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읽게 되는 편집장의 말과 '한국 미스터리를 읽는 네 가지 키워드' 연재는 잡지의 방향성과 틀을 확고하게 잡아줘서 미스터리든 미스터리 잡지든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읽어보기를 권한다. 물론 읽는 순서는 자유지만!
단편소설, 인터뷰, 미스터리 영상 리뷰, 신간 리뷰, 트릭의 재구성 등등 모두 알차고 재밌지만 특집 파트에 실리는 르포르타주는 사회적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더욱 섬뜩하고 읽기가 두렵다. 언제나 픽션은 현실을 따라잡지 못한다. 픽션은 작품의 미학과 논리를 챙기느라 현실의 '개연성 없는' 개연성을 영영 따라잡을 수 없지 않나.
단편 소설 중 개인적으로는 <탁묘>와 <저수지>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탁묘>를 읽으면서는 계속 에드거 앨런 포 Edgar Allan Poe의 단편과 시가 떠올랐다. 검은 고양이의 상징은 호러 미스터리의 근본일 테니 말이다.
포의 단편 <검은 고양이>에서 주인공은 고양이 플루토와 아내를 살해한다. 그야말로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살해.
호러 미스터리 속 주인공들은 취해있다. 욕망에, 술에, 쾌락에, 헛된 우월감에. 공격성과 무절제를 지닌 인간은 끝도 없이 죄를 짓는다. 어느 정도의 광기는 필수. 주인공은 대체로 신뢰를 얻지 못하며 자신이 저지른 죄를 합리화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는 나약함을 드러낸다. 살면서 악한 사람들은 약한 사람 아닐까 종종 생각하는데, 이번 호에서 특히 공감했다.
'회반죽을 바른 벽에 죽은 고양이의 몸이 이미지로 드러난다면 어떤 느낌일까?' 포의 단편에서 느꼈던 공포가 계간 <미스터리> 속 한국 호러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면서 보편, 특수한 공포감을 이렇게 다양하게 묘사할 수 있구나 하고 새삼 놀랐다.
더 얻으려는 욕망, 이를 테면 보석, 돈, 힘, 지위
없는 것을 숨기려는 욕망, 이를 테면 낮은 자존감의 회복을 위한 능멸
파괴와 소외는 무관심과 무감각이라는 토양 속에서 싹을 틔운다. 분노, 광기와 같은 감정이 고조되어 폭발되기까지 그것을 증폭시키기 위한 묘사들은 흑백으로만 편집된 여름 호의 컬러와 묘하게 발을 맞춘다.
나의 6월엔 빌런이 자주 등장했다. 작가들은 성장서사를 위해 빌런 캐릭터를 일부러 만들어 넣지 않나? 내 삶이 이제 그만 성장해도 되는데 자꾸 악인을 탐구하게 만든다. 뭐, 그들을 감히 개조하거나 이해하겠다는 게 아니라 창작자의 시선으로 스릴러나 다름없는 리얼리티를 바라보겠다는 것이다. 거리두기. 연극의 막이 내리면 퇴장하는 그런.
[...]
그들은 이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든 걸 눈치챘다.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내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서 이런 두려운 것을 설정해 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나아지지 않았다. 내가 이 정도로, 내 일생에, 내가 이 정도로 당황하다 겁에 질린 적은 처음이었다. 나는 금방이라도 소리를 지를 것만 같았다. 아니, 나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다. 그 소리가 내 심장을 꽉 조이는 것 같았다. 그 소리는 더 크게 들려왔다. 더 크게!
"이 악당들!" 나는 크게 소리쳤다. "이제 그만해. 나는 내 죄를 인정할 테니까. 여기 바닥을 뜯어. 이 소리는 그 늙은이의 고동치는 심장 소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