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찌는 듯한 더위로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화장은커녕 선크림조차 찐득거리는 끈적임이 싫어 망설인다. 여름은 옷도 화장품도 많이 걸치지 않는 계절이다. (영어에서는 옷도, 향수도 입는다 wear는 표현을 쓴다.) 겨울이 되면 패딩이나 모피뿐 아니라 숨겨진 지방들도 몸을 감싼다. 활동을 잠시 멈추고 봄을 기다린다.
여름은 자꾸 덜어내는 계절 같지만 이미 몸 안팎이 뜨거워 애초에 시원한 물 한 잔 외에는 필요하지 않다. 최근 2030에 더 이상 속하지 않는 삶에 대해 '상상'하다 '착륙'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2030에 꿈꾸던 것을 반은 이루었고, 반은 이루지 못했는데도 어쩌다 어른이 되었다. 쓰고 달리기 시작하면서 내린 어른에 대한 정의는 '자신이 좋아하는 루틴을 쌓아가는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여기가 쌓여 미래가 되는 것이지만 무엇을 위해 쓰고, 어딜 향해 달려야 할지 막막했다. 그런데 다가올 6월과 여름에 대해 생각하다가 유레카처럼 깨달았다. 나는 여름처럼 살아야겠다고. 내가 여름 그 자체였을 때는 꿈꾸지 않았던 날 것의 여름. 지난여름에는 땀을 뻘뻘 흘리고 지쳐있었다면, 다가올 여름에는 땀을 흘리며 개운해져 있을 거라고.
여전히 버킷리스트가 남아 있다. 지속하고 싶은 루틴들이 든든하게 받쳐 주고 있다. 어디로 달려야 할지 알면 나는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누구에게도 인정을 바라지 않고 자신의 기질을 알고 세상 사람 누구와도 친구로 지낼 수 있다면 제2의 여름은 기대해 봐도 되지 않을까.
배경 피드 인용구 출처: <에디토리얼 씽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