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으로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편 가르기를 목격하는 일이다. 그중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건 의뭉스러움. 면전에 대고 못할 말, 책임은 지고 싶지 않아 모른 척 아닌 척 허공에 던지는 말.
담임이기 이전에 언어를 가르치고 있고 언어란 사고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니 신념을 굳히기 전에 돌아보는 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생각을 책임감 있게 전달하는 일.
온 생애를 거쳐 각 주기에 만날 모든 관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중요한 일. 담임을 매년 맡으면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다채로운 감정들을 겪었다.
분노, 후회, 서운, 기특, 감동, 공감, 자괴감, 실망, 좌절, 애잔, 공포, 즐거움, 활기, 소속감, 부담감, 아쉬움, 안타까움, 경이, 경악, 수치, 허무, 만족, 감사, 사랑, 슬픔, 역겨움, 불쾌, 다시 보람.....
나는 이 모든 감정들을 시간 안에 품을 수 있지만 한 공간에 품지는 못한다. 어떤 날엔 예민하고 날카롭지만 어떤 날엔 초연하고 담백하다.
어느 쪽도 나는 아니다.
담임을 맡으면서 누군가를 방치해서도 누군가의 편을 들어서도 안 된다며 중립의 가치를 내세웠고 그 덕에 난 작고 큰 롤러코스터를 탔다.
하지만 이젠 생각이 좀 달라졌다. 힘은 방향성을 가질 때 생긴다. 분명 이끌어야 하는 방향은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제 좋은 사람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꼭 해야 하는 말은 웃으면서 지혜롭게 풀어내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인내와 미소와 이 모든 메시지를 꾸준히 전할 글쓰기 루틴.
오직 그것만이 내 힘이다. 적어도 오늘의 생각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