자리도 없어서 주변 공원 풀밭에 쭈그리고 앉아 먹었다. 근데 먹고 나서 아들과 나는 막 남편한테 화를 냈다. 왜 이렇게 맛있는 걸 하나밖에 안 시켰느냐고! 사실 우리 둘은 적어도 두 개는 포장해 가자고 했었는데 대장이 여긴 맛있는거 천지니까 다른 맛있는 거 들어갈 배는 좀 남겨 두자고 말려서 포기했는데ㅜㅜ 이곳 창펀(肠粉)이 주하이(珠海)에서 먹던 창펀(肠粉)과 다른 점은 안에 숙주나물과 풍성한 해물이 들어간다는 것! 사진에는 다진 고기와 계란, 숙주 나물 정도만 보이지만, 저 아래는 살이 통통한 새우와 바닷내음 물씬나는 굴이 듬뿍 들어 있으니 어찌 맛이 없을 수가 있겠는가!
다음으로 간 유명한 맛집은 또우화(豆花)를 파는 곳. 이름을 보면 '콩꽃'이라 뭔가 싶은데, 우리나라에서 먹는 연두부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이집에선 그 연두부 위에 각양각색의 재료를 넣어 취향대로 먹는다. 길게 늘어선 줄이 만만치 않아서 그냥 패스~
점심을 먹으러 간 이 식당의 이름은 커린뚠(客林炖), 미국 클린턴 대통령의 중국식 발음이 커린뚠(克林顿)인데, 같은 발음 다른 한자로 재미있게 식당이름을 만들었나보다. 메뉴판을 보니 해물과 약재 등을 함께 넣고 오랫동안 끓여내서 만든 요리와 탕이 대부분이고, 벽에 걸린 사진만 봐서는 몸에는 좋을지언정 맛은 있어보이지 않는다.
요즘 중국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QR 코드 메뉴판이다. 위쳇에서 스캔하면 메뉴판이 나오고 주문, 계산 모두 그 안에서 간단하게 해결된다.
남편과 내가 주문한 해삼버섯탕 요리와 전복요리가 나왔다. 생각보다 전복이 크다. 밥 한 그릇과 볶은 청경채도 함께 나왔다. 흰 쌀밥에 저 갈색 양념을 쓱쓱 비벼서 먹는 거다. 맛은... 정말 환상!!! 지금껏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던 맛이니 뭐라 설명할 길도 없다. 도대체 양념 베이스가 뭔지도 감이 안 잡힌다. 그리 많이 짜지도, 또 많이 달지도 않은데다 조미료 감칠맛은 아닌데 빈틈이 없는 맛. 탕 안의 재료는 물론이고, 양념 한 방울도 안 남기고 밥에 비벼 깨끗이 비웠다.
말안듣는 울 아들은 이런데서 굳이 아웃사이더같은 메뉴인 치킨 샐러드를 시켰다. 그러고는 내 전복을 반 이상 먹어치우고, 엄마가 시킨 게 더 맛있다고 많이도 뺏어 먹는다. 고맙다, 아들! 엄마 더 살찔까 걱정해줘서ㅎㅎ
점심을 그렇게 두둑하게 챙겨 먹고나서도 이곳 전통음식을 또 찾아 나섰다. 궈즈(粿汁)라고 부르는 이 음식은 굵은 쌀국수에 각종 돼지 부속물을 넣은 것인데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아마 식사 후 먹지 않았다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으리라.
삼시세끼 중 중국에서 가장 잘 챙겨먹는 저녁식사. 우리도 남편의 안내로 유명한 맛집으로 향했다. 사람이 얼마나 많던지 여기서도 한 시간 반은 줄을 섰던 것같다. 한 줄은 테이블 번호 받는 줄, 다른 한 줄은 음식 주문하는 줄. 첨엔 그것도 잘 몰라 40분은 셋이서 한 줄에 서 있었다.
겨우겨우 테이블 번호 하나 받아서 자리잡고나니, 각종 소스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첫번째 도착한 요리는 큼지막한 조기. 뭐야 이거! 아무 양념도 안 된 것 같은데 이게 맛이 있겠어?? 게다가 따뜻하지도 않은 게 굽지도 않은 것 같다. 별 기대없이 젓가락으로 조금 먹어봤는데 맛있다! 익히고 다시 훈제하며 말린건지 살짝 양념향이 나기만 할뿐 다른 재료는 보이지 않는다. 차가운 생선요리는 먹어 본 기억이 없는데 생선을 이렇게도 먹을 수 있구나 싶었다.
다음으로 나온 요리는 게장!!! 어쩜 한국에서 먹는 간장게장과 맛이 거의 비슷하다! 고추가 들어갔는지 살짝 매콤한 것이 역시 밥도둑이다. 날 것을 먹지 않는 남편은 접시를 내쪽으로 밀어주며 실컷 먹으란다. 예전에 기생충 얘기를 하며 될 수 있으면 먹지 말라더니 오늘은 웬일로 시켜주냐 물었더니 이 식당에서 제일 유명한 요리로만 시켰다며 내일 바로 구충제 사준다고 ㅎㅎ
이 요리는 거위간, 내장등을 볶아낸 요리. 잡내없고 쫄깃하다. 비린내나는 어설픈 푸아그라보다 훨씬 낫다.
요건 튀김을 좋아라하는 아들이 제일 잘 먹었던 생선튀김. 부드럽고 싱싱한 흰 살에 가시도 없는 생선이라 먹기 참 좋았다는.
이건 양념된 꼬막 요리. 어쩜 엄마가 집에서 해주던 양념이랑 맛이 비슷해서 놀랐다. 알면 알수록 중국 남쪽 지방에는 한국과 비슷한 음식들이 많다. 그런데, 꼬막도 익히지 않은 생것!!! 조개를 날로 먹는 건 처음이었는데 맛은 역시 좋았다.
그렇게 거하게 저녁을 먹고는 디저트를 고집하는 아들 덕에 그 날도 역시 다이어트는커녕 먹어서 배를 터트리는 다이나마이트 수준으로 먹고 말았다. 우리는 반찬으로 먹는 메추리알을 여기 사람들은 디저트로 먹는 것도 참 새로웠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호텔로 돌아간 우리 셋은 오늘의 식신로드 베스트를 뽑았다. 그것은 다름아닌 공원에서 쭈그리고 앉아 먹은 '창펀(肠粉)'!!! 역시 음식은 부족한듯 먹어야 제일 맛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