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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era Apr 23. 2024

10년 전 방영한 드라마에 대한 감상

그게 벌써 10년 전이라고?


10년전에 방영한 드라마(상속자들)을 아무런 계기도 없이 그냥 넷플릭스 추천에 떠서 다시 틀었다. 그냥 심심해서 튼 드라마는 생각보다 너무 재밌고, 10년전의 내가 몰입하던 만큼 몰입이 되더라. 정말 놀랐던 순간은 그 드라마에 그때 당시에 내가 좋아했던 ost 가 있는데, 그 노래가 극중에서 처음 intro부터 흘러나오던 순간에 문득 머리를 번쩍 맞은것처럼, 아 그때 나 이 노래 정말 좋아했었지! 하는게 느껴졌다. 그 노래는 나를 순식간에 2013년으로 데려갔다.


셀프 추억팔이를 하는 이유는, 10년의 시간에 대한 감상이 넘쳐흘러서이다. 생각의 시발점을 먼저 언급하자면, 그때 당시에 나는 남주(이민호-김탄)보다 서브남주(김우빈-최영도)를 더 좋아했고, 그때도 덕후끼 충만했던 나는 서브남주와 여주(박신혜-차은상)이 극 중 시점에서 약 10년정도 후에 재회해서 잘된다는 설정의 팬픽을 보곤했었다. 웃긴건 그때의 나에게는 10년이 참 까마득하게 느껴졌었다. 10년후, 30대가 된 나는 상상할 수가 없었고, 내가 읽던 그 팬픽 속에서 10년의 세월을 언급하면 10년 후에 다시 만나는다는게 너무 말이 안되는 설정같았다. 10년 후에도 고등학교때 첫사랑을 기억한다고? 너무 유치한거아니야? 10년이면 엄청난 세월인데, 과연그럴까?


정말로 10년이 지나고 나서야 할수 있는 말들이 생겼다. 10년, 그동안 내 인생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 웃긴게 또 그러면서도 10년이라는 세월이 그렇게 길게만 느껴지지 않는 다는 거다. 10년 전에 내가 만나던 나의 대학교 시절 남자친구, 유럽으로 떠났던 교환학생, 취업전선에 뛰어들기 전 막연하고 불안했던 나의 마음. 그게 10년 전이라고? 꽤 예전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뭔가 10년 전 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한 5년 정 정도?


10전에 사랑했던 사람을 만나면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이제 미국에 있고, 내가 10년전에 사랑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날 확률은 0에 수렴하지만, 내가 지금 몰입해서 보고 있는 드라마의 2차 창작물에서 보이는 설정 - 10년후에 재회한 등장인물들이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 이제는 더 이해가 간다. 10년이 지나면 그 시절의 사랑들을 왜 다 잊을거라고 생각했을까? 잊었을수도 있겠지만, 진짜 10년이 지나보니 잊지않을 확률이 더 큰거같다. 가슴속에 그냥 어딘가에 묻어놨을뿐, 노래의 intro가 흘러나오면 순식간에 그 시절로 돌아갈수 있듯이, 10년전의 사랑도 다시 만나면 다시 그 마음이 살아날것도 같다. 내가 10년 그 이후를 살아보니 이제 그렇다고 대답할수가 있게되었다.


올해 겨울, 한국에서 대학교 동기들을 만났다. 2011년 처음 만난 우리도 어느덧 13년째 친구가 되었다. 나이먹고 만나서는 그런일이 흔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어쩐지 3차까지 달리고 노래방에 갔다. 을지로의 골목이었다. 노래방은 참 웃긴공간인게,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우리가 부르는 노래는 큰 차이가 없다. 이번에도 지오디의 노래를 메들리로 부르고 나는 제목은 모르지만 나오면 따라부를수 있는 동기들의 18번을 다같이 열창하다가 나왔다. 이상하게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미국회사에서 일하는 나와 그 순간의 괴리감이 너무 커서 술에 취한 와중에도 그 괴리감에 약간 울렁거렸다.


30대 초반이 되고나서야 진정한 의미로 "세월" 이라는 단어를 깨닫는다. 그 전에는 뭐랄까 그 말을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렸던것같다. 20대 중반의 나에게 10년 전의 나는 10대 중반, 어려도 너무 어린, 자아가 생기기 전의 존재였기때문에 세월이 주는 의미가 크게 와닿지가 않았다. 이제 10년전의 나도 제법 자아가 있고 고민해서 움직이던 존재가 된 지금에서야, 내가 쌓아온 시간들에 대한 실감이 난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이렇게 계속 쌓아올려져 가겠지? 내가 10년전에 사랑했던 것들을 지금도 꽤나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고나니, 앞으로 여기서 또 10년이 지나면 내가 사랑하는 것들의 목록은 더더욱 늘어나게 될거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랑으로 삶을 채워가는 것. 희미해지기도 하고 잊히기도 하겠지만, 또 다시금 그 사랑을 꺼내보며 즐거워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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