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지금은 먼저 버텨야 할 때다

지금 필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균형이다

by 늘보박사

연말이 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내년은 좀 나아지겠지”라는 기대를 품는다.

금리 인하 전망, 반등한 증시, 호조를 보이는 수출…. 겉으로 보이는 숫자는 밝아 보인다.
하지만 경제는 때때로 ‘괜찮아 보이는 착시’를 만든다.
2026년을 앞둔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일 수 있다.


1. 좋아 보이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최근 고환율 효과로 수출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고, 경상수지도 오랜만에 큰 폭의 흑자를 기록했다. 뉴스만 보면 “이제 속도를 내도 되겠다”는 기류가 쉽게 형성된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 가계부채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며

• 멈춰 선 PF 사업장들도 줄지 않았고

• 2금융권 연체율은 조용히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서울·수도권 아파트 가격의 빠른 반등은 겉지표 착시를 더 키우고 있다. 이는 경제 기초체력이 회복돼서가 아니라 가계대출 확대가 만든 레버리지형 상승이다.


가격이 오르면 대출이 늘고, 대출이 다시 가격을 떠받치는 구조.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위험을 쌓아가는 방식이다. 즉, 반짝 개선된 숫자가 경제의 체력이 돌아왔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지금이 더 조심해야 할 때다.


2. 급할수록 속도를 늦춰야 한다


경기부양은 자동차의 가속페달과 같다. 밟으면 즉각 반응하지만, 차체가 흔들리는 상태에서 속도를 높이면 사고를 앞당기는 것과 같다. 지금 한국경제의 상황이 그렇다.


취약 지점이 정리되지 않은 채 속도만 높이면, 작은 균열이 큰 위기로 번진다. 특히 재정 여력이 넉넉지 않은 지금은 부양책의 기대효과보다 부작용(부채 확산, 부실 증폭, 재정 부담 증가)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2026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얼마나 빨리 성장하느냐”가 아니라 “어디서부터 안전을 확보하느냐”다.


3. 취약한 곳부터 숨통을 틔워야 한다


경제는 평균이 아니라 약한 고리에서 깨진다.

• 빚 부담이 큰 가계

• 매출 변동에 취약한 소상공인

• 연체 위험에 놓인 차주


이들이 흔들리면 소비와 고용이 약해지고, 결국 경제 전체가 흔들린다. 따라서 리스크 관리는 숫자나 기법의 문제가 아니다.


회복이 더딘 계층이 버틸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것에 가깝다. 이는 ‘분배’가 아니라 붕괴 지점을 미리 보강하는 현실적 접근이다. 가계부채 조정, PF 리스크 점검, 2금융권 건전성 관리 같은 과제는 겉으로 보기에는 성장과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성장을 지탱하는 전제조건이다.


취약한 곳이 버티는 동안에야 성장의 엔진도 꺼지지 않는다.


최근의 가계신용 증가와 아파트 가격 반등 — 레버리지의 회귀

가계부채서울아파트가격.png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저자 재가공


2026년은 기회의 해가 될 수도 있고, 누적된 위험이 드러나는 해가 될 수도 있다. 그 갈림길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 균형, 그리고 기초체력이다.


경제도 사람과 비슷하다. 버티는 힘을 잃으면 속도는 아무 의미가 없다. 빠르게 가는 것은 나중에도 가능하지만, 기반이 무너지면 회복에는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새해 한국경제에 필요한 것은 빠른 질주가 아니라 흔들리지 않을 발판이다. 2026년,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속도가 아니라 안전이며, 그 안전은 결국 가장 약한 곳을 보호하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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