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뭐 할 건데?
우리 부부는 오래전부터 퇴사와 휴식에 대해 이야기해 왔고, 삶에 잠시 쉼표를 두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주변에 꺼냈을 때 돌아오는 질문이나 반응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첫 번째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가까운 지인들을 제외하고는 이런 얘기를 잘하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가까운 지인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늘 같다.
“퇴사하고 뭐 할 건데?”
나는 운동도 하고, 취미생활도 즐기고, 그동안 해보지 못한 경험들을 하고 싶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그 질문 속에 담긴 진짜 의미는 결국 “퇴사하고 무슨 일을 하면서 돈을 벌 거야?”라는 것이었다.
사실 우리의 첫 번째 은퇴는 그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내는 대학 졸업 후 경험 삼아 지원했던 은행에 취업해 지금까지 일해왔고, 나는 금융시장에 흥미가 생겨 복수전공을 하며 증권사에 들어갔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그 일이 정말 적성에 맞는지는 나중 문제였다. 운 좋게도 높은 연봉을 받으며 경제적으로 안정은 찾았지만, 우리가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이 과연 행복할까 하는 의문은 점점 커졌다.
그렇기에 “퇴사하고 무슨 일을 하면서 돈을 벌 거야?”라는 질문에는 당장 답할 수 없다. 쉬는 동안 답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보다 우선은 나 자신을 돌아보고 알아가는 시간이 먼저일 것 같다.
또한 사람들은 꼭 뭔가 해야만 하는 것처럼 질문을 던진다. 세계여행을 떠나는 거냐, 유튜브를 시작할 거냐, 전업투자를 할 거냐 등등. 하지만 당장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꼭 퇴사나 은퇴 후에 무언가 거창한 계획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다만 사람들의 질문 속에서 나도 모르게 ‘계획이 있어야만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끼기도 한다.
지금 내가 세운 계획이 있다면 단순하다. 충분히 자고, 운동을 하고, 건강한 밥을 해 먹고,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가끔 글을 쓰는 것. 그리고 해외에 나가더라도 어떤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경험 그 자체에 몰두하고 싶다.
첫 번째 은퇴까지 철저히 계획해 온 우리 부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퇴직 후의 계획은 세워두지 않았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마음을 스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아내는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곧 퇴직하는 그 순간이 너무 설레.”
나도 불안은 잠시 내려놓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