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놀타 X-700. 코닥 골드 200.
마흔한 번째 순간들
집 뒤에 산이 있어서, 4계절에 색깔 변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봄에는 연한 초록색, 여름에는 진한 초록색, 가을에는 금색, 겨울에는 하얀색.
난 진한 초록색에서 금색으로 변하는 가을에 색깔이 제일 좋다.
가을은 참 예쁘다. 하루하루가.
필름 카메라 쓰면서, 빛에 예민해짐. 빛이 있을 때 사진 찍으면, 참 예쁘다.
빛이 건물 사이로 들어올 때 찍은 집 앞 횡단보도.
윤도현밴드에 가을 우체국 앞에서가 노래가 떠오른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노오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날려가고
지나는 사람들 같이 저 멀리 가는 걸 보네
버스를 기다리면서, 찍은 사진.
가을길은 동네도 예뻐서 자꾸만 걷고 싶다. 가을길 예찬.
파란 하늘을 보니,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강력추천! 데일로그 - 파란 하늘 안에
파란 하늘 안에
구름 하나도 없네
너의 얼굴을 그려
하늘을 보고 웃어
(바보같이)
이 파란 하늘 아래 (너와)
걷는 상상해 너는 지금 뭐 해 (너와)
같은 하늘을 보고 싶은데
가을에 인천대공원은 진짜 예쁘다.
모르는 사람. 은행나무랑 잘 어울려서.
모르는 사람. 얘기 하는 모습이 예뻐서.
저 뒤에 모르는 사람은 아직도 사진 찍는 중.
가을은 진짜 진짜 예뻐. 예쁘다고, 100번 말할 거야.
이 넓은 공간에서 돗자리도 안 깔고, 앉아서 뭐하나 궁금해서 다가갔다.
선글라스 딱 끼고, 책 읽는 중. 왜 이리 멋있어? 외국인이라 더 그래 보여.
주인 없는 인천대공원은 마치 이날만큼은 외국인이 주인 같았다. 인천대공원은 당신꺼!
단풍잎 하나 주워, 가을에 어울리는 시랑.
귀가 녹아요. 사랑해요. 섹후땡!
LP에 미러볼 조명을 넣었다.
집에서 차 타고 가면, 10분 거리. 걸어가면, 30분 거리. 가깝고도 먼 곳.
가을 나들이 김밥.
은행나무 아래서, 김밥 3줄, 컵라면 2개, 커피 먹었다. 맛있다. 그런데 바람이 분다. 춥다.
민낯을.
카메라는 항상 내가 들고 다니니깐, 막상 나는 찍힐 일이 별로 없다.
나도 포즈 잘 취하는데.. 나도 찍히는 거 좋아하는데..
그래서 누나한테 컨셉 사진 하나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책을 들고 있을 테니깐, 나랑 은행나무가 잘 보이도록 찍어줘."
제목 : 가을은 독서의 계절 (컨셉사진에 사용한 책은 피천득에 인연)
가을엔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저절로 생각난다. 라노비아 카페 아메리카노 부드럽고, 맛있다.
남동낚시터였던 곳을 카페로 탈 바꿈.
커피 마시고, 외부 한 바퀴 걸을 때, 마주친 반짝 반짝 빛나는 갈대와 윤슬. 아름답다.
라노비아 카페에서 마주친 윤슬.
라노비아 카페에서 마주친 빛 먹은 갈대.
라노비아 카페에서 찍은 사진. "누나 내가 이거 불 테니깐, 사진 찍어줘."
사진 확인하고 원하는 구도 안 나왔다고, 누나한테 카톡으로 구박함.
친구가 위로 술 사준 날. 삼각대 놓고, 사진 찍었는데, 흔들렸다.
"실내가 어두우니깐, 절대 움직이면 안돼, 흔들린다!"
흔들렸다.
사진 블로그 이웃에 추천으로 다녀온 가을의 창경궁. 걷기만 해도 좋은데, 사진까지 찍으니, 기부니가 좋았다.
창경궁에서 데이트 하는 어르신 발견.
느낀점 : 아 예쁘다. 부럽다. 끊임없이 사랑해야 하는구나.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좋은 것 이구나.
줄 서세요! 귀여운 노란 유치원생들.
노오란 옷을 입고, 손 잡고 걷는 모습이 정말로 귀여운 병아리 같았다. 삐약삐약~병아리~
창덕궁 입구를 마지막 사진으로, 마흔한 번째 롤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