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밤봇 Nov 23. 2020

19. 사람 관계는 색(色)과도 같다.

B급에서 A급이 되고 싶어 졌다.

19. 사람 관계는 색(色)과도 같다.


 "너와 나는 무슨 색일까? 우리는 어울리는 색일까?"


 나는 사람들 간의 관계가 색깔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색이 진하면 진할수록 어울리는 색을 찾기는 힘들어지기에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좀 더 무난한 색을 찾아가게 되고, 끝끝내에는 우리가 옷을 매치할 때 입는 것처럼 무채색의 회색, 흰색, 검은색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우리는 색이 강한 사람을 보고 개성이 너무 뚜렷하다고 이야기한다. 그 조금은 튀는 개성보다는 평범함이 좀 더 익숙한 우리들은 어디서든 녹아들 수 있는 사람을 찾게되고, 결국 겉보기에 평범해보이는 무채색에 가까워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그런 사람을 자연스럽게 가까이 지내게 된다. 그리고 나 또한 그렇게 되어야한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은 자연스레 자신의 색을 지워가기 시작한다.


 물론 우리네의 인생이 언제나 무채색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특히 학창 시절에는 자신의 색을 뚜렷하게 표했을 때 무리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빛나는 사람이곤 했다. 면접에서도 좀 더 본인의 색을 잘 드러내는 사람이 감각적으로도 인상을 주기 좋았고 리스크가 있다곤 하였으나 주변이 너무나도 무채색이었던 평범한 사람 대비하여 대체적으로는 빛나는 지원자가 되곤 했다.


 마치 어린 시절 색에 대한 감각이 크게 없었을 때 칠하고 싶었던 색으로 그림을 채웠던 것처럼 그때에는 무엇을 해도 괜찮았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남들이 이야기하는 '사회'에 가까운 일원이 되면서부터 가장 먼저 하게 된 것은 나의 색을 지우는 것이었다.


 너무 튀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직장에서는 속된 말로 '또라이'라고 취급 받기 일쑤였다. 남들이 하지 않는 행동을 먼저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을 그렇게 칭하곤 했고, 이는 조직의 분위기마다도 너무 달라 어떤 경우에는 퇴근시간인 6시가 지났는데도 집에 가지 않는 상황에서 먼저 일어나는 사람에게 그 치욕스런 칭호를 하달하기도 하였다. 남들이 하는 행동과 최대한 유사하게 행동을 해야 하고 그것을 '눈치 있다'라고 하는 때가 시작된 것이다.


"원래 성격이 이래서요."


 이런 말은 어렸을 적에는 개성이었지만 점차 나이가 들면서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은 이기적이고 사회성이 그다지 좋지 않은 사람인 양 비치게 되었고, 그렇기에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을 숨기는 데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모두 무채색이 아니다. 어떻게든 숨겨는 왔을 뿐, 원래는 본연의 자기만이 가진 색이라는 것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MBTI 테스트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부터 각광을 받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그렇게 열광했을 것이다.


[출처 : younghyundai]


"너는 MBTI가 어떻게 돼?"

"어? 나 ESTP."


 사람들은 서로의 MBTI를 물으면서 어떤 사람인지 검색하는 데에 재미를 느꼈고 16개의 집단으로 나뉜 그 단순해 보이는 테스트를 맹신했다. 제법 잘 맞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집단의 행동에 대해서는 제법 관대한 우리들이었으며 동시에 '나는 이래요'라고 표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근데 나 진짜 그래!"


 MBTI 결과를 보는 사람들이 하나 같이 했던 말이었다. 인터넷에 적나라하게 적혀 있는 유형별 성격을 보면서 자신의 색을 무채색보다는 좀 더 뚜렷하게 표출하고 있었다. MBTI 이전 우리가 보는 시야에는 '무채색의 사람'과 '유채색의 사람'만 있었다면 지금은 16개의 색이 있는 사람들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 16개의 색도 서로 어울리는 것이 있고 어울리지 않는 것이 있었다. 상극인 사람과 가장 잘 맞는 궁합에 대한 안내도 매트릭스로 짜서 나와 있었고 이에 사람들은 'INFJ유형 남자 찾습니다!'라던가 'ENFP유형 여자 찾습니다!'와 같은 내용들을 트위터로 퍼다 나르기도 했다. 이전보다는 좀 더 우리는 우리일 때 어울리는 사람과 아닌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단순히 빠르게 소멸할 것 같았던 이 MBTI의 집단 유행은 기대와는 다르게 지금까지도 유행이 되어 오고 있었다. 이제는 단순히 4개의 영문조합을 넘어 다른 사물에 빗대는 것까지 확장이 되었다. 사실 어떤 상황에서 이지선다로 선택하며 결국은 MBTI를 녹인 것에 불과했지만, 그 비유된 사물의 참신 성이나 제시하는 상황이 제법 재미가 있어 테스트는 매번 성행했다. 그 비유된 결과물들에는 언제나 MBTI가 작게나마 딸려 나왔고 MBTI와 일치했을 때 사람들은 더더욱 그것을 맹신하기 시작했다.


 이런 16개의 성격 유형을 인정받은 것은 사람들의 일상에 꽤 큰 영향을 주었다. 사람들의 생활 방식에 있어서도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그 사람의 MBTI를 이해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관용'의 영역이 되어있었고 어느 정도의 입장 차이나 행동 차이에 있어서도 '나랑은 MBTI가 달라서 그러네' 라며 '이해'까지 하는 수준이 되어 있었다.


"어? 진짜 잘 맞는 것 같네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관용한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동시에 나 자신도 나임을 표출할 수 있는 측면에서 MBTI는 꽤 큰 성행을 했다. 물론 16개의 군집 유형으로 사람을 어떻게 나눌 수 있겠느냐는 반문도 적지 않았지만 우리에게는 과거에 허락된 유형이 많지 않았고 그 다름을 표현하는 데에 서툴렀기에, 이렇게 나뉘는 것만으로도 내가 나일 수 있고 남이 남일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각자의 색을 표출하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 우리는 그 색상들을 바라보면서 조금은 다를 수 있음을, 나와는 같지 않은 사람들은 그 사람들의 스타일임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러니 이제는 조금 더 나임을 말해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MBTI를 먼저 이야기하는 전제가 아직은 필요할 테지만, 누군가는 이해하고 분명 받아들일 수 있는 시기이기에.


"저는 이런 색을 가진 사람이에요."


 지금만큼의 적기는 없을 것이다. 내가 나다울 수 있는 기회를 누려보면 어떨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