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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사람A Aug 08. 2019

내 직업은...

고급진 취미를 갖고 있는..

나는 음악학원 원장님이다. 다른 원장님들과 다른 게 있다면 실용음악 전공을 하고, 학원을 하기 전까지는 영화음악 작곡가로 혹은 실용음악과 입시생들 레스너로 살았다.  어쨌든 지금의 직업은 원장 겸 레스너이고 취미, 혹은 프리랜서로 작곡가, 음악감독으로 지내고 있다.


한참  이슈였던 스타강사 김미경 씨가 늘 이야기하는 게 있었다. "내 꿈의 대주주는 내가 되어야 한다." 나는 정말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스물세살. 자취방겸 작업실
스물네살. 옛선생님들이 연주하는 밴드에 합류하고, 내 레슨실이 생겼다.
스물다섯살. 석촌부근의 지하 작업실. 이때는 월 임대료를 주며 작업실겸, 입시레슨 공간으로 사용했다.


스물여섯. 음악 감독으로서 광고음악회사에 입사했던 시절.


스물 아홉살. 크나큰 일을 벌였다. 겁도없이 삼성동에 사무실을 차린 대범함. 결론은 마이너스로 끝이났다.




영화 음악 감독이 되기 위해 일정하지 않은 프리랜서 인센티브로는 생활비로 부족하기에  입시 레슨들 레슨을 하기 위해 스물여덟 살 때 음악 교습소라는 명칭으로 중랑구 허름한 곳을 인수받아 오픈을 하게 되었다.


중랑구의 17평 남짓 교습소는 허름 했지만 가격대비 나는 참 만족했던 곳.


그렇게 밤새며 독립 영화 음악 작업을 하고, 입시를 레슨 하는데 회의감이 왔다. 남는 게 없는 듯한 공허함.  아마도 스물넷부터 서른다섯까지 거짓말 좀 더 보태면 혹은 진짜일지도 100여 편의 영화 음악을 하고 남는 건 가끔 재방송으로 송출되는 저작권료와 해외 정산 저작권료와 그럴싸한 필모그래피였다.


공허함을 느끼고 '직업'으로서의 음악학원 운영을 생각했다. 서른한 살. 예전 공간은 처분 후  강동구로 자리를 옮겨 인수인계를 받고, 학원을 오픈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업'이 되었으니 그 몇 년을 수많은 세미나를 다니고, 학원 운영에 올인했다. 작곡했던 집념과 입시생들 합격을 시킨 눈썰미로 수강인원 30명도 안 되는 곳이 지금은 명수는 밝히지 못하지만 선생님이라고는 남편과 내가 전부였는데 이제는 두 분의 피아노 선생님, 두 분의 악기 선생님과  함께 하고 있다.


제일 공들였던 (?)  유아레슨실
워낙 시설이 나쁘지않았기에 현재 운영 중인 인수를 받았을때는 그랜드 의자 교체, 암막 커튼 설치, 화장실 공사, 간판 교체등  조금 편하게 시작하였다.


솔직히 음악학원에서의 레슨은 너무나 즐겁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친다는 거는 보람차다. 그리고 각각의 문제가 다르기에 시나리오 분석하듯 아이들을 분석하며 장단점에 맞게 지도하며 발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게 즐겁다. (이런 생활이 오래되니 음악치료를 배우고픈 또 다른 꿈이 생겨났다.)
파이널 날짜가 있는 작품도 아니며 입시로 아이의 재능이 판가름 안나도 되니까 마냥 음악으로 즐거운 지금 학원이 너무 좋다.


평일 오후 2~7시 레슨.  1년에 두세 편 정도의 작업을 하며 이제는 정말 취미처럼 즐겁고 재미있게 하고 있다.  예전처럼 밤샘도 없고... 딱 정해진 시간 (아이들이 없는 오후 2,6시에 말이다)에만 작곡을 한다. 고급진 취미를 하기 위해 일을 하는 기분도 들지만... 작곡을 안 한다는 건 내 재능을 썩히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크기에... 그리고 나만이 그려내는 색깔이 있다. 아무것도 없는 영상에 내 음악으로 꼭 맞는 음악을 입히고, 파이널 때 확인하면 희열을 느낀다. 그게 영화제이면 더더욱 그렇고...

6세 중국인 아이 수업중. 한국말을 너무나 잘한다.
분기별로 있는 아이들 연주회.
그리고 우리학원 비밀의 방. 원장실. 2시와 6시는 레슨이 많지 않기에  작업을 하거나 아이들을 위한 악보 편곡을 하는 나만의 공간.

요즘 클래식 피아노 레슨을 받고 있다. 이 또한 고급진 취미일듯한... 서른다섯이 되어서 그렇게 삼십 년 가까이 한 피아노가 새롭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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