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고 쫓기는 가을

계간 <미스터리> 가을호 리뷰

by 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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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은 궁금한 것들 투성이다. 아니, 궁금하지만 구태여 묻지 않고 묻어둔 것들로 가득하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말하고 행동할까? 오늘 내 마음은 왜 이렇게 복합적인 걸까? 뉴스와 드라마 중 어느 쪽이 더 개연성이 있고 그 이야기들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등등.


우리는 겨울, 봄, 여름을 거쳐 가을의 문턱에 다다른 이 순간에도 계속 쫓고 쫓긴다. 하지만 미스터리는 하나의 문학 장르다. 작가의 소설은 한 편의 이야기였다가 N명의 일상에 작은 진동을 일으키면서 N개의 스토리로 퍼져나간다.


특집 기사에서는 실재하는 탐정의 세계여름추리소설학교 참관기를 다뤘다. 위험해서 부정하고 싶지만 분명 존재하고 반드시 기억해야 할 위험한 마음(들)을 실제로 다루는 직업들. 미스터리가 직업이라니. 한국에도 보험 탐정, 사이버 탐정, 부동산 탐정, 교통사고 조사 탐정, 지적재산권 탐정, 소재 조사 탐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인력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고, 증거 디스커버리 제도가 시행되면 수요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한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탐정 세계에 어떤 가능성을 선사할까 문득 궁금해졌다.


신인상 수상작은 이용연 작가의 냉장고에 들어간 남자들. 냉장고에 들어간 남자들의 사연, 그러니까 냉장고에 남자들을 넣은 여자들의 사연이다. 더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겠지만, 가정 폭력과 데이트 폭력이 교차하는 이야기이다. 한 남성 독자의 관련 리뷰를 보고 조금 놀랐다. "또 남자가 가해자고, 여자가 피해자야? 페미네." 이런 식의 읽기는 미스터리 플롯을 소모하는 구조이지 않나. 마치 자꾸 상처받고 호소하는 피해자에게 "또 그 얘기야?"라고 말하는 것 같이 들린다. 물론 다양한 설정과 새로운 플롯도 계속 시도되어야겠지만 위험한 세계는 복잡하면서도 비슷한(그래서 때론 뻔하게 들리는) 이야기의 반복 아닌가. 어떤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미스터리 소설, 그리고 한국 미스터리 소설은 그 '뻔함'과 더불어 다양성의 과제를 품고 있다. 김범석의 중편소설 깊은 산속 풀빌라의 기괴한 살인, 무경의 , 홍선주의 살인자의 냄새를 읽다 보면 미스터리라는 포괄적인 장르 속에 다양한 하위분류들을 감지하게 된다. 박인성 평론가는 포괄적 미스터리와 일상 미스터리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한다. 그들의 차이점을 알면 읽는 재미가 배가 될 것이다. 포괄적 미스터리와 하위 미스터리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공진화한다는 평론도 흥미롭게 읽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공감했던 건 미스터리는 단순히 쫓고 쫓기고, 죽고 죽이는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 범인을 잡는 영웅의 이야기도, 사적인 복수극도 아니라는 것. 범인을 대상화, 타자화하면서 스스로 탐정이 되어 쫓는 방식은 일차원적이다. 범인은 탐정이 탐정이게하는 존재이므로, 쫓는 자는 자기 추격 또한 겸하는 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특수한 상황으로 시작해 보편과 공공의 이야기로 끝이 난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인플루언서의 미스터리 영상 소개와 독자의 참여를 시도하는 트릭의 재구성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결국 우리의 이야기, 계간 <미스터리> 마지막 책장을 닫고 나면 주변의 해상도는 달라져있을 것이다. 무던한 일상에서 서늘한 냄새를 맡는다.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계간 <미스터리>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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