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함께 마흔 즈음의 은퇴를 계획하다
"은퇴"
많은 사람들은 은퇴를 ‘더 이상 직업이 없는 상태’, ‘연금으로만 살아가는 노후’로 생각한다.
그래서 마흔 즈음 은퇴를 이야기하면 대부분 의문을 던진다.
“돈을 얼마나 벌었길래?”
“이제 한창 일할 시기인데 무슨 은퇴야?”
“쓸데없는 생각 말고 그냥 회사 다녀.”
주변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지만, 우리 부부에게 은퇴는 오래전부터 품어온 계획이다. 그래서 우리는 흔들리지 않고, 조용히 우리의 첫 번째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은퇴를 처음부터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2015년, 결혼 직후 우리는 서로에게 말했다.
“인생에도 쉼표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때 우리는 다섯 해 뒤쯤 직장을 그만두고, 1년쯤은 온전히 쉬어가기로 약속했다.
시간이 흘러 2019년, 우리는 다가올 쉼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퇴사 후의 일상, 하고 싶은 일들, 여유로운 시간을 상상하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가 찾아왔다.
‘지금 일을 그만둔다 해도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예상치 못한 상황 앞에서, 우리의 계획은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일상이 조금씩 회복되자, 우리는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여러 번의 논의 끝에 결국 마흔 즈음, 우리의 첫 번째 은퇴를 하기로 했다.
처음 계획했던 ‘쉼’과 지금의 ‘첫 번째 은퇴’는 의미가 다르다.
그때는 단순히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일을 이어가겠다는 생각이었다면, 지금은 은퇴라는 단어에 걸맞게 현재의 직업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우리는 둘 다 금융권에 종사한다. 나는 여의도의 증권사에서, 아내는 은행 지점에서 고객을 맞이한다.
처음 계획은 단순했다. 나는 쉬었다가 다른 증권사로 이직해 일을 이어가고, 아내는 퇴사 후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아내는 대학원에 대한 관심이 줄었고, 나는 증권사에서 일하는 것이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단순한 쉼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할 시간을 갖기로 했다.
물론 그 이전에, 열심히 살아온 우리에게 줄 긴 휴가가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