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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달리기? 무엇부터 할까?

by 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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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회복기를 거치면서 손꼽아 온 건 운동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바람을 맞으면서 신나게 달릴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렜다. 혹여 더위가 수그러들지 않으면 지하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라도 뛰리라.


월요일엔 시험 원안을 검토하느라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누가 지나가거나 스치기만 해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미어캣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경력이 쌓였다고 느슨해져도 되는 일은 아니므로 언제나 받아들여야 하는 십자가 같은 일이 되었다. 특히 오늘은 나랑 관련도 없는 사람들의 배설물을 구태여 확인하거나 긁어모으지 않겠다고 쓴 날이어서 더욱 의식적으로 매 시간을 충실하게 보냈다. 습관적 이완이 필요한 날이었다는 뜻이다. 그런 날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매일 저녁 우리에게 필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를 몰아세운, 바짝 긴장한 하루를 거울처럼 마주하기. 퇴근하고 곧장 운동을 하러 나갔다.


10분쯤 달렸을 때, 어떤 문장이 떠올랐다. Stay alert!


내가 제대로 '생각'하고 있다고 믿는 순간에도 감정과 신체의 컨디션에 끊임없이 영향을 받고 있었다. 생각과 마음을 건강하게 지키는 보초병의 자세는 오늘도 유효하고 유용하다. 15분쯤 지나자 내 안에 히끄묵하게 드리워졌던 물 먹은 구름이 걷히는 걸 시각적으로 본 느낌이었다. 이게 이렇게 분리될 수 있다고?


글은 맑은 정신으로 써야 한다. 그럴 수 있다면, 되도록이면 그렇게 하면 좋다. 와인 한 잔 정도 마시고 글을 쓸 때도 있지만 그건 아주 기분이 좋을 때에 한한다. 물론 불안과 혼란을 글쓰기로 다스릴 때도 있지만 둘 중에 뭘 먼저 할지 고민한다면 달리기가 먼저다! 많은 호흡이 들고 나면서 눈과 뇌는 쉬고 몸이 바쁜 시간이 계속되었다. 좀 더 집중할 수 있다면 우린 더 행복해질 것이다. 집착 말고 집중. 한 행복학자에 따르면, 행복은 삶의 목표가 아니라 생존의 수단이라고 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오늘도 살기 위해 행복을 활용하는 거라고.


내 앞의 생에서 행복을 활용하는 방법은 달린 후에 글을 쓰는 것이다. 어떤 글은 교재를, 어떤 글은 일상을 만들려고 쓴다. 쓸 수 있다면 살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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