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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의 방향

by 뭉클


눈바디는 최첨단 체중계의 눈금보다 정확하다. 몸의 감각도 그러하다. 일단 몸 전체가 무겁고 그게 삶의 무게로 느껴지며 묘하게 기분이 나쁘다.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진 기분. 관성은 놀랍다. 그런 기분인 주제에 방향을 바꿀 줄을 모른다. 가속도가 붙어 '어라~~?' 하면서 계속 돌진한다. 물리 시간에 배운 것을 구태여 기억해내지 않아도 알고 있지 않나. 이 질주를 멈추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질주를 멈추려는 시도를 할 때마다 시험에 든다. 괜히 머리가 핑 - 도는 게 과로의 결과가 아니라 오늘치 당을 덜 섭취해서 인 것 같고, 예민해진 발톱을 가다듬으며 '역시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은 성격을 망치는 지름길인가?' 싶은 것이다.


이런 이론도 딱히 뒷받침 근거가 없어 공중분해 될 때즈음, 삶은 계란으로 저녁을 대체하면서 문득 떠올린다. 나는 '정중하게 거절하기' 목록과 '내게 허용된 것들'을 톺아보며 어설픈 긍정에 사로잡힐 일이 아니다.


입 터짐 방지를 위해 영양가 있는 음식을 챙겨 먹자. 내가 먹고 싶은 음식들은 만들어 먹자. 적어도 먹을거리의 생산자가 되자. 그리고 조금이라도 움직이자.


얼마 전 발행했던 '지속가능한 몸과 마음'이라는 꼭지의 글은 (역시 내가 써서 그런지) 위기의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된다. 음식보다 몸에 대해 생각하기. 예쁜 몸보다 건강한 몸에 대해 오래 생각하기. 그리고 행동하기. 행동만이 생산적이므로.


질주하는 에너지를 좋은 방향으로 써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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