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마음을 놓다
아마도 누구든지 날 때부터,
생산자와 소비자는 나뉘어져있다고 생각한다.
창조하거나, 변형하거나, 생에서 삶을 찾아내거나.
나는 전형적인 소비자에 속하는 사람이다.
돈을 버는 것 보다는 쓰는 것을 잘하고
일을 만드는 것 보다는 일을 하는 것을 잘하고
글을 쓰는 것 보다는 읽는 것을 잘한다.
잘 읽고 못 읽고의 판단 이전에, 나는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하면서,
다시 또 고질적인 나쁜 버릇이 나오기 시작했다.
없어진 줄로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잊고 있었다.
나는 아주아주아주 쉽게 생각에 지배당한다.
읽고 또 읽으며 내용과 글자에 잠식당하고 매몰되는 그 반복의 굴레,
책을 덮어도 정신은 강력하게 구속되어 버리는
보이지 않는 깊은 늪으로 나는 또 다시 가라앉는 중이다.
정신이 빠졌다.
화요일과 수요일, 이틀 연속으로 애들 학원갈 때 학원가방을 안가져가서 집으로 돌아가야했다.
오늘은 꼭 가방가져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