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카메라 첫 번째 롤의 설렘

미놀타 X-700. 아그파 200.

by 조댕
필름 카메라로 입문시킨 블로그 이웃 사진

블로그 이웃이 예쁜 사진을 포스팅했다. 사진 색감이 딱 내가 원하는 느낌이라서 무슨 카메라냐고 여쭤보니 펜탁스 미슈퍼라고 친절하게 댓글을 달아주셨다. 펜탁스 미슈퍼? 처음 듣는 카메라네. 검색해보니 필름 카메라. 필름 카메라? 2017년에도 필름으로 사진을 찍는구나.


영수증

필름 사진을 보고 마음이 급해졌다. 빨리 필름 카메라를 내 손에 쥐어야 했다. 들뜬 마음으로 검색창에 입문용 필름 카메라를 검색했다. 대표적인 입문용 필름 카메라 펜탁스 미슈퍼, 미놀타 X-700, 캐논 AE-1. 중고나라에 올라온 글을 보고 직거래하면 저렴하게 살 수 있지만 직접 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구입하고자 서울 남대문 효성카메라로 달려갔다. 그런데 매장에는 셋 중에 미놀타 X-700만 재고가 있어서 미놀타를 구입하게 됐고, 2017년 5월 26일 미놀타 X-700으로 필름 카메라를 입문하게 되었다.


인화한 사진

현상 : 촬영된 필름이 현상약품 처리되어 사진 원고로 완성되는 과정.

스캔 : 현상한 필름을 스캐너 해서 디지털 파일로 만드는 것.

인화 : 사진 원판을 인화지 위에 올려놓고 사진이 나타나도록 하는 일.


현상, 스캔, 인화에 대한 개념을 몰라서 첫 번째 롤은 3가지를 다 했다. 그냥 다 해주세요."

현상과 스캔하면 6,000원인데, 인화를 36장 전부 했으니 만 원이 훌쩍 넘었다. 5일이 지나서 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유는 필름을 맡기는 사람들이 많이 없다 보니 한꺼번에 모아서 하신다고. 사장님께 첫 번째 롤이에요! 말씀드리니, 잘 찍었다고 칭찬해주셨다. P모드의 힘인가 보다.


첫 번째 롤의 셀렘의 순간들
인천 자유공원에서

50mm 렌즈는 인물을 참 잘 잡는다. 뒤에 배경 날림도 자연스럽다.


인천 자유공원 가는 길에서

필름 카메라는 빛을 예쁘게 담는다.


인천 류성철물점 앞에서

지금은 없어진 류성철물점. 35장 찍고 1장 남았을 때 빨리 찍고 현상하고 싶은 마음에 철물점 앞에서 찍게 됐다.


설거지하는 엄마의 뒷모습
전주 삼양다방 앞에서

전주에서 1952년 문을 연 국내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다방.


삼양다방 안에 있던 화분
재봉틀
인천 한미서점
지금은 없어진 꽃집
지금은 없어진 홍예서림 화분
담벼락 장미
인천 송림동
놀이터 그네에 앉아
인천 자유공원

첫 번째 롤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진. 편안한 자세로 핸드폰을 보고 있다.


나무 사이로 햇빛
인천 홍예문
사진기를 들고 있으니, 걸어가던 아저씨가 "나 지나갈 때 잘 찍어봐." 말을 건네고 걸어가시는 모습

2002년 12월 23일 인천 유형문화재 제49호로 지정. 무지개처럼 생긴 문이라는 뜻으로 홍예문(虹霓門). 일본군 공병대에 의해 1906년 착공하여 1908년에 준공. 조선인과 중국인 노동자들이 공사에 참여했고, 공사하면서 목숨을 잃은 이들도 있다고 한다.


인천 인하의 집

삼치거리는 인하의 집이 뿌리이다. 1986년 홍재남, 이초자 부부가 간판도 없는 선술집으로 시작하였다. 가정집을 개조하여 식탁도 없고 손님 받을 방도 없어 마루에서 손님을 받고 시작한 게 너무 많이 몰려와 안방까지 내줬다고 한다. 손님들이 많이 몰리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막걸리 맛이 좋고, 안주 가격도 싸고, 인심이 좋다. 특히 선생님, 예술가, 인하대생이 많았는데 돈이 없는 대학생에게는 돈 걱정하지 말고 많이 먹으라고 하고, 돈 없다고 하면 그냥 보내고 차비까지 줬다고 한다. 이익보다는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호객 행위 하지 않고 저렴한 가격에 과열 경쟁을 하지 않는다. 삼치거리 골목은 원조라는 간판을 걸지 않는다.


삼치거리 사람들 책에 실린 글

허름한 나무 대문 안에 왁자하니 모여 앉아 찌그러진 주전자에 가득 담긴 막걸리를 놓고 밤새 정치와 이념을, 그리고 사랑과 인생을 이야기한 사람이 어디 인하대생뿐이었겠는가. 허름하고 비좁은 생선 냄새와 막걸리 냄새와 사람 냄새가 섞여 있는 이 집에는 인천의 불안한 청춘이 다 모여 있었다. 한쪽에서는 시국을 논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랑과 이별을 얘기하고 또 한쪽에서는 불확실한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며 술잔을 높이 들었던 것이다.


인천 싸리재 카페
LP를 직접 고르시는 싸리재 카페 사장님
카페봉봉

원래는 의료기기 상점이었는데 2013년 카페로 바뀌었다. 의료기기 상점이라는 흔적이 투명한 유리에 경기 의료기기라는 글이 써져있다. 건물 내부는 ㅁ자 형태의 한옥으로 지어졌고 1910~1920년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 인테리어는 LP, 축음기, 카메라, 책, 오래된 소품들로 꾸며져 있어 옛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사장님께서 직접 LP를 고르셔서 음악을 틀어주신다.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음악이 카페 내에 퍼진다. 카페봉봉(에스프레소) 시켰다. 사장님께서 처음 왔냐고, 물어보시더니 먹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위에 거품은 에스프레소 향을 덮는 역할을 하고 아래에는 연유가 깔려있어 취향에 따라 연유를 적당히 섞어 마시면 된다고 말씀하셨다. 친절하고, 조용해서 좋은 싸리재 카페.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의 한 장면

필름 카메라는 한 장 한 장이 소중해서 사진 찍을 때 더욱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주위를 꼼꼼하게 보는 습관이 생겼다. 예민한 눈으로 피사체를 바라본다. 신호등에 들어온 불빛. 횡단보도를 걷는 사람들. 일상의 모습들이 예뻐 보이기 시작했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예쁘게, 담아줘서 좋다. 순간을 자연스럽게 담아준다.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춘희(심은하)가 손가락으로 프레임을 만들어 그 사이를 보며 말한다.

"이렇게 하면 다 의미가 있어 보여."

정말 필름 카메라를 들고, 네모난 뷰파인더로 보면 다 의미가 있어 보인다.


첫 번째 롤 사진 모음
첫 번째 롤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