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상담 일기(9): 나의 작은 친구에게

미니 레터의 시작

by 뭉클


같은 세상 속에 사는 것 같아도 제각각의 경험과 관점을 고수하며 산다. 그건 고집이라기보단 생존전략에 가깝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알을 깨고 나와야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서로가 마주 보고 이야기한다는 뜻의 상담. 눈을 마주친다기보다 눈높이를 맞춘다는 뜻. 경청하고 듣는 이가 하나쯤은 필요하다는 뜻이다. 무릎을 굽히거나 고개를 돌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편지는 마음과 닮았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표현해야 알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건 그 마음을 알 때 성립되는 이야기. 자신의 언어 습관(단어 사용, 말투, 이중언어 사용 등)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내밀하고 무의식적인 상태를 자연스럽게 끄집어내 종이 위에 올려놓는 작업이 편지 쓰기이다.


받는 사람이 있든 없든 우리는 오랫동안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구태여 학창 시절 국어시간에 배운 서간문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편지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지 않게 녹여내는 내밀한 도구이다. 몸과 정신에 대하여, 이해할 수 없는 시대와 상대와 자기 자신에게 우리는 계속 글을 띄운다.


나의 작은 친구에게 보내는 미니 레터. 내밀한 마음을 담아내는 방식으로 편지를 택했다. 받는 이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인용하는 내용이나 조합이 달라진다.


1.

문학 책(주로 소설이나 시, 국내/해외 구분은 하지 않는다.)에서 수신인을 떠올리는 구절이 생기면 적어두었다가 편지의 끝에 인용한다. 그 책을 찾아 읽게 된다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마음속에 그 사람만의 의미 있는 문장 하나는 남을 것이란 생각.

2. 타로

가끔 상담 아니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사이가 있다. 사이가 아주 나빠서가 아니라, 언어가 달라서 혹은 언어가 없어서. 그때 활용하는 게 타로 카드. 인간의 정신은 형이상학적이고 신비적 요소가 많지만 데이터에 기반한 마인드 리딩으로 많은 부분이 해결된다. 아니,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로 들어가는 초입에서 마중물 정도의 효과만 내어도 대성공.


3. 외국어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가 주는 치유가 있다. 언어적, 심리적 거리감과 더불어 언어 자체의 '소리 내어 말함'의 힐링 효과는 상당하다. 일상을 다르게 보기의 일환으로 자주 활용한다. 보편적 메시지를 타국의 말로 전하기.


4. 성경, 신화

이건 어쩌다 한 번 쓰는 거지만 가끔은 스토리텔링이 필요할 때가 있다. 편지라서 가능한 방식이고, 수신인의 성향과 맞는다면 할용한다.


5. 가사

크로매틱 하모니카를 연습하면서 멜로디나 박자보다 가사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사도 시의 일부라고 생각해서 가끔 적을 때가 있다.


최근에 읽은 에리히 프롬의 책 <소유냐 존재냐>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읽었다.



존재적 인간이 된다는 것. 대화 중에 '자기가 가진 것을 고수하느라 전전긍긍'하진 않았는지. 내담자와 자기중심적인 면에서 딱히 다르지 않은 건 아닐까? '치유의 분위기가 무겁고 활기 없고 지루'해지는데 일조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편지를 쓰면서 내밀함을 나누더라도 자칫 길게 써야 한다거나 답장이 필수라든가 내가 전하는 메시지가 큰 의미를 지녀야 한다든가 하는 마음은 내려놓는 것이 좋다. 그야말로 미니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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