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시간이 지나서 바라보는 그때의 나
2025년이 되었다.
어쩐지 실감이 나지 않는 숫자이다.
사실 10년전인 2015년이 더 현실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2015년에 나는 뭘 하고 있었는지 완벽하게 기억난다.
나는 스스로에 대해 의심하고 있었다.
대학교 4학년,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처음으로 광화문의 한 투자은행에서 인턴을 했고, (그 일이 나랑 맞지 않다는걸 빠르게 깨닫고) 한 대기업의 여름인턴에서는 전환 탈락했다. 인턴을 하면서 같은 인턴 기수의 조원이랑 연애를 했는데, 공교롭게도 그는 전환이 되고 나는 안됐었다. 그리고 우리는 얼마 가지않아 헤어졌고, 나는 모든 게 다 거지같고 슬퍼서 동대문역사공원 DDP 한 가운데서 친한 언니에게 전화를 해서 말그대로 엉엉 울었다. 뭐가 그렇게 슬펐을까?
그 일은 지나고보니 그냥 내 인생의 헤프닝 중에 하나였다. 그런 일들은 계속 있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 10년 간, 내 인생이 한 편의 영화라면, 그 속에 롱테이크로 잡아서 보여줄만한 일들이 중간 중간 일어났고, 그 모든 시간이 지나서 지금의 내가 있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에서 2015년의 나와 비슷한 나이의 '구재희'를 연기하는 김고은이 울면서 자신을 재단하고 평가하고 휘두르는 세상과 주변인들에 대한 서러움을 내뱉는 장면이 있다.
방황하는 재희를 보고 내가 든 생각은, 나의 방황은 끝이 났구나.
서럽게 우는 구재희가 안쓰러웠다. 마치 지난 10년간 비슷한 이유로 조금씩 상처받았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생각에 끝에는, 이제는 내가 더이상 그런 일에 상처받지 않지도 않고, 스스로를 의심하지도 않고, 감정이 동요하지도 않는- 그런 삶의 단계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의심했던것은 mba를 재학할 때였다. 지나서 돌이켜보니 타인의 시선이 나를 힘들게 했고, 내가 애정을 주었던 존재가 나 자신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타지에서 겪는 자기부정은 더욱 나를 괴롭게 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풍랑깊은 방황이었다.
그리고 그 시점으로부터 또 시간이 더더욱 지나서 2025년에 닿아 드는 생각은, 앞으로는 그런 풍랑은 없겠구나- 라는 생각. 사람 인생에 백퍼센트는 없으니까 절대라는 말은 하지 않겠지만, 어쩌면 그런 격렬한 풍랑도 청춘의 특권이아닐까? 청춘의 특권을 누리는 시기가 지나간 건 아쉽지만, 감정의 동요가 적은 지금이 나는 너무 좋다.
이 익명의 도시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
너무나도 사랑하는 친구들도 다른 도시로 떠나보내고,
아무도 만나지 않는 주말을 보내도,
나는 여전히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
그게 내 방황의 끝에 얻은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