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스터리를 사랑해

<계간 미스터리> 리뷰

by 뭉클



'푼돈 욕심 없다'던 여우비의 재산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2024년 1월 15일,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0도다. 한때 주식 여신이라고 불렸던 투자가, 포르셰를 타고 다니던 여자, 제주도 별장에서 종종 시간을 보내던 두 아이의 엄마, 여우비는 지금 대구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24



미스터리의 벽을 넘어

미스터리 장르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누군가 끔찍하게 은 사건의 범인을 알아내는 추리 과정?

일어날 법한 일, 이미 일어난 사건의 트릭에 대한 재구성?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단서를 찾으며 상상해 보는 재미?


그럼에도 여전히 왜 미스터리 소설을 보는 걸까?

그 잔인하고 끔찍하며 자주 씁쓸한 이야기들을 말이다.


하지만 <계간 미스터리>를 읽은 후 내게 미스터리 소설이란 인문교양서 느낌을 받았다. 잔혹한 사건 뒤에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된 사연이 가진 힘이 미스터리 장르의 개성을 만들고 이야기를 끝까지 끌어간다는 사실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사연이 무엇이었든 미스터리 내러티브 저변에는 설명할 수 없는 사회적 불안이 깔려 있다. 그게 계층적 불안이든, 취약한 인간의 운명 불안이든, 기술 발전으로 인한 미래 불안이든. 그 불안이 일으킨 공포는 욕망이나 분노로 뻗어나가면서 서사의 장작을 활활 타오르게 한다.



그는 지나친 신체 개조가 인간성을 없앤다고 주장하며 자신은 가장 기초적인 전뇌화 수술만을 받아 전뇌 통신 임플란트 대신 구세대 통신 단말기인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이버 니르바나 2092>, 35


조직 검사로 심란했던 마음이 점심 한 끼로 평안해진다는 사실에 기가 막혔다. 심각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는 얇디얇은 것일 수도 있었다. <가을의 불안>, 77


불멸의 인간을 플랜 A라고 한다면, 냉동인간은 플랜 A가 가능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플랜 B인 셈이죠." <Plan B>, 95



"뜻대로 되는" 삶은 너무 재밌어서 불안하다. 독자에게 그 불안은 전염되지만 이것은 불안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불안을 '지켜보는 이야기'이므로 독자는 불행해지지 않는다. 이야기는 오히려 독자를 불안으로부터 지킨다. 추리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철저하게 사회적 구조 속에서 매몰된다. 누군가의 죽음은 셈법 아래 놓이고 무방비한 상태에서 화풀이의 결과처럼 기도 한다.



성: 다양한 미스터리의 세계

미스터리의 세계는 세계의 면면만큼이나 다양하겠지만, 이번 봄호에서는 다음과 같은 미스터리를 선보인다.


르포르타주

단편 추리소설

힐링 미스터리

시골 미스터리

역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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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작가와의 인터뷰(정세랑 -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평론(한국 미스터리를 읽는 4가지 키워드), 미스터리 영화 리뷰, 트릭의 재구성 등 미스터리 장르를 깊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코너로 꾸며져 있다. 덕분에 영화 <살인의 추억>, <파묘> 등 이미 일상에서 미스터리를 대중적으로 즐기고 있었다는 점도 새삼 느끼게 됐다. 애정하는 소설과 영화의 장르가 미스터리였다는 걸 깨달았을 때의 당혹스러움이란. 우린 분명 미스터리를 별 의식 없이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개인적으로는 박인성 문학평론가의 '한국 미스터리를 읽는 4가지 키워드 1: 로컬리티와 미스터리'를 가장 흥미롭게 읽었는데, 다음 키워드들도 기대된다. 역시 소설 못지않게 아니, 가끔은 그보다 더 리뷰나 평론 읽는 걸 좋아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게 읽었다.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으레 애거서 크리스티발 영국 추리소설이나 <흑뢰성>과 같은 흡입력 있는 요네자와 호노부의 추리소설 따위를 생각하기 마련인데 왜 굳이 한국 추리소설을 읽어야 할까? 한국 추리 소설은 한국인이 쓴 추리소설인가?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추리소설인 걸까? (이런 기초적인 질문부터 시작해 나는 여름호, 가을호, 겨울호를 기다리면서 하게 될 또 다른 질문들 덕분에 무척 설렌다.)


나는 오늘 하루는 열심히 살되, 미래는 어차피 내 뜻대로 안 되니 되는 대로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추리소설을 읽다 보면 이 글을 쓰는 사람들은 과거, 현재, 미래의 사람들 모두에게 관심과 애정이 많구나. 그래야 이런 세밀한 묘사와 구성이 가능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엄밀히 말하면 추리소설이니 밀당하는 '트릭'일 텐데 우리에게 잡히지 않으려는 작가들의 노력은 짠하면서 찐한 감동을 준다.



그는 자기 앞의 행인이 조금 전 무서운 결심을 한 인간인 줄 전혀 모른다. <누운 사람>, 168



때론 끔찍한 미스터리 픽션보다 현실이 더 무서운 법. 현실엔 그 흔한 개연성도 없어서, '개연성 없음'이 개연성 아닐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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