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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봇 Sep 22. 2020

16. 3년차 직장인이 본 좋은 선배

B급에서 A급이 되고 싶어졌다.

16. 3년차 직장인이 본 좋은 선배



 아마 자기 자신이 일에 있어서 '좋은 선배'라고 생각하지 않거나, '좋은 선배'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 회사생활에서의 좋은 선배에 대한 바이블은 먼저 선배를 했던 사람들 입장에서 '나중에 보니 이렇더라' 라고 내려져 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나는 적나라하게 3년차 직장인으로 여태까지 겪은 선배들을 바라보는 후배의 입장에서 '좋은 선배'를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먼저 말하면 이건 내 느낀 바일 뿐임을 먼저 밝힌다.


 운이 좋았던 나는 회사에 들어가면서 동시에 너무나도 좋은 선배들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 중 좋았던 부분들을 배우고, 좋지 않은 행동은 교정을 해가며 내가 만나는 후배들에게 전달하려고 애쓰고 있다. 내가 그렇게 후배들에게 까지 전파하려고 하는 '좋은 선배'들의 좋은 행동을 말해보고자 한다.


 결국 그 '좋은 선배 평가'는 후배가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 Unsplash, Company ] 





1. '모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라.


 처음에 회사에 들어가면 신입들은 바짝 긴장하고 업무에 대해 하나하나 배우기 시작한다. 아주 기본적인 메일링부터 시작해서 심지어는 폴더 정리하는 방법, 압존법까지 배우는 경우도 있다. 업무에 대한 지식은 물론이거니와 업계에서 쓰는 그들만의 용어, 비즈니스 매너도 별도로 배우게 된다. 한 번에 전달되는 정보의 양도 굉장히 많으며, 심지어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사람들이 업무를 전수해주는 경우가 많으므로 커리큘럼도 없어 단번에 소화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한 번 들었다고 모든 걸 그들이 기억하고 알 수 있을까? 아마 그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모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마인드가 후배의 업무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그 이유를 나의 인턴경험과, 그리고 첫 사수와의 만남을 통해서 보다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지옥같은 인턴생활, 나는 모를 권리를 박탈당했다.]

 나의 인턴생활은 그 권리를 박탈당한 지옥같은 시기였다. '모를 수 있다'는 상황은 무시당한 채 그 무지에 대해 모독을 당했으며, 그로인해 결국 나는 나답지 못하게 언제나 위축된 사람으로 지내게 되었다.


 인턴 당시, 보도자료를 써야하는 업무가 있었다. 언론보도로 나가야하는 자료를 태어나서 써본 적이 없었기에 구성, 용어, 그리고 문단 배열까지 모든 것이 낯설었다. 거기에 제대로 된 가이드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사수는 예전에 나갔던 파일들만 전달해주며 아주 간략하게 5분 정도만 구두로 이야기해준 것이 전부였기에 전달받은 그것들로 최대한 유사하게 적어 내려가는 것이 내가 낑낑대며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리고 그 내용물을 사수에게 검토 받기 위해 전달하고 10분 뒤 나는 그에게 불려갔다.


"야, 니 뭐 이딴 식으로 적냐?"

"네? 혹시 뭐 잘못 됐나요?"

"너 아까 내가 가르쳐 줬잖아. 이거 틀렸잖아, 이거!"

"아..."

"너 이거 몰라?"

"네, 잘 모르겠어요."

"너 아까 가르쳐 줄 때 안들었냐?"


 사실 그 사수는 그걸 가르쳐 주지 않았다. 파일에도 그런 내용은 없었다. 애초에 그에게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냥 내가 몰라서 잘못 만든 것을 까내리고 욕하고 싶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건은 인턴 사건 내내 곧잘 있었고, 모른다고 이야기할 때마다 들은 모독과 핀잔으로 나는 그에게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모르는 것을 물어보려 하지 않았고 더 배우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처음 해야 하는 업무가 들어오는 날은 극도의 스트레스에 달해 집에 오면 쓰러져 자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혼자 앓던 시기가 끝났고, 나는 수료 이후 그들과의 접촉점을 없애기 위해 카카오톡을 탈퇴하고 휴대폰 번호를 바꾸어 버렸다.



[모든 건 삼세판]

 시간이 지나, 다른 회사에 정사원으로 들어갔을 때에 만난 선배는 내게 많은 것을 알려 주었고, 알려주었던 것과 비슷한 업무가 있을 때에는 내게 와서 이야기하곤 했다.


"이거 저번에 알려줬던 건데 기억나?"


 과거의 트라우마가 떠올랐다. 내가 여기서 '모른다'고 답한다면 그는 나에게 화를 낼까? 그리고 내게 실망을 할까? 내가 그렇게 머릿 속에서 짧은 시간 동안 열심히 고민 하는 사이 선배는 이야기 했다.


"응, 당연히 아마 잘 모를거야. 또 설명해줄게, 세 번은 들어야 정말로 기억하지."


 그는 지난번과 동일한 방식으로 설명을 시작했고, 그 비슷한 말투와 언어 그리고 프로세스들에 나는 지난 번 들으며 적었던 것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떠올리고 기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그 이야기를 듣는 날, 나는 업무를 완전히 익힐 수 있었다.


"이거 저번에도 했던 거지?"

"네, 이제는 어떻게 하는 지 알아요. 혹시 아직도 모르는 게 생기면 물어볼게요."


 그는 한 번 해보라는 이야기와 함께 자리로 돌아갔고, 나는 일을 문제 없이 마무리했다.


 그 말 이후로 나는 모르는 것에 꽤나 당당해졌다. 그에게선 다시 한 번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있음을 알았고, 거기에 내가 굳이 '아는 체'할 이유는 없음을 알았다. 그냥 모르면 모른다고 이야기하고 다시 한 번 들으면 되는 것을 아주 간단하게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가위바위보도 삼세판이고, 사람 얼굴도 세 번은 보고 이름도 세 번은 들어야 익숙해지는데, 재미도 없는 그런 것을 한 번에 알아야 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음을 확신했다.


그로 인해 나는 좀 더 나다워질 수 있었다.



 후배들의 고민은 아주 간단한 데에서 시작한다.


"이 선배가 내가 한 말에 혹시나 기분 상하거나 화내거나 실망하진 않을까?"


 그 원천을 차단해버리고 그 불안을 해소해준다면 그들은 한층 더 '자기 다워'질 수 있다. 조직에서 자기다울 수 있을 때 그들은 비로소 자신의 역량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시간이 흘러 나 역시 후배를 받고, 후배에게 똑같이 이야기해주기 위해 열심히 연습했었다. 하지만 내 후배는 생각보다 더 '자기다운' 사람이었다.


"이거 저번에 한 번 말해줬었는데, 기억 나요?"

"아뇨 모르겠어요. 설명해주세요."


 당황스러웠지만, 나보다 더 당당한 후배의 모습에 이야기했다.


"네, 보통 세번은 보고 들어야 익숙해지더라고요. 다음에도 모르겠으면 편하게 물어봐요."





 2. 선배도 다 잘할 필요는 없다.


 '선배'하면 모든 걸 다 가르쳐줘야하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특히 직급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 많은 지식들을 알고 있기에 '모른다는 것'을 쉽사리 인정하기가 쉽지 않기도 하다. 혹 모르는 것을 인정했을 때, 후배가 혹시나 선배에 실망하거나 혹은 우습게 볼까 하는 걱정도 없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후배 입장은 다르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같이 공부해보고 싶고, 혹시나 선배보다 이 영역을 내가 잘한다면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회사는 그렇다. 직급으로 나뉘어져 있긴 하나, 다 같이 서로의 능력으로 협업하는 공간이기에 모르는 것이 결코 부끄러운 것이 되지 않는 곳이 된다. 그렇기에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그 뻔한 '협업, 협동'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고.


 회사에 들어와서 선배들로부터 업무를 인수인계 받을 때에 다양한 업무들을 접할 수 있었다. 그 중에는 대부분이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처리하여 가공하는 업무들이 많았고, 나는 그런 데이터들의 연관성이나 로직에 대해서는 꽤 많은 것들을 공부해야 했다. 당연히 처음 보는 용어들과 계산 방식에 낯선 나는 그 업무를 준 선배에게 물어보았다.


"과장님, 여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는데, 인계받은 엑셀 산식은 또 다르게 나와 있더라고요. 혹시 이거는 어떤 산식으로 나온거에요?"

"아, 진짜 미안한데 이게 나도 모르겠더라. 이 엑셀 산식은 본사 쪽에서 가끔 보내주는 파일에 적혀 있는 걸 그대로 차용한건데, 나도 이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어."

"아, 그렇군요."

"그래서 혹시 너가 연구해보고 알게 되면 나한테도 알려줄래?"


 내게 업무가 생겼고, 나는 그 파일을 정교화하기 위해 열심히 연구했다. 특히나, 업무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려 줄 수 있다는 느낌과 내가 이것을 해결했을 때에 팀에서 필요한 인력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에 그 문제를 해결해 공유드렸고 오차가 줄어 더 정교해진 파일에 대해 팀원분들은 칭찬을 해주셨다. 그로부터 나는 팀 내에서 해당 업무를 전담으로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고, 필요한 인력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회사에 입사한 이상, 후배도 도움이 되는 인력이 되고 싶다. 하지만 어떤 일이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 잘은 알지 못한다. 아직은 개별적인 판단 하에 기획을 하기에는 지식과 경험이 적다. 다만 몇 년이나 더 일을 한 선배들이 모르는 일에 대해서 해결할 수 있다면 자신만의 영역을 빠르게 개척해 나갈 수 있다.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 말라.', 이것은 후배 뿐만 아니라 선배도 마찬가지이다.


 시간이 흘러 후배가 들어와서 내가 만든 더 정교해진 산식과 함수들이 얼기설기 얽혀 있는 그 엑셀파일을 가지고 질문을 왔다. 질문의 요는 계산을 할 때에 번거롭게 절차를 걸쳐야 하는데 이걸 한 이유가 있는지에 대해 묻는 것이었고, 나는 대답했다.


"이게 엄청 고민해봤는데, 저도 여기까지가 한계더라고요. 분명 더 효율화할 수 있을 것 같긴한데, 같이 찾아줄래요?"


 나는 배운대로 이야기했고, 후배는 '네!'라고 이야기하며 열심히 공부를 시작했다.





3. 후배의 눈치를 볼 것


"눈치 껏 행동해."

"눈치가 빠르네."


 이 말은 언제나 위에 있는 사람이 아래에 있는 사람에게 쉽게 하는 말이었다. '눈치가 있다'는 말만큼 회사에서 듣기 어렵고 좋은 칭찬은 없을 것이다. 챙겨야할 것도 많고, 내가 좀 귀찮아질 지언정 남은 좀 편하게 해주는 그런 배려도 있어야 하며, 센스도 겸비하여 필요한 것들을 적시에 해내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런 눈치는 대개 후배가 선배를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 나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돌이켜보면 선배도 후배의 눈치를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눈치는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을 불편해하지는 않을까?' 하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 정확히는 '이 후배가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라는 그런 배려의 개념이다.


 처음 조직에 배치되어 내게 전해진 일들이 있었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회의 시간에 열심히 노트에 받아적고 해보라는 말에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던 찰나 건너편에 있던 과장님이 내게 먼저 이야기했다.


"방금 메일 보냈어요. 한 번 확인해봐요."

"아, 네."


 들어가보니, 회의가 끝나자마자 그 과장님은 내게 메일을 하나 보냈었고 그 메일에는 내게 분개된 일들에 대한 결과물과 방법에 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 과장님은 팀에서 아직 내 연락처도 제대로 그룹핑 되어 있지 않았을 때에도 한달 간은 모든 메일에 나를 참조로 넣어주셨다. 그리고 이후에도 혹 그 과장님이 처음으로 하는 업무가 있다면 언제나 참조엔 나를 포함해주셨다.


"이거 혹시 제가 도와드려야 하는 것도 있을까요?"

"아니, 언젠간 할 일일 수도 있으니, 한 번씩 봐둬."


 그 분의 그런 배려는 정확히 내가 삼개월 정도 지나 그런 일들을 맡아야했을 때 아주 크나큰 도움이 되었다. 메일 히스토리를 뒤지면 언제나 그 과장님이 내게 보낸 메일이 있었고 나는 그것들을 토대로 업무를 원활히 처리해나갈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 좀 더 친해졌을 때, 술자리에서 과장님에게 말했다.


"저는 과장님이 저 참조로 매번 넣어주셨던 게 진짜 너무 감사해요."

"야, 이걸 빨리해야 내가 편해지지."


 라며 웃어넘기는 선배였지만, 그 눈치 빠른 행동들은 결국 내가 그의 말처럼 빠르게 업무를 습득해 일을 도와줄 수 있는 명백한 결과물이 되었고, 그의 그런 행동은 나에게도 이어져 후배가 들어왔을 떄, 자연스럽게 하는 문화가 되어 있었다. 한층 더 발전되어 처음 보는 사람도 해결할 수 있도록 조금 더 친절한 메일로 말이다.





[ Unsplash, happy workplace ]


 나는 선배를 이렇게 정의하게 되었다. 단순히 업무를 지시하고 이제는 귀찮은 업무를 넘기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회사에서 생활을 하면서 알고 있는 것들을 전적으로 넘겨주고 그리고 그들이 가진 능력으로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이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라고. 후배가 선배들만큼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후배들을 챙겨줄 필요가 있다. 


 물론 가끔은 이상행동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갱생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단순히 선배에게 돌리기에는 억울한 일이니, 그런 경우는 가끔 이런 글을 읽고서도 '뭔 개소리야.' 하고 이야기하는 나쁜 사수를 만나서 한탄 하는 것처럼, 나쁜 후배를 만났다고 한탄할 수 밖에.


 신입사원인 후배를 처음 맞이하는 선배들에게 후배로서 이야기해주고 싶다.


 회사에 들어가는 신입사원들은 절대로 완성된 사람이 아니다. 처음 겪는 곳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이 결국 그들의 앞으로의 가치관을 만들어준다. 그들은 신생아같다. 마치 신생아처럼 그들의 머리는 말랑말랑해서 어떻게 돌리냐에 따라서 머리모양이 결정되며, 조금씩 자라서 말을 하기 시작할 때에는 부모가 했던 말을 그대로 따라하게 된다.


 회사는 가르쳐야하는 곳이 아니라고 하는데,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부정한다. 자기가 먼저 할 일을 나서서 찾아야한다는 말에도 부정한다. 회사는 사람을 가르쳐야하는 곳이 맞다. 적어도 여기가 뭘 해왔고 하는 곳인지, 내가 뭘 해야하는지는 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전자를 히스토리라고 이야기하고 후자를 업무라고 이야기한다.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은 채로 알아서 밭을 일궈내라고 하면 여태까지 해온 실패의 행동을 아마 따라갈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다 경력직 뽑으면, 신입은 어디에서 경력을 쌓냐?"


 신입은 경력직이 아니다. 신입에게 단번에 모든걸 잘하길 기대하는 건 당신의 사치이다. 그들의 능력을 믿고 채용했다면, 그 능력이 뭔지를 보는 관찰의 과정은 필요하지 않겠는가? 누군가는 커뮤니케이션이 능력일 수 있고, 누군가는 능숙한 MS Tool 활용이 능력일 수 있다. 누군가는 분석력이 매우 뛰어날 수 있고, 누군가는 중요한 정리를 아주 기막히게 할 수 있다. 그런 것들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잘하지 못하는 일을 준다면, 그거야 말로 인력 낭비일 것이고.


 좋은 후배를 원한다면 좋은 선배가 되면 된다. 은혜를 입고 좋은 것을 보고 들으면 자란 후배는 분명 선배들에게 든든한 인력이 될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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