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쓴다는 것

내 모든 마음을 가득 담아

by mauve









눈곱을 덜 뗀 채로 밥을 먹고 나서야 기지개를 켜고 나갈 채비를 했다. 몇일 전 어느 잠못이루던 밤 끄적이던 엽서 두 장을 고이 가방에 넣는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우체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귀찮다는 이유로 우체국 가기를 이번 주 내내 미뤄왔다. 금요일이 되어서야 ‘이번 주까지 엽서 보내기’라는 혼자만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길을 나선다. 집을 나와 15분쯤 남은 버스를 기다린다. 조금 돌아가는 탓에 여섯 정거장을 지나 버스에서 내린다. 정류장으로부터 조금 떨어져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5분이 채 안 되는 거리를 걸어 우체국에 도착한다. 대기표를 뽑고 7명의 대기인원을 기다린다. 차례가 되었을 때, 두 엽서의 각각 행선지를 말하고, 무게를 재고, 결제를 하고, 영수증을 건네받는다. 드디어 내 손을 떠난다. 끝난 것 같지만 끝난 게 아니다. 받는 이의 손에 갈 때까지 가는 중에 엽서가 너무 더러워 지진 않을지, 주소는 제대로 썼는지, 도착까지 오래 걸리거나 설마 분실되진 않을까.. 소소한 걱정들이 나를 떠나지 않는다.


이쯤 되면 '카톡을 하면 되지 왜 사서 번거로운 과정들을 자처할까?'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내 보물 1호는 어릴 때부터 받은 손편지로 가득한 박스. 그 곳에는 아주 어린 시절 산타라고 믿어왔던 이에게 받은 크리스마스 카드부터 방학이면 선생님과 전학 오기 전 친구들에게 받은 답장들, 생일 축하 카드 등.. 여러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 편지들이 내게 매우 중요한 것처럼 나의 편지 또한 다른 이에게 추억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기에 손편지를 좋아한다. 먼 타지에 있는 친구에게 편지나 엽서를 쓰는 일은 꽤나 익숙한 일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손가락만 몇 번 움직이면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편리함에 너무나도 감사하지만 감사함과 동시에 손편지를 많이 쓰던 때가 그립기도 하다. 이런 사실에서 비롯된 씁쓸함은 앞으로 시대가 지나면 지날수록 계속될 텐데. 어쩌면 귀찮기도 한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모두 마음인데 말이다. 한 글자 한 글자에 꾹꾹 담아 쓴 마음은 어떠한 것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과정이 번거로워질수록받는 이를 생각하는 마음은 더 커진다. 이런 번거로움이라면 좋지 아니한가.


지난 스페인 여행에서 찍은 여러 사진들 중 몇 장으로 엽서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엽서를 멀리 사는 친구들에게 보낸 것이다. 나의 사진이, 나의 글이, 내 마음이 무사히 다다르길 바라며.


이런 일이 있었다. 뉴질랜드에 사는 친구에게 편지를 보냈을 때다. 한 달 하고 꽤 지났음에도 친구에게 받았다는 소식이 없었다. 가는 중에 분실됐나 보다 하고 포기하고 있을 때쯤, 잊고 살았더니 드디어 받았다는 연락이 왔다. 세 달이 지나고 나서였다. 도착하기까지 소요되는 꽤나 랜덤한 기간들이 흥미진진 했던 기억이다. 물론 잘 도착했으니.


엽서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 발걸음이 가볍고 마음은 행복하다.

이 행복이 받는 이에게도 고스란히 잘 전달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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