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하반기를 훌쩍 지나, 근황과 이모저모

전시와 논문 그리고 졸업

by 박효신


2025년에는 글을 하나도 안(못) 쓴 줄 알았다.

그런데 올해 2월에 그래도 두 번은 썼더라.

이곳에 글을 올릴 때마다 늘 같은 다짐을 한다. '이제부터는 자주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써야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브런치에 다시 들어와 보면 반년쯤 훌쩍 지나 있다. 저번 글을 올린 2월의 나는 롱패딩과 목도리에, 입김을 불며 그림을 전시장에 옮기고 있었는데, 그 장면이 지금은 정말 오래된 과거처럼 느껴진다.


20250122_084545.jpg 올해 2월, 전시장까지 셀프로 힘겹게 그림을 옮기는 나 ㅠㅠ


그 사이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하루하루를 우다다다 달린 것 같은데, 돌아보면 몇 년쯤 지난 듯하다.
올해 겨울 학기에 졸업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3월부터는 논문을 쓰기 시작했다. 퇴근 후에는 새벽까지 (해뜨는 것을 늘 보고) 책상 앞에 앉아, 쓰고 또 쓰고, 다시 쓰고 또 쓰는 시간을 보냈다. 학교 수업, 일, 그 외의 시간은 모두 논문을 썼다. 쓰면서 머리를 쥐어뜯는 상상을 수도 없이 했다. 그렇게 6월,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논문을 끝내고 드디어 제출했다.


논문 끝.jpg 다시는 보지 말자. 내 인생 논문 이걸로 끝.


아주 찰나의 자유를 맛보고 일주일 뒤, 갑자기 코피가 쏟아졌다. 독일에 와서 첫 코피다.

어릴 때 코피가 너무 많이 나서 이비인후과에서 불로 지진 이후로 코피 난 적이 거의 없었는데 말이다. 긴장 속에서는 아무렇지 않다가 긴장이 풀려 마음을 놓는 순간에서야 몸에 반응이 온다. (다행히 코피 말고는 아프지는 않았다.) 아 - 아름다운 계절 봄을 느껴보지도 못한 채 3,4,5,6월이 사라졌다.


Video_27b280f2-13bc-4fd7-b48f-6b1f2917f4d7(1).jpg 새로운 시리즈 작업 스타트

논문이 끝나니 곧바로 여름. 학교 룬드강 전시를 준비하고 또 마치고 새로운 작업 스케치들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4월에 아틀리에도 이사했었네. 이번에 감사하게도 아틀리에 장학금 또 받았는데 아쉽게도 다른 호로 옮겨야 했었다. 그래서 2년 동안 정든 아틀리에 잘 정리하고 새 아틀리에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래도 같은 층에 있어서 그나마 수월했다. 그래도 이사는 이사여서 꽤나 피곤했다는...


무튼 그렇게 (어느새 후다닥) 8월이 되었고, 짧게 여름휴가도 다녀왔다.

20250817_150032.jpg 사방이 바다. 아름다운 크레타섬

(이 이야기는 잊기 전에 따로 글을 써야겠다. 너무너무 행복했던 크레타섬 여행!)


바쁜 와중에도 이상하게 9월이 되자 한국이 너무 가고 싶었다. 한국 안 간지도 꽤 되었고 그냥 뭔지 모르겠지만 무엇인가가 그리웠다. 2주 동안 비행기표만 들여다보며 계속 고민했다. 졸업도 앞두고 해야 할 작업도 산더미인데… 그러다 결국 내 표 대신 엄마의 비행기표를 끊어버렸다.

얼마 전 통화에서 내가 “한국 못 가면 엄마가 놀러 왔으면 좋겠네”라고 했더니, 엄마도 “그러면 좋겠다~” 하고 웃으셨다. 우스갯소리인 줄 알았는데 '엄마 나 엄마 비행기표 샀어. 놀러와' 내가 정말로 표를 끊어 통보하니 엄마도 조금은 당황하신 듯하다. 하하핫. 아무튼 9월 중순쯤, 엄마가 열흘 정도 오신다. 내가 이곳에 산 지 10년 만에 처음이다. 흑흑흑 ㅠㅠ 딸이 예술가로서 든든히 자리 잡아 풍족한 여행을 만들어드리고 싶지만, 현실은 나의 모든 (하지만 소소한) 수입은 학업과 작업비를 보태는데 늘 간당간당한 삶이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너무, 너무 설렌다!!!


일단 디플롬 전시를 위해 재료를 짜르륵 주문해 두었다. 이번 주에 재료가 도착하면 캔버스 몇 개를 짜두고, 엄마가 오기 전까지는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오시면 잠시 놀러 다니다가, 다시 겨울까지 주구장창 그림을 그리며 올해가 마무리될 것이다.


2025년은 끊임없이 해야 할 일들로 가득하다. (졸업 막바지라 당연한 일이겠지만.) 졸업하고 나의 삶은 어떻게 흘러갈까, 그런 걱정과 고민할 틈조차 주지 않는다. 그런데 다행인 건 이 바쁨이 정신적인 압박이나 부담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냥 해야 할 게 많을 뿐... 하나씩 해내면 된다. 그래서일까, 마음은 이상하게도 그 어느 때보다 고요하다.


그나저나, 2025년이 가기 전에 기회가 된다면 12월쯤 첫 개인전을 하고 싶다. 어떻게 될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리고 이번에는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꾸준히 글을 써보려 한다. 그림으로만 생각하다 보니 이미지를 떠올리고 기록하는 건 점점 수월해지는 반면, 글은 버벅거리기 시작했다. 엉켜 있는 무언가를 쭉쭉 펴고 싶다.


2025년 상반기 + 8월까지 하반기 근황,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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