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국경절 식신로드 둘째날
중국 남쪽 지방 음식 중 제일 대표적인 것은 바로 '딤섬'이다. 중국 표준어로는 '디엔신(点心)'이라고 부르는데, 보통 아침이나 점심으로, 혹은 브런치로 먹는 경우가 많다. 중국 사람들은 '디엔신(点心)' 먹으러 간다고 얘기하기보다는 '허자오차(喝早茶)', 즉 아침 차 마시러 간다고 얘기하는데, 차를 마시면서 간단하게 먹는 것치고는 아시다시피 종류도 양도 만만치않게 풍성하다. 우리는 샨토우(汕头)에서 딤섬으로 유명한 식당에 갔다.
요건 중국 사람들이 아침으로 즐겨먹는 튀긴 밀가루 요우티아오(油条), 속은 좀 비어 있고 단맛도 없고 약간 짭짤하니 니맛도 내맛도 아닌 것같다가도 먹다보면 자꾸 손이 가는 놈. 맞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에서 아침 식사로 드셨다는 그 메뉴다.
과자로 귀 만들고, 빼빼로로 상아만들고, 흑임자 두 알로 눈도 붙여 코끼리를 만들어 놨다.
중국 사람들은 야채를 거의 기름에 볶아 먹는다. 기름을 좋아해서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생야채를 먹는 건 위생상의 문제나 잔류 농약이 걱정되어 익혀 먹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간장도 뿌리고 다진 마늘도 좀 넣은 상추볶음은 광동사람들 밥상에 아주 자주 오르는 야채반찬이다.
이건 내가 너무너무 무서워하는 쥐 모양! 난 끝내 안 먹었다. 아니 못 먹었다.
소머리 모양도 있다!
이건 류샤빠오(流沙包)라고 속에 아주 달고 느끼한, 슈크림 비슷한 것이 들어 있는 찐빵이다. 보통은 그냥 하얀 색인데, 여기는 까만색으로 만들고 가운데엔 황금띠를 둘렀다.
스펀지밥 모양의 스펀지같은 빵도 있다.
볶은 땅콩이 들어 간 저건 생선죽이다.
요건 페파피그 캐릭터가 들어간 타르트
흑미로 만든 색다른 창펀(肠粉) 속엔 바삭함이 살아있는 튀김옷을 입힌 새우와 야채가 들었다.
자오차(早茶)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메뉴. 중국식 닭발 요리~ 우리나라 사람들 못지 않게 중국 사람들도 참 닭발을 좋아한다. 서양 사람들 안 먹는 닭발을 중국에서 수입해 다 해치운다는 얘기가 있다. ㅎㅎ
이 엄청난 양의 아침을 먹고, 또 다른 새로운 먹거리를 먹으러 다음 목적지인 차오쪼우(潮州)로 향했다.
아점을 푸짐하게 먹었으니 간단한 간식거리를 맛보러 먹자골목을 찾아 나섰다가, 길거리에서 과일 파는 아저씨가 보이길래 비타민도 보충할겸 사먹었다. 갖가지 과일을 고르니 그 위에 꿀이랑 깨를 뿌려 준다. 이곳만의 독특한 과일먹는 법이라는데... 웩! 이걸 먹고나서 세상에 내 입맛에 별루인 것도 있다는 걸 알았다.
이 지방에서 유명한 음식 위지아오(鱼饺), 한 마디로 생선살로 만든 교자다. 보통 만두 속은 돼지고기가 제일 보편적이고 소고기, 양고기로도 만드는데, 이곳에서는 생선살과 새우 등을 섞어 만든 속을 넣어 먹는단다. 여기도 줄 선 사람들이 많더니, 역시 맛있다.
드디어 맛집 골목에 도착해서 처음 먹은 음식은 차오쪼우(潮州)식 창펀(肠粉), 참깨를 갈아서 만든 소스인 마찌앙(麻酱)을 듬뿍 뿌려준다. 이 동네 사람들은 유난히 깨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와! 여기 붕어빵도 있다!!! 다코야끼도 같이 파는 걸 보면 정말 이 지방 특색 음식인지는 좀 의심이 가기도 하지만, 우선 반가우니까 먹는 것부터. 맛은 역시 한국 붕어빵 승!
시아쥐엔(虾卷)은 얇은 전병에 바삭하게 튀긴 새우와 야채, 특제 소스를 넣고 말아낸 게 케밥같기도 하다. 여기도 줄이 길어서 무조건 줄부터 서고 봤다.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렇지 역시 맛은 최고!
긴 줄을 나 혼자 서고, 두 남자는 그새 또 다른 간식거리를 사 왔다. 아들은 각종 열대 과일에 율무와 얼음, 설탕을 넣은 디저트를 들고, 남편은 다이어트 한다면서 어디서 또 튀긴 먹거리를 들고 왔다.
이 지방에서 제일 유명한 소고기 완자를 먹으러 갔더니 먹어보고 맛있으면 QR코드찍어 위쳇친구추가하란다. 택배로 보내주니 선물로 보내기도 좋다고... 하도 먹은 게 많아서 조금만 먹어도 배가 터지기 직전이니, 세 식구가 달랑 완자 여섯 개만 시켜 앉아서 먹고 있는데, 인상 좋아보이는 여사장님이 차를 마시라고 권한다. 완자는 정말 맛있었고, 결국 우리는 집에 돌아와 위쳇으로 그집 소고기 완자를 열 봉지나 주문했다.
차 마시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이곳 사람들이 사용하는 다도 용기들을 파는 곳도 구경했다. 다른 지방에 비해 찻잔은 많이 소박했고, 주전자로 물을 데울 때도 아직도 전통 기구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지방 사람들이 워낙 뜨거운 차를 한번에 원샷하는 걸 좋아해서 식도암 발병율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골목길도 기웃거려 보고
높은 곳에 올라 특유의 가옥 형태도 살펴보고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을 건너는 독특한 정자모양의 다리도 구경했다.
호텔로 돌아가기 바로 전까지도 어디서 또 새로운 먹거리를 발견해 들고 오는 남편. 대추도 들었고 몸에는 좋아보이지만, 이제 내 배에는 도저히 더이상 뭐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다.
오후에 먹었던 군것질거리가 채 소화도 되기 전에 더는 늦을 수 없는 저녁을 또 챙겨 먹었다. 왼쪽은 녹두로 만든 떡, 오른쪽은 새우 넣고 밀가루를 말아 튀겨낸 것.
구경만했던 바삭바삭한 굴전도 먹어보고
연잎에 찹쌀을 말아 쪄낸 쌈밥
내용물이 다른 두 종류의 창펀(肠粉)
한국에서 먹던 것과 제법 비슷한 맛이 났던, 해산물과 김이 들어 간 굴죽
윤기 좔좔흐르게 구워 낸 고기 찐빵, 그리고 우리 세 식구처럼 생긴 돼지모양 찐빵까지
이틀 동안 정말 갖가지 음식들을 많이도 먹었다. 역시 인과응보, 이날 저녁부터 톡톡히 댓가를 치뤘다. 급체가 왔는지 가슴이 답답하고 음식이 걸린 것처럼 내려가질 않아 그 다음 날부터 물도 마시기 힘들었다. 중년의 약해진 소화능력은 생각도 않고 식욕에만 지나치게 충실해, 먹어도 너무 먹었던 것이 잘못인듯.
두 남자는 멀쩡한데, 나 혼자 탈이 나서 남편은 자기가 시켜 줬던 간장게장과 생조개때문에 그런게 아닌가 싶었는지 미안해 어쩔 줄을 모른다. 어렸을 적 체했을 때, 아빠가 엄지 손톱 아래를 바늘로 콕 찔러 따 주면 시원했던 게 생각나 호텔 반짓고리에 있는 바늘로 좀 따달라고 했더니 맘 약한 남편은 살살 이리저리 찔러 피는 안 나오고 살만 다 헤집어놨다.
돌아오는 길, 스프라이트 2병을 계속 마시며 시원하게 트림을 하니 좀 나아지긴 했지만, 한참을 못먹고 고생했었다. 역시 여행은 많이 움직이고 돌아다니다 고픈 배를 채우는 정도의 식도락이 제일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진리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