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림책 [내 친구 벨루]

사랑한다면 우린 함께야.

by 박효신

그림책,

어느새 나이 서른이 가까워 온 나에게 그림책이란 유년 시절의 따뜻함 그 이상의 의미이다.

그리 넉넉치 않았던 형편에도 불구하고 우리 집에는 늘 책이 넘쳐났다. 내가 어렸을 때는 지금처럼 지역마다 도서관이 많이 있지 않았다. 엄마는 일주일에 한 두번씩 우리를 데리고 지하철을 타고 30분 거리에 있는 종로 정독 도서관에 갔다. 읽고 싶은 그림책을 골라 엄마에게 가져다주면 늘 재미나게 읽어주시곤 했다. 네 다섯권을 내리읽고도 5권씩 책을 빌려 집으로 갔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에도 그때 느꼈던 감정과 그림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게 그림책은 내 삶 속에 여전히 크게 자리하고 있다. 마음이 힘들거나 지칠 때는 다시금 그림책을 열어본다. 간결한 텍스트와 그림을 찬찬히 읽어나가면 막혀있던 무언가가 내려가 평온해진다. 그렇게 나는 자연스럽게 그림책을 만들게 되었다. 내가 나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일과 그림책을 만들고 무언가 디자인을 하는 일은 결과 방향이 아주 다르다. 그림책을 그리고 만들어가는 과정은 치유와 행복이다.


[내 친구 벨루], 약 2년 전에 그림을 그려두고 이번에 한국에 와서 편집을 하여 만든 그림책이다. 나는 유독 돌고래를 좋아한다. 돌고래가 끝없는 바다 속을 자유롭게 유영하고 점프하기도 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면 나는 행복을 느낀다. 때때로 유튜브에서 돌고래가 헤엄하는 것을 찾아보기도 한다. 그러다 수족관에 있는 돌고래의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저려온다. 나는 수족관과 동물원을 반대하고 소비하지 않는다. 수족관은 넓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던 생명을 좁은 우리에 가두어놓고 단순히 볼거리나 학습 거리로 전락시킨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사랑으로 시작해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거리며 그 사랑을 존속시켜나가기도 불화로 끝나기도 한다. 불화의 공통적인 원인은 내가 이해받고 있지 못함에 있다. 어릴 적 아빠에 대한 나의 분노 또한 내가 어떻게 설명하고 이야기해도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아빠의 세계의 옳고 그름에 재단되어 내 삶이 휘청였기 때문이다. 종종 남자친구와의 다툼에서 서운함과 속상함은 '내가 너였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지'라는 생각도 서로에 대한 불완전한 이해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내가 네가 아니고 네가 내가 아닌 것처럼 상대방을 100% 이해할 수는 없다. 우리는 사랑해서 함께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각자의 세계 속에서 재단과 판가름 없이 당신을 온전히 바라봐야 한다.


텀블벅이미지7 노랑.jpg 그림책 [내 친구 벨루]의 표지 / @findhyo


[내 친구 벨루]의 주인공 수아는 돌고래를 사랑하는 아이이다. 수아는 자기 전 꼭 돌고래 인형 '벨루'를 껴안고 잔다. 어느 날 수아는 꿈을 꾼다. 바다 속의 자유롭게 헤엄하는 돌고래 벨루를 만나고 벨루는 수아에게 자신이 사는 곳, 이 곳 저곳을 소개시켜주기도 함께 장난치며 놀기도 한다.

5.jpg 돌고래 '벨루'와 수아가 해초숲에서 장난치며 놀고 있는 장면 / @ findhyo


독일로 돌아가기까지 약 한 달 남짓이 남았다. 중간에 다 만들어진 그림책 샘플본을 받고 출판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심각해진 코로나 상황으로 내내 미루고 있다가 그래도 가기 전 텀블벅이라는 펀딩 사이트에 올려 보기로 했다. 텀블벅이란 사이트는 자신의 작업물이나 아이디어 제품을 인터넷에 공개하여 다른 사람의 후원을 받는 곳이다. 후원자는 후원의 대가로 차후 프로젝트 완료 시 제품이나 책을 받을 수 있다. 모두들 힘든 상황을 겪고 있을 텐데 욕심이 아닌가 싶어 망설였지만,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드는 내내 마음이 참 행복했었다. 내가 느꼈던 행복이 다른 이에게 전달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해 보기로 했다. 독일로 돌아가야 하는 날짜 때문에 비교적 짧은 기간 설정과 작은 1인 출판사의 한계로 펀딩이 성공이 되기 당연히 힘들겠지만 그래도 나의 진심과 내가 만든 그림책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어제 펀딩 사이트에 올렸는데, 실은 성사가 안 될 것 같아 오늘 삭제하려고 했다. 하기 전에 엄마에게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다고 오늘 그냥 삭제한다고 말했다. 엄마가 말하기를 책도 사람과 같아서 인연이 되어지면 세상 밖으로 나올 것이고 아니면 다른 인연 되는 때에 나올거야.라고 했다. 그래서 되던 안 되던 일단 두기로 했다.


https://tumblbug.com/8753ebbe-abca-42c0-85d7-0478cfa346ee

(혹여 관심이 있는 분이 있을까 봐 남기는 텀블벅 링크입니다. 관심과 응원의 마음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내 친구 벨루]를 통해 서로 떨어져 있어도, 같은 공간에 함께하지 않아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은 우리를 연결해준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모두들 각자의 세계에서 평온하고 행복하게 존재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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