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킬러 Feb 24. 2022

외로움과 그리움의 부자가 친구들에게

김진호 <친구에게>


Y야, S야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니?

요 며칠 카톡은 온갖 방법을 다 써봐도 계속 먹통이라 니들에게 간단한 안부마저 물을 길이 없다. 일찍이 가수 장기하는 '내가 별일 없이, 뭐 별다른 걱정 없이, 이렇다 할 고민 없이, 하루하루가 즐거웁고, 재밌고, 매일매일 신나게 산다는 걸 알면 넌 불쾌해져 절대로 두 다리 쭉 뻗고 잠들지 못할 것'이라 말했다만, 나는 오늘 또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한국의 코로나 확진자수를 보며 니들이 걱정돼서, 엄마 아빠가 걱정돼서 두 다리 쭉 뻗고 잠이 안 올 것 같아 이렇게 오랜만에 편지라도 써보련다..


나이 삼십, 멀쩡한 직장을 뛰쳐나와 혼자 배낭 메고 이 나라 저 나라 여행다니다 중국어 배우러갔던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남자와 결혼한지 벌써 16년. 비록 다른 나라에 살고 있었지만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덕분에 우리 적어도 1년에 한번쯤은 얼굴 볼 수 있었지. 그래서였을거야. 많이 외롭지 않았고 살짝만 한국을 그리워하는 것으로 충분히 행복했거든. 그런데 이런 ‘천재지변’이 가족과 친구가 있는 내 나라로 가는 것을 이렇게 힘들게 할줄이야......


이곳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익숙하고 편해지긴 했지만, 가끔은 속절없이 한국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굶어죽진 않을 정도만큼은 하는 중국어도 영 하기 싫고 맛있게 잘만 먹던 중국 음식도 다 먹기 싫어져.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어. 그래서 우리들이 모두 좋아하는 가수 김진호의 노래를 찾아 들었다. 그 유명했던 <가족사진>과 언제 들어도 엄마 생각에 맘 아파지는 <엄마의 프로필 사진은 왜 꽃밭일까>를 듣다가 또 다른 노래는 없나 궁금해지더라구. 그러다 조금은 오래된 이 노래를 발견하고는 너무 좋아서 하루 종일 반복해서 들었어.    


SG워너비 적 힘쎈 소몰이 창법도 좋았지만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맘을 울리는 김진호의 자작곡 싱글앨범들은 딱 내 취향이네.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니들과 이 노래를 같이 듣고 싶었어. 기타 솔로 연주에 얹힌 노래라 우리 학교다닐 때 늘어지도록 들었던 김광석의 ‘다시 부르기’ 앨범도 생각났고. 멜로디도 좋고 무엇보다 가사가 지금의 내 마음을 다 담아주고 있다. 혼자 있어 외로움이 부자고,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부자인 나는 여기 중국에 있고 너희들은 거기 한국에 있지만, 우리 모두 같은 무게를 안고 누군가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웃으면 눈꼬리가 예쁘게 내려가고 입술이 활짝 핀 꽃같아지는 Y야, 힘든 일이 있던 나를 안고 같이 울어줬던 S야. 우리 언제 다시 예전처럼 만나 웃고 울 수 있을까? 힘들겠지만 그때까지 건강하게 잘 버티자. 너희들을 생각하며 나도 힘내볼게. 그 날이 오면 예전처럼 우리가 좋아하는 골뱅이무침이랑 안주들 잔뜩 시켜놓고 맥주 한잔으로 밤을 지새보자구.


그럼, 그때까지 안녕히, 내 친구들~





친구에게                                             

                                                                    작사, 작곡 : 김진호


누구보다 웃음이 많았던 친구는

누구보다 눈물이 많았던 친구는

어느새 표현 서투른 어른이 되어

멍한 표정으로


외로움의 부자 그리움의 부자 후회의 그림자

가득한 방랑자 쓸쓸한 눈동자

오늘은 지우자 한잔으로 오늘밤 지새자


아직 나는 여기 있어 너는 거기 있고

누군가 부르면 닿을것 같은 날들이

어느새 후회가 되어 내가 온 거리만큼 미련을 새겨도


이제 나는 여기에서 너는 거기에서 누군갈 지키며

살아가야 하는 날에 버텨내야 하는 날에

다행히도 우리는 같은 무게를 안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구나


https://youtu.be/YhtWue5-Ve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