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냥의 시간>
★★☆☆☆
감독님, 제발 예전 그 스타일로
돌아가 주시면 안될까요?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이 연기 잘하는 젊은 네 배우들과 10년 전 그 굉장했던 영화 <파수꾼>을 연출했던 윤성현 감독이 만든 영화라는데 이상하게 예고편부터 끌리지 않았다. 뿌연 공기, 벽마다 그래피티가 가득한 황량한 도시에 사는 네 젊은이가 불법 도박장의 금고를 털 계획을 짜고 성공한다. 하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추격자가 그들을 쫓고 우리는 그걸 조마조마해 하며 지켜봐야만 한다. 과연 그들은 지옥에서 벗어나 하와이와 닮았다는 대만의 섬으로 가서 그들이 꿈꾸던 사람답게 사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슬프게도 영화를 보기 전 좋지 않은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영화 도입부부터 시작된 너무나 익숙한 설정과 더 이상 어떤 반전이나 새로울 것이 없는 스토리 전개 탓에 영화를 보는 내내 다음 장면에 대한 기대가 생기질 않았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추격전을 긴장감 넘치게 찍었다는 것에 감탄하기에는 지금껏 이미 보아왔던 훌륭한 영화들이 너무 많았고, 그 영화들만큼의 큰 스케일은 안 되는데 배우들의 연기만으로 그 허전함을 메꾸기에 2시간 15분은 너무 긴 시간이지 않은가.
특히 맹렬히 그들을 쫓던 추격자(박해수 배우)가 자기 눈앞에 있는 준석(이제훈 배우)에게 5분의 시간을 주겠다며 도망가 보라고 할 땐, 나도 마음속으로 영화에게 말했다. 5분을 줄 테니 제발 지금보다 조금만 더 재미있어져 보라고.
단편영화부터 <파수꾼>까지 윤성현 감독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만들어 왔는데, 이번에는 대사에 기대지 않는 시청각적인 요소가 가득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감독은 자신이 만들고 싶었던 영화를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파수꾼>을 보고 윤성현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며 10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렸던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는 굉장히 실망스러운 차기작이었다. 부디 다음에는 예전 작품 스타일로 돌아가 <파수꾼>에 버금가는 작품을 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