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하야 '도서출판 이야기 바다'
지난해, 엄마는 1인 출판사를 만들었다.
이름하야 도서출판 이야기 바다.
엄마는 몇 날의 고심 끝에 출판사 이름을 지었다.
세상에서 헤엄치는 싱싱하고 맛있는 이야기들을 건져내 독자들에게 배달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이야기 바다".
엄마는 아동문학 작가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엄마의 글을 참 사랑한다. 글을 읽을 때면 특유의 따뜻함과 맑음으로 내 마음에 햇살의 빛이 잔잔하게 스며든다. 실제 삶도 글과 다르지 않다는 걸 평생 보아와서 그런 걸지도.
엄마의 원고들은 켜켜이 쌓여가는데 내심 그림 그리는 딸과 함께 책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있으셨나 보다.
1인 출판사를 함께 해보자는 제안에 나는 망설여졌지만 까짓 거 함께 책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 그렇게 내가 독일에 있는 동안 엄마는 1인 출판사를 만들었다. 내가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혹여 궁금하신 분들이 있으실까 봐 과정을 적어본다. 시작의 마음에서는 이 과정들이 별 거 아닐 수도 있다. 우리도 작가인 엄마와 그림 그리는 딸이 마음을 모아 느리더라도 꾸준히 우리 색깔의 책을 내자는 진지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책 두 권을 출판하고 다음 책을 낼지 말지 고민하는 지금에서 보면, 책 한 권을 낸다는 것은 정말 만만치 않은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의 책을 만들기까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편집하는 것도 큰 일인데, 출판하기까지 1쇄를 찍는 인쇄비용과 나머지 책을 보관하는 일, 유통을 뚫어 책을 판매하는 일 등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들이 참 많았다. 무엇보다도 책을 찍은 만큼 책이 팔릴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엄마와 나, 현실성이 떨어지고 셈이 느린 이상주의자 + 이상주의자 조합의 "이야기바다"는 이리저리 아슬아슬하게 이 여정을 항해하고 있다. 책 한 권 두 권, 켜켜이 쌓여 우리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널리 널리 이롭게 쓰여지길 바라며.
1. 출판사 이름이 정해졌으면 주민등록상의 주소지 구청에 가서 출판사 등록 접수를 한다.
2. 신분증, 주민등록등본, 임대차 계약서 세 가지 서류가 필요한 데 1인 점포가 없는 출판사일 경우, 주택을 출판사로 신고할 수 있다.
3. 접수 후 2-3일 뒤에 연락이 오면 등록 면허세(27000원)를 납부하고 출판사 신고증을 수령할 수 있다.
4. 관할 세무서에서 사업자 등록을 한다.(필요 서류 : 출판사 신고증, 신분증, 임대차계약서) 1인 출판은 개인 사업자로 신청을 하면 된다. 신청 시 모르는 부분은 직원분들이 친절하게 가르쳐주신다!
우리의 첫 책, 엄마의 동시집[볼 시린 무]
독일에서 나는 엄마의 동시집 원고를 받고 그림을 그렸다. 그린 그림들을 인디자인이라는 편집 프로그램에 앉히고 글을 옮긴다. 내가 시각 디자인과였다면 수월하게 작업을 했겠지만 회화과라 좌충우돌이 좀 있었다. 그림을 그릴 때는 정말 신나고 행복했지만 편집은 인터넷으로 배워나가면서 만들어야 해서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책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책을 95% 만들어 두고 인쇄소에서 샘플본을 뽑았다. 뽑고 나서 보면 글의 오탈자나 책의 어색한 부분이 보인다. 거의 다 만들어 놓고 우리는 책 제목도 한번 바꾸었고 목차도 변경이 되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긴장을 놓지 않고 작업을 해야 했다.
여기서 잠깐! 책 제목이 왜 볼 시린 무 일까요?
여태껏 나는 시장에서 파는 무만 봤지 어떻게 자라는지는 본 적이 없었다. 엄마의 동시집 원고를 받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 무가 어떻게 자라는지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았다. 씨앗을 뿌리고 잎이 자라나고 무가 수확할 때가 되면 저렇게 초록 부분이 쑤욱 나온다. 엄마는 이 모습을 보고 무가 땅 속에만 있어 답답하고 궁금해 바깥 구경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나 보다. 갑자기 쌀쌀해진 가을바람에 볼이 파래졌다니! 너무 귀엽고 따뜻한 상상이다. 실제로 무의 수확시기도 11월 중순 가을이라고 한다. 이렇게 아기자기 따뜻한 엄마의 동시집에 그림을 그릴 때 참 행복했다. 힐링되는 기분~ (편집할 때는 좀 힘들었지만..;;)
이렇게 책이 어느 정도 만들어지면 ISBN을 발급을 받아야 한다.
1. 책을 유통시키기 위해서는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이라는 곳에서 ISBN을 발급받아야 한다. ISBN은 도서 고유식별기호인데 독립서점에서만 유통을 하겠다 하면(독립 출판물) 도서번호를 발급받을 필요는 없다.
2. 사이트 내 도서번호 신청에서 ISBN을 발급받을 수 있다. 도서번호 생성과 출판예정도서정보에 정보를 기입 후 신청을 하면 넉넉 잡고 일주일 안에 발급이 된다. 발급 후에는 바코드를 받을 수 있는데, 받은 바코드를 책 뒷 표지에 첨부하면 된다.
이렇게 해서 뒤표지에 바코드를 넣고 책 작업이 완전히 끝나면 인쇄소를 선정해야 한다. 소량 인쇄가 아닌 1000권 정도의 대량 인쇄를 고려한다면 발품을 팔아 돌아다니며 찾아야 한다. 인쇄소마다 가격도 틀리고 색상도 미세하게 다르기 때문에(그림책이나 그림이 많이 들어갔을 경우, 색상은 정말 중요하다.) 문의를 많이 해보는 것을 추천드린다. 글이 길어져 다음 편에 이어 인쇄와 유통 관련 글을 올리려고 한다. 아무래도 브런치 플랫폼 특성상 자기만의 책을 내고 싶은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아무쪼록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