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땀과 수고로.
LA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고속도로가 나오고 그 이후로 계속해서 국도와 간선로가 나타난다. 미국의 도로는 대개 숫자와 알파벳으로 표기가 되기에 (ex. 223A Exit) 네비게이션을 보거나 지도를 보기에도 그리 어렵지 않고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서부영화에서나 볼 법한 황량한 모래사막과 들풀들, 그리고 결국은 도착하지 못할 것만 같은 저 멀리 암석으로 된 낮은 산들이 사방으로 끊임없이 펼쳐져 있다. 어딘가를 도착하기 위해서 기본 3-4시간, 많게는 7-8시간을 달려야 하기에 이 길은 기본적으로 지루하고 나른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도로를 달리는 것에 한번 맛을 들이게 되면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다.
11월의 캘리포니아는 생각보다 꽤 쌀쌀하고, 밤에는 정말 춥다. 그렇지만 한낮에 해가 쨍하고 떠 있을 때엔 차안은 여름처럼 덥기에 온도 조절을 잘 해야만 한다. 아마도 반자율주행이 되는 자동차를 타고 이 길들을 달린다면 꽤나 편하게 달릴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형에게 빌린 현대의 소나타는 최첨단의 기능이 없었기에.. 3박 4일의 여행을 마치는 날까지 핸들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수많은 길 위를 달렸기에 길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데스벨리로 향하는 127번 국도는 머릿속에서 잊혀지지가 않는다. 길을 달리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은.. 누가, 언제 이 길들을 닦은 것일까. 광야에 길을 내고 그 위를 달릴 수 있게 하기 위해 수고했던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이, 노력과 고생이 내게는 너무 쉽게 얻어지는 듯 해서 조금은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