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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클 Nov 21. 2024

교사의 생물학



헛소리는 무엇인가. 제가 옳다고 우기는 소리. 헛소리는 무엇인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리. 헛소리도 꾸준히 할 줄 알면 둘 중 하나다. 병자 아니면 예술가. 교실에 들어설 때마다 놀란다. 교실은 생물이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들려오는 단어의 크기와 소리의 강약, 긍정과 부정 혹은 이도저도 아닌 미적지근한 중립의 기운, 그 외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웃음과 분노에 대해서도. 교실은 생물이다. 변하는 것이다. 교사는 변하는 것을 다루는 직업, 이라고 적고 보니 웃음이 난다. 변하는 것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가. 그리고 변하는 것을 다루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직업이라니. 분주해지지 마라. 묻고 기다려라. 빈칸을 만들고 기다려라. 침묵에 익숙해져라. 너무 많은 메시지를 전하고 나면 통째로 쓰레기통으로 직진해야 할지도 모른다. 진실로 정성을 다해 전한 만큼 그렇다. 가끔은 어쨌든 우리가 여기에 모였다는 것만으로 신기할 때가 있다. 언제든 흩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모여있다. 최소한의 공유만으로도 수업이 되면 좋겠다. 주체성은 능력이다. 분명 그렇다. 희귀하고 희소하다. 디폴트값이 아니다. 당연한 것이 아니다. 당연한 것은 흩어짐이다. 당연한 것은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다. 집에 가서도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다. 시간은 다른 속도로 흐르고, 나의 시간이 거기에는 없다. 그저 그 사실을 시시각각 알아차릴 뿐이다. 이제 슬슬 1000자로 늘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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